흐름 읽기 1 : 거시경제
2023년 중국 경제는 연초 기대감으로 출발했으나 2분기 이후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에서도 비관론이 확산했다.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 방역 조치를 해제한 후에도 국내경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초 도심 쇼핑가와 전국 관광지로 몰려든 인파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지만 3가지 현상이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첫째 불균형이다. 경제가 골고루 회복되지 않고 효과가 제한적인 일부분을 위주로 움직였다. 내수경제의 5대 구성요소는 ‘의식주행락’(衣食住行樂)이라고 볼 수 있다. 의류 패션, 요식, 부동산, 교통, 관광·문화·오락이 동시에 탄력을 받으면 ‘골디락스’(물가 안정 속의 성장)로 연결되는데 그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째 회복 시점 지연이다. 연초 중국은 대도시 중심가와 전국 관광지에 인파가 몰리면서 ‘행’(교통) 분야의 유동성이 급속히 회복됐지만, 그 파급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영역별로 불균형한 회복세를 보이다 보니 전체 경제 회복이 지연됐다.
셋째 파상적 양상이다. 결과적으로 당초 기대했던 U자 회복, V자 회복은 오지 않고, 지표들이 시기별로 상하 되풀이 이동하는 전형적인 물결형(wave form) 회복세를 보이게 됐다.
다만 3분기부터는 소비를 중심으로 제한적이나마 개선 국면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4분기에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쐉스이’(雙十日, 광군제) 등 소비 촉진 효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연간 목표 수준(5% 내외)를 소폭 상회하는 실적이 예상된다. 5.2%~5.3%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비 수요의 부족 문제가 일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경제 전반의 수급 불균형이 여전해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더 필요해 보인다.
2024년 중국 정부는 ‘안정 속 변화’(stability&change)를 정책 기조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APEC 회의에서 가진 미·중 정상 회담 결과를 보면 양국 모두 내치(內治)가 중요한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대미 관계를 최대한 안정적 관리해 난제가 산적한 국내경제에 당정의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1월 말을 기준으로 전망할 때 중국은 2024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올해 수준(5% 내외)에서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성장률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년 3월 개최되는 양회에서 알 수 있다.
내년 중국 경제는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와 관례대로라면 11월 혹은 12월 전후에 열려야 하지만 2024년 초로 연기된 것으로 보이는 ‘3중전회’를 통해 내다볼 수 있다.
중앙경제공작회의는 한 해의 경제 성과를 총결산하고 국내외 경기 상황에 대한 인식에 대해 언급하는 회의다. 동시에 다음 연도 경제정책의 기조를 결정하는 장이기도 하다. 국가 최고 지도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 전원, 국무원 경제 관련 부처 책임자, 31개 성·시·자치구의 경제업무 총괄 책임자 등 중앙과 지방의 고위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올해 중앙경제공작회의의 주제로는 △거시경제 조정 △재정확장 △소비잠재력 확대 △제조업·SOC 진작 △부동산 회복 정책 등이 점쳐진다.
3중전회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3번째 회의를 의미한다. 향후 5년 및 그 이상의 장기 경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 관계 회의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3중전회는 시진핑 주석 3기 정부의 경제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경제 사정이 워낙 좋지 않은 시기여서 어떤 부양책을 내놓을지를 두고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흐름 읽기 2 : 국제관계
국제관계를 보는 중국 내 분위기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각 부문에서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고, 마지노선을 관리하는 이견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시각이 눈에 띈다.
중국은 산적한 경제 문제로 인해 대미 관계의 절대적 안정 유지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미국도 내년 말 대선을 앞두고 국내 관리가 필요한 시기여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긴장 국면은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이 내년 말 실시되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양국 관계는 적어도 2024년에는 당장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고 리스크 조절과 탐색 모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치다. 하지만 역대 미국의 대선 레이스 주기를 볼 때 2분기부터는 정치권이 가열되면서 미·중 관계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닥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조용하게’ 전통산업을 개조하고 신산업을 육성하고 싶은 것이 중국의 내심이다.
2024년에는 1월 대만 대선(총통 선거)도 있어 미·중 관계에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별 사안에 대해 지나친 비관론이나 근거 없는 낙관론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국제관계의 단기 파동 요인과 장기 판세변화 요인을 잘 구분해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세계의 중국 관점이 변했고, 중국의 세계 관점도 변화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디커플링’보다는 ‘리커플링’(재구조화) 양상에 효과적으로 적응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흐름 3 : 한·중 경제 관계 시사점
현재 대중국 경제 관계의 가장 큰 과제는 종래 양적 확장을 위주로 발전해온 대중국 경제 관계를 질적 성숙 국면으로 시급히 조정해야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30년간 세계화의 대조류 속에 한·중 양국은 상호보완적 경제교류를 지속해왔으나 중국의 급성장과 탈세계화 흐름 속에 이 같은 구도는 종언을 고하게 됐다. 동시에 한·중 관계에는 장기적·다중적 도전요인이 산재해있다. △지정학적 불안정 △공급망 리스크 △중국 경제·시장 구조의 ‘조용한 급변’ 양상 등이 그것이다.
이런 흐름은 최근 수년간 확산한 ‘탈중국’ 콘셉트를 급속히 확산시켰으나 보다 적극적인 전략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경제와 산업의 대외의존도가 매우 큰 한국으로서는 되도록 많은 해외의 협력 파트너와 교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국은 현존하는 거대 시장 규모는 물론 앞으로 커질 신시장으로서의 가치를 결코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그렇다면 한·중 경제 관계는 ‘코피티션’ 즉 경쟁 속의 협력, 협력 속의 경쟁이라는 기조로 전환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종래와 다르게 한국이 고려해볼 수 있는 세부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현안들이 있다.
△중국 경제·산업의 변화상을 깊이 있게 연구하는 싱크탱크의 역량 강화(분야별 양국 민관 전문가 교류 채널 내실화 포함) △다자간 통상협력(RCEP)의 구조와 양자 통상협력(FTA)의 요소를 결합하는 실천적 프로그램 가동 △공급망, 기후, 보건의료 분야의 공동 상설 협의체 구성(EWS 기능) △지방 정부 간 상설 경제교류 협의체 구성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동시에 정부 관계부처의 대중국 경제협력 거버넌스를 전면적으로 점검, 보완할 필요도 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트럼프의 ‘컴백’(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과 기업 전략의 급격한 변침(veering, 變針, 항로 변경)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종합적인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참고 자료 : 중국 경제 영역별 동향>
경제성장률
2023년 중국 경제는 여러 도전 요소에도 불구하고 3분기 GDP가 4.9% 성장했고 연간 GDP 5% 성장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올해 이미 두 차례 주요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최근 일련의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2024년에는 상반기 중에 정책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가 핵심 변수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