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2  |  Vol. 8

님, 더운 날씨에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긴긴 장마철이 지나가고 찜질방 같은 무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기도 하네요. 


저는 지난주에 2박 3일로 조금 빠르게 여름휴가를 다녀왔어요. 기간이 짧아 멀리는 못가고 강원도 속초에 갔는데 예상보다 더 신나게 잘 놀고 왔답니다. 


이번엔 휴가가 짧은 대신 여행 준비를 하면서 휴가 분위기를 즐겼는데요. 필요한 물건도 사고 여행 계획도 꼼꼼하게 세워보기도 했어요. 보통은 즉흥적으로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나는 편인데 미리 준비를 하다 보니, 여름휴가 떠나길 손꼽아 기다리던 초등학생 시절로 되돌아 간 느낌이더라고요. ㅎㅎㅎ 😋


그러던 중 저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물건을 두 번이나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 볼게요.




난감 No 1. 예쁜 쇼핑백과 빈 상자


2박 3일 국내 여행이니 사실은 준비할 게 크게 없긴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이번 휴가는 짧은 대신 '바캉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 하길래 쇼핑을 했지요. (미니멀리스트니까 항상 비우는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게 현실입니다. 남들보다 덜 살뿐, 전혀 안 사는 건 아녜요. 🤣)


여행지에서 편하게 입을 옷은 두 벌에 5만 원에 구입하고 기분 전환용으로 메이크업 제품도 구매했어요. 평소에 화장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 땐 왠지 변신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쇼핑하는 날 2년 만에 펌도 했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제일 젊은 날~ 😘 ㅎㅎㅎ)


여름용으로 독특한 색상의 섀도와 립제품, 그리고 매니큐어까지 세트로 나온 상품이 있었는데 눈길이 가더라고요. 가격대가 있는 명품 화장품이라 조금 망설였지만 테스터를 해보고 생각보다 어울리길래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과감히 질렀습니다


집에 와서 포장을 풀었는데 포장용 상자랑 쇼핑백이 너무 튼튼하고 예뻐서 그냥 버리려고 하니 아깝게 느껴집니다.


'... 튼튼하고 여닫는 것도 되니까 물건을 담아서 수납함으로 써볼까?'

'쇼핑백은 큼지막하니까 다음에 써도 될 것 같은데?' 🤔


물건을 구매했을 혹은 선물 받았을 포장되어 오는 상자가 예쁘고 튼튼한 경우에 버리기 아까워서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지금은 당장  데가 없어도 나중에 데가 있을지도 몰라' 혹은 '나중에 혹시 중고로 판매할 수도 있으니까 보관해야지'하는 생각도 하게 되죠.


하지만 십수 년 간의 비움 경험으로 비춰보면 사실 의미가 없다는 알고 있어요.


예전에 한창 사진을 취미로 하던 시절엔 디지털카메라와 렌즈 상자를 보관해 두곤 했었어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등 전자기기 박스를 모아두기도 했었고요. 선물 받은 예쁜 상자 중 수납하기 좋은 건 그 안에 물건을 넣어서 보관해두기도 했고요. 딱히 수납을 안 해도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있던 상자도 많았어요.


오랫동안 안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쇼핑백과 상자는 바깥에서 집까지 물건을 안전하게 가지고 오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물건이지 보관해야 할 이유는 없더라고요. 장바구니를 활용하면 딱히 쇼핑백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고요. 중고로 물건을 판매할 때도 박스가 있을 필요도 없고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걸 알면서도, 명품 쇼핑백과 상자는 저도 여전히 버리기 어려운 품목 중 하나입니다. 명품을 자주 사는 게 아니라 어쩌다 한 번씩 구입하니까 쇼핑백마저도 버리기 아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


아무리 봐도 너무 튼튼한 포장상자...  




난감 No 2. 비에 젖은 보관용 상자

보통 1박이나 2박 여행의 경우 작은 가방 하나 정도로 최대한 짐을 줄여서 떠나곤 합니다. 이번 휴가는 2박 3일 여행인데 요모조모 챙기려니 짐이 많아지더라고요. 숙소에 있는 수영장과 헬스장을 이용하기 위해 수영복, 비치타월, 헬스장용 운동화가 필요했거든요. 잔짐을 줄이려면 캐리어를 가져가야겠다 싶어서 창고에 넣어 둔 캐리어를 꺼냈습니다.

아. 니. 그. 런. 데. ?
창고 문을 여는 순간 바닥이 온통 물기로 축축해져 있었고, 창고에 보관해 둔 박스 아래쪽이 물에 젖었더라고요. 💦 (보너스로 죽은 벌레까지...... 😭)

정확하게 말하면 창고라기보다는 보일러실 겸 실외기실인데, 공간이 꽤 넓어서 자주 안 쓰는 물건을 박스로 포장해서 넣어뒀거든요. 요즘 에어컨을 계속 가동해야 하니 창문을 열어뒀는데 거기로 한창 장맛비가 다 들이쳤던 겁니다.

예전에 살던 집에도 실외기실에 물건을 두곤 했는데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니 창문 위치가 달랐어요. 예전 집들은 실외기가 바닥에 설치되어 있고 환기용 창문도 아래쪽에 있어서 비가 안 들어왔지만, 지금 집은 창문이 위쪽에 있어서 비가 더 잘 들어왔나 봐요. 😥

여행 준비로 기분 좋게 캐리어를 꺼내려고 창고 문을 열었다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수해(?) 현장을 목격하고 모든 짐을 급히 방 안으로 옮겼습니다.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해 봤는데 박스 속에 비닐로 이중포장을 해둔 물건은 무사했어요. 캐리어도 비닐로 싸둬서 피해는 없었어요.

가장 많이 수해(?)를 입은 물건은 차tea 용품 구매할 때 받은 포장지와 박스를 모아둔 상자였어요. 상자를 열어보니 일부는 젖어서 못쓰게 됐지만, 일부는 안 젖고 잘 있더라고요. 

이런 포장지와 박스 역시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안전하게 가져오는 데에 필요한 용품이고 굳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 알고 있긴 했어요하지만 아직 집을 마련하기 전이라 이사를 자주 다니고 있어서 나중에 이사 갈 다시 포장용으로 써야지 하면서 보관을 해뒀거든요. 창고에 충분히 자리도 많았으니까요.


이사를 위해 포장지와 박스를 보관해 둔 건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상 보관하기 애매하거나 자리가 좁다면 굳이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지킬 이유가 없는 거죠. 사실 꼭 그 포장지와 박스를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른 걸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다구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이사할 때도 안전하게 옮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보관해 뒀던 포장지와 상자, 이제는 어쨌든 비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빈 공간에 차곡차곡 물건을 쌓아두고 이름표도 붙여뒀는데... 홀랑 젖은 상자 바닥. ㅠㅠ
이제는 캐리어만 빼고 다 비웠어요.



나중의 쓸모와 현재의 편안함 사이에서...


오랫동안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온 저 또한 여전히 완벽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이런 물건 포장박스와 쇼핑백이더라고요. 


어느 정도 수납할 공간이 있다면 무조건 다 버려야 할 필요는 없지요. 쇼핑백이든, 빈 박스든 어느 정도는 모아둘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실제로 모아두면 한두 개쯤은 요긴하게 쓰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나중의 쓸모를 위해서 모아둔 물건이 지금 현재를 비좁고 불편하게 만든다면, 그런 물건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겠지요.


저도 그동안엔 수납할 여유 공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정리하진 않았거든요. 공간이 남는데도 매번 철저하고 완벽하게 쓸모없는 걸 비운다는 건 저한테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그런데 미니 수해(?)를 겪고 나서는 사실 마음이 조금 바뀌었어요. 그동안 굳이 필요 없는 걸 알면서도 적당히 타협해서 보관하고 있던 물건들을 한 번쯤은 비워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한창 신나게 휴가 준비를 하다가 만난 난감한 포장박스와 쇼핑백도 함께 말이죠. 😎


님 혹시 뉴스레터를 읽으면서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던 박스나 쇼핑백이 떠오르셨나요? 그럼 지금이 바로 정리할 굿 타이밍입니다~! 🖋️


Editor 고운 🍀

The Leisurely Moment

잠시 멈추어 여유를 즐기는 순간



🎵 'Lost in Paradise' - Üm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눈에 띄는 썸네일이 가끔 있어요.


이번 뉴스레터의 음악은 요즘 휴가철에 잘 어울리는 썸네일의 잔잔하면서도 그루브한 리듬이 있는 곡입니다.


여름 휴가는 짧지만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여름은 아직 한창이니까요. 저는 이 음악을 들으며 이번 휴가가 즐거웠지만 짧아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주말 여행 계획이라도 세워볼까 합니다.


유 - 후 - 🏄‍♀️


Questions of Today
정리를 위한 질문

그동안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던 쇼핑백과 빈 상자가 있나요?


그 쇼핑백이나 상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추억이나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떠올려 봅니다.


나중의 쓸모를 선택하시겠어요? 아니면 현재의 여유를 선택하시겠어요?


이번 레터를 읽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과 느낌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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