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자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나요?

연이은 역대급 한파와 폭설로 나다니기 어려운 한 주였던 것 같아요😥 부디 큰 피해 없으셨길 바랍니다.

 어느덧 패치레터를 발송한 지 6주째가 되어가는데요.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를 보내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보내드리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불편하지 않게 개선 사항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까 세심하게 고민했던 6주였는데 그런 점이 잘 와닿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난주 패치워커 팀원 두 명은 여해여성포럼에 참여하여 올 한 해 정부에 의해 지워진 '여성'에 대해 돌아보았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지자체에서 '여성'부서가 사라져 온 지난 몇 달간의 과정을 오늘 자 패치레터에서 자세히 풀어볼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럼, 바로 여섯 번째 패치레터로 넘어가 볼게요!👀

• 취재 시 점검하실 내용에 대한 체크리스트입니다. 특히나 지난 레터에서 강조했던 '2차 피해'에 대한 부분은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 취재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드릴 말씀은, 피해자가 언론 보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으로 인해 접근이 어렵거나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취재에 응하지 못하는 경우의 대처 방안입니다. 이런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기자님들도 계실 텐데요. 피해자가 거부한다면 더 요구하는 것 자체가 고통을 줄 수 있으므로 적절한 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참고 칼럼 : "피해자를 도구화하는 언론",  한겨레21)
• 하지만 기본적으로 취재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편향된 사고가 비치는 성의 없는 사전 질문지를 내민다면 누구라도 응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또한, 피해자가 얼마나 힘들고 비참한지에 집중하기보다는, 피해자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지 귀 기울이시고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취재에 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기사 작성 시 또는 보도 시에 주의할 점에 대한 체크리스트입니다. 이 과정 역시 피해자에 대한 배려와 보호가 1순위라는 것, 잊지 말아 주세요!
• 성범죄 사건 보도에서 여성 피해자의 성별만을 부각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기사에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심하게 신경 써주시는 기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성차별적 표현이 박멸(!)될 때까지 앞으로도 쭉쭉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 다만 기사 이미지로 여전히 '무력한 피해자'와 '괴물 같은 가해자'의 모습으로 그려진 삽화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긍정적인 점은 사건 보도에 있어 재판 단계에서는 법원 사진으로 갈음하는 등의 기자님들 역시 다수 계셨다는 것입니다. 기자님들의 작은 노력으로 불필요하고 불쾌한 이미지의 사용 역시 근절되기를 바랍니다!
•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전히 성범죄 보도에 있어서 '악마', '사이코패스' 프레임 등으로 비정상적인 사람만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을 양산하는 기사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왜곡된 성 인식을 가진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성범죄자를 타자화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꼭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한 달 뒤, 4월 10일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내정되었고, 다시 한 달이 지난 5월 17일에 그는 장관직에 임명되었습니다. 임명 일주일 전, 5월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 폐지를 공식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었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에 무색하게 야당 의원들로부터 알맹이가 없다, 뜬구름 잡는 소리다 등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김현숙 장관이 임명된 후,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되며 여성가족부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결국 🔗여가부의 존속 여부는 다가오는 2023년 국회의 의결에 달려있게 되었습니다. 

 여가부 폐지가 포함된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됨에 따라 6·1 지방선거 이후, 많은 지자체의 여성 관련 부서들도 여성이 지워지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습니다. 몇몇 여성가족과는 인구가족과, 가족정책과, 가족지원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독립되어있던 부서가 상위 본부 또는 국 산하로 통합되며 여성가족청소년과, 여성가족행복과 등 '가족', '청소년'이 덧붙기도 했습니다. 특히 서울특별시의 성평등담당관은 양성평등담당관으로, 충청북도의 여성가족정책관은 양성평등가족정책관으로 성평등·여성이 아닌 '양성평등'을 강조하게끔 변경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강원도 정선군의 여성청소년과 역시 가족행복과로, 여성정책팀은 가족정책팀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경상북도의 경우 아이여성행복국을 폐지하고 여성아동정책관으로 조직을 축소해 여성단체의 항의 성명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시민들의 사각지대에서는 전국 지방 행정기구의 '여성'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그저 효율적인 행정을 위한 조직개편으로 보기에는 변화의 방향이 불길할 정도로 뚜렷합니다. 여성을 지우고 가족으로 대체하거나, 여성과 가족 또는 청소년을 통합해 조직의 정체성을 흐리거나, '양성평등'을 강조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남성에게 기울어져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것은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로 영향력이나 권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반격하는 현상)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조직 명칭에서 '여성'을 지우는 것을 넘어서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중단하고,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서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는 '여성폭력'에서 여성을 지워 '폭력'으로 명명하는 등 다양하게 발생한 변화들은 하나의 맥락으로 합쳐지며 시민들이 현 정부가 국민의 절반인 여성을 어떤 관점과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합니다. (출처 : <여성운동 2022년, 그리고 2023년>, 한국여성단체연합 김민문정 대표)

 여성가족부가 폐지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윤 대통령과 김 여가부 장관의 말처럼 '여성 정책이 더욱 확대·강화되어 성평등이 실현된 사회'를 만나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여론도 전문가도 모두 입을 모아 여가부 폐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입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여가부와 주요 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문가 패널 32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추진체계 개편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분석하며 '🔗여가부가 독립부처로 존재함으로써 여성 및 성평등 관련 업무를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인권 문제 등이 국가정책으로 의제화돼 통합적 관점에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의 중앙·지방 정부의 성평등 정책 수행 당사자들도 🔗컨트롤타워인 여가부가 사라지면 성주류화 정책이 주변화되며 성평등 정책 추진 체계가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정부조직 개편 최종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여성가족부는 2001년 1월 29일 여성부 출범 이래로 여성정책의 총괄·조정,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 향상을 전담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폐지됩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2023년 4월에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만큼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뜨거운 이슈로써 전국을 떠들썩하게 들쑤실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를 6일 앞둔 현시점에서, 기자님들이 여가부의 필요성과 성평등 실현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를 많이 작성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WESOME!😍 🔗전문 보기

제목에서 피해자의 성별을 부각하지 않고, 선고된 형량만을 간결하게 표기하였습니다.

본문에서도 역시 범행을 불필요하게 자세히 묘사하지 않고, 사건에 대한 판결 요지를 간결히 담은 좋은 사례입니다.

경향신문 젠더데스크 장은교 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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