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Editor's Note
- Insight 보이지 않는 것들의 등장
- Outsight 돌과 식물의 숨이 더해져 우리에게 쉼을 제공하는 <숨도>
- Curation 함께하는 존재인 동식물에 대한 시선
|
✏ EDITOR'S NOTE
우리 몸의 적정 체온, 36.5도. 그러나 단 몇 도만 올라도 건강하지 않다는 증상으로 여겨집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 여부도 체온 측정에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지금 지구도 온도가 많이 올랐다고 해요. 건강하지 않은 지구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는 걸까요? 연일 무더위와 열대야로 뒤척이게 되는 불편한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운 공기 속에서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는 우리처럼, 뜨거워진 지구는 우리 주변의 동물과 식물들도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요. 사실 우리도 자연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들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환경에 대한 시선의 확장>을 전하고 있는 OUTSIGHT 2호, 그 세 번째는 제주의 자연을 경험하며 자연의 근원적인 질서를 확인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이번 이야기로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느껴지신다면, 오늘 님의 시선은 조금 더 열려진 것이라고 믿어요.
|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는 옛 말이 있습니다. 안전에 대한 속담이지만 왠지 오감으로 확인하고 판단이 가능할 때만 믿는 우리의 경향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10년 전만 해도 환경에 대한 걱정을 지금처럼 하지 않았어요.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데이터를 모아야한다는 필요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점점 북극의 얼음이 녹아 내리는 모습, 한 여름에 눈이 온 미국의 콜로라도, 봄에 이미 40도를 넘겨버린 인도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게 되었어요. |
그런데요, 우리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랜 시간 누적이 된 프로세스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리의 땅, 토양이 심각한 오염에 노출되어 있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 농식품 포장용 플라스틱뿐 아니라 해충제와 같은 유기 화학물이 대표적인 오염의 원인이라고 해요. 단순히 먹거리를 저장하고 키워내는 곳이 아니라, 토양은 먹는 물과 숨쉬는 공기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오염은 경계가 없이 토양, 물, 공기를 통해 이동하니까요.
토양은 해양 다음으로 가장 큰 탄소 저장고입니다. 그러나 토양의 오염이 눈에 보이지 않고, 경각심을 느끼기 힘든 탓에 책임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에요.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고 소리내지 않는 것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을까요? 우선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해 보는건 어떨까요?
(출처: 전세계 토양 심한 오염압박 시달려, 에코미디어 (2021) / 플라스틱 폐기물로 토양오염 심각... 식량안보 위협할 것, 조선미디어(2021) / 사진: Elizabeth Lies on Unsplash) |
당신의 일상에 새로운 영감이 되어줄 외부의 시선 |
돌과 식물의 숨이 더해져 우리에게 쉼을 제공하는, 숨도 |
관광지로서 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주도. 이 땅과 이 곳의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아버지와 딸이 함께 일궈온 숨도. 이번 호에서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닮은, 돌과 식물이 어우러진 고유한 자연의 원형을 보존하며 감동을 전하는 제주 카페 <숨도>의 민주희 학예사의 시선을 나누어 봅니다. |
Q. 먼저, 숨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숨도라는 공간에 담긴 뜻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
‘숨도’라는 이름은 제주의 현무암, 화산석 구멍 위의 ‘숨구멍’을 통해 식물들이 쉬고 자라나는 것, 그리고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며 공유하기 위해 애쓰는 숨도의 사람들이 흘리는 근면한 호흡들, 그 속의 식물들이 자라나며 내뱉는 숨 - 이들이 모여 우리에게 쉼이 되어 주고 하나의 자연으로서 정원을 이루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진심을 모두 담아내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하여 착안한 이름이 ‘숨도’입니다.
제주는 지질학적으로 화산회토와 현무암등으로 구성되어 동식물들의 생존 환경이 척박하지만, 이런 자연 환경에도 적응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 주는 제주만의 감동이 있습니다. 제가 받은 감동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함께 공유하고자, 십여년 전 석부작 박물관으로부터 지금의 숨도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확장해온 정원입니다.
|
💎: 우리는 흔히 ‘자연 속에서 힐링’한다고들 합니다. 제주도의 특성상 숨도를 찾는 사람들은 특히나 ‘쉼’의 경험을 위해 방문하는 것 같아요.
|
Q. 숨도가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보전하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
사실 저는 제주에서 태어났지만 숨도의 학예사로 몸담기 이전에 학업과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했어요.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도시에서도 많은 정원들이 조성되어지는데, 화려하고 마냥 예쁜 모습의 인공 정원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다시 제주에 돌아와 제주의 생태를 접하면서,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 근원에 가까운 경이로움과 감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숨 쉬듯이 함께 할 땐 몰랐던 제주의 자연이 주는 쉼과 감동이 아주 소중하고 대단한 것이구나 하고 말이죠.
제 경험 하나를 예로 들자면, 부끄럽지만 최근에 처음으로 오조리의 지질 트레킹을 하면서 올레길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평안을 얻었어요.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길과 어디에서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성산일출봉의 장엄함, 튜물러스길과 밭담길 화산활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신비로운 길, 미동없이 반짝이는 잔잔한 물 위로 고니, 기러기 등 보기 힘든 철새 들이 쉬는 모습들은 정말로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근원적 자연이 주는 평안의 경험이어서 그 곳이 그대로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중한 마음이 절로 생기더라고요.
|
제주가 관광도시 역할을 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허물어지고 새로 일구어지고 있는데, 이 땅에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제주의 정원으로서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숨도를 가꿔가고 있습니다. 희귀해져가는 제주의 식물, 사라져가는 환경, 제주에서만 자라나는 자생식물들을 보살피며 저희의 최소한의 힘을 보태어 생태정원의 아름다움 유지하려고 합니다. 정원길을 걸으며 우리도 자연의 일부임을 경험하게 되었다 등의 작고 소중한 감상을 전해주셔서 보람과 뿌듯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
Q. 숨도 카페에서도 친환경자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희님이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자연, 환경의 아픔은 무엇인가요?
|
저는 단순하게 주변에서 들려오는 제주의 환경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일단 주목해요. 제가 또한 반려견을 세마리 키우고 있는 입장으로서 제주의 해양, 토양 쓰레기 들이 동물들의 생태에 위협이 되는 것, 무분별한 식물 동물 체험등이 지양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은 목소리와 더불어 플로깅 활동을 정기적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조리 지질트레킹을 다녀오고 나서는 자연이 주는 평화에 우리들이 개입을 해서 생태계의 순리가 깨어지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피부로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인간으로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에 개입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최소한을 빌려 쓰고 되갚으며 생활하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 어린이와 반려견도 환영하는 숨도. 약하고 말은 못하지만 소중한 존재인 꽃과 식물 숨도를 채우고 있습니다. |
Q. 숨도는 어떤 노력과 의식으로 우리 자연 속의 작고 약한 존재들을 지키고 있나요? |
저 같은 경우는 식물의 식생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태계에는 모두 그들의 자리와 역할이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저도 예쁘고 화려한 꽃에 주목하고 예쁘다는 감상으로 그치던 사람이었는데, 식물들이 자라나는 것에 힘을 보태게 되다 보니 가장 애정하는 식물이 이끼가 되었어요.
이끼는 그 역사가 식물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기 이전 4억년 전이라는 것도 너무 신비로워요. 가장 낮고 의식치 못하는 위치에서 다른 식물들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수분을 저장하고 부식토를 자라게 하여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하고 감사한 존재이죠. 더불어 더러워진 환경과 오염된 공기마저 정화시키는 고마운 존재 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끼위의 작은 존재들에게도 한 번 더 눈길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나를 굽히고 그들을 들여다보는 시간들이 많이 생기며 거창하지만 숨도가 제주의 자연을 위해 이끼처럼 작은 목소리들을 실천해 나아가며 다녀가신 분들에게도 이러한 의미들이 스며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Q. 만약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뀔 수 있을까요? |
네, 저는 분명히 자연에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은 모든 생태의 근원이기 때문에 자연을 들여다보고 경험해 보면서 사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가 자연의 일원으로서 순리와 이치대로 살아가는데 의식을 두고 실행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왜 나이가 들면 원색을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에 꽃 사진이 올라오면 우스갯 소리로 “너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고 농담하는 것 처럼요. 제가 나이가 들어보니 사람이 사람으로서 원숙해지고 생각이 유연해지고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그제서야 자연을 어여쁘게 바라보고 사랑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을 의식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분명히 작은 사고와 태도들이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
Q. 마지막으로, 주희님 개인적으로, 그리고 숨도를 통해 바라는 자연 환경의 변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도심에서 숨도를 다녀가신 분들은 제주의 자연이 주는 평안을 온 마음으로 느끼고 체험해 보고 가셨으면 그보다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러한 경험이 2차적인 자연에 대한 시선의 확장,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들을 부풀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에 사념없이 오롯이 포함되어 치유되는 평안을 경험해 보시고 사소한 생활의 불협화음, 나를 괴롭히던 미운 감정들이 작아지고 비워지고 나의 내부가 한번 걸러지는 듯한 위로와 평화를 경험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과 환기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
* 이 콘텐츠는 <숨도>의 시선 중 일부일 뿐이랍니다. 뉴스레터에 다 담지 못한 더 깊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위 링크를 눌러보세요. |
🍋 EDITOR 하영 나를 둘러싼 꽃과 풀, 나무, 지나가는 새들을 그저 '자연'이라는 한 단어로만 묶어버리고 그 안에 있는 개별적인 '숨'은 들여다 보지 않은 것 같아요. 시선을 바꾸고 다시 바라보니 각각이 지닌 따스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듯 해요. 💎EDITOR 화진 저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근원적 평안과 치유를 경험했어요. 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고, 지금의 환경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보호하고 싶은 마음을 더욱 깊이 품게 되었습니다. 🍃EDITOR 승영 되돌아보니 사람에게는 상처를 받곤 하지만, 자연에게는 늘 치유만 받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당연하게 그런 존재로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은 데, 우리도 자연이 다시 치유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따라 달라지겠네요. |
🟡 다음 OUTSIGHT 예고
7월 29일, <시선의 확장>의 마지막, 세대별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