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며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종래 입장을 변경하면서 원심을 파기 이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1) 강제추행죄에 관한 현행 규정은 폭행·협박의 정도를 명시적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강제추행에서 ‘강제(強制)’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이나 위력으로 남의 자유의사를 억눌러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으로서,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가 곤란할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없어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는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2) 1953년 제정 형법은 제298조(강제추행죄)를 담고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라고 정하고 있었는데, 1995. 12. 29. 형법이 개정되면서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다. 이러한 형법의 개정은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이 여성의 정조나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으로서 사람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것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정조’를 수호하는 태도를 요구하는 입장을 전제하고 있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3) 근래의 재판 실무는 종래의 판례 법리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행위가 폭행죄에서 정한 폭행이나 협박죄에서 정한 협박의 정도에 이르렀다면 사실상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고 해석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왔고,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하였다. 이제 범죄구성요건의 해석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상 변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 실무와 종래의 판례 법리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오해의 소지와 혼란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행위의 경위와 행위 당시의 정황, 행위자와 상대방과의 관계, 그 행위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원이 1983년도부터 줄곧 내세웠던 종래의 판례 법리(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를 40여년 만에 변경한 것으로 피해자의 관점에 한발 다가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에 따라 추행인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피해자는 피해자다움을 요구받거나 2차 피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변경된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의 상태가 아니라 가해자의 행위에 초점을 두고 강제추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상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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