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포토로컬, 출장길 한눈팔기

안녕하세요. 해가 바뀌고 처음 인사드려요.

포토로컬 군씨에요. 너무 오랜만이라고 절 잊으신 건 아니라- 믿어요!

지난 주 페이퍼로컬 1주년 소식은 들으셨죠? 사실 저도 작년 3월에 비로컬에 왔기에, 어느새 입사 1주년이 됐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조금 달라진 저를 발견하게 됐어요. 여행의 '여'자도 모르던 사람이 여행을 생각하기도 하고, 여전히 네O버 검색을 쓰긴 하지만 로컬매거진에 담겨 있는 소식들에 귀를 기울이게 됐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먹거리가 달라졌더라고요. 혹시나.. 하고 오랜만에 MBTI 간이검사를 해봤는데 10년이 넘도록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맨 앞자리가 'I'에서 'E'로 바꼈네요.. 꽤나 충격이었답니다. 사람을 바꿔가다니, 로컬은 어떤 면에서 '위험'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원래는 '1년, 비로컬이 바꿔놓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글쎄! 개인적인 실수로 해당 사진기록이 싹.. 지워졌네요.😥 MBTI 바뀐 것보다 더한 충격이었는데요. 이 내용은 다시 준비해서 다음 편에 보여드릴게요.

오늘은 지난 2월에 다녀왔던 출장길 사진을 담아봤어요. 이 사진에도 조금은 달라진 저의 시선이 담겨 있더라고요. 바로 '한눈팔기'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목적지가 있으면 딱 그것만 보는 사람들이요. 그곳까지 가는 길에도 뭔가를 계속 하면서 가느라 주위를 전혀 둘러보지 못하는 사람. 제가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슬슬 한눈팔며 그곳에서만,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찾게 됐어요.

경제적 대가를 받은 광고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이 주의 포토로컬 목차>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경북 경주시 감포읍

제주 제주시 탑동 'D&DEPARTMENT JEJU'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

첫 목적지는 경주 감포. 경주는 다들 잘 아실텐데 감포라는 곳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곳이에요. 가는 경로를 검색해봤는데, 경주 황리단길을 거쳐 가길래 일단 그곳에서 한눈을 팔아봤어요(사실 서울촌놈인 저는 황리단길도 처음 들어봤어요).

황리단길을 찾아가는 골목에서는 한옥도 양옥도 아닌 집이지만 곱게 발라놓은 파랑 초록 페인트칠들이 차분하게 저를 맞아주었어요. 여기서도 한눈 팔았다간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한두 장만 샤샤샥.

황리단길은 약 700미터 정도의 길 양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어요, 천천히 걸어도 15분 정도면 지나갈 수 있었는데요. 왔다 갔다 왕복을 했지만.. 사실 제 발길을 멈추게 하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곳은 많지 않았어요. 아직 홀로 여행에 서툰 저라서, 용기가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까요. 그 많은 가게 중에 딱 2곳을 들어가봤는데요. 배리삼릉공원(SNS)이라는 소품샵과 향미사(SNS)라는 카페였어요. 나중에 감포에 도착해서 마카모디 김미나 대표님께 들었는데, 배리삼릉공원 대표님은 마카모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었고, 향미사는 대표님이 추천하는 카페 중 하나더라고요. 어쩐지.. 배리삼릉공원에 있는 갖가지 소품에는 경주가 잘 담겨있었거든요. 굿즈 같은 건 거들떠도 안 보는 저의 지갑이 순간 열릴 뻔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구경하느라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네요.😅

향미사는 외관부터 제 발걸음을 붙잡았어요. 황리단길을 왕복하면서도 어디 한군데 못 들어가본 아쉬움을 안고, 이제 골목을 빠져나와 감포행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어요. 옆에 '경주체육관'이라는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는데 안에는 뭔가 카페 같고... 뭐지? 뭐지?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던 저를 결국은 끌어들였지요. 이곳에서도 역시나 경주라는 공간에 대한 애정을 듬뿍듬뿍 느낄 수 있었어요. 전시되어 있던 지역매거진이나 판매하는 원두 패키징 하나하나.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제대로 사진 찍어야지! 했는데.. 감포에서 김미나 대표님과의 이야기가 너무나 즐거워서, 다시 오지는 못했네요. 경주 가시는 분들은 저 대신 들러서 커피맛이 어땠는지 이야기 해주세요.

경북 경주시 감포읍

황리단길에서 5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길을 지나 드디어 감포에 도착. 황리단길에서 먹지 못한 점심식사를 하려고 근처 칼국수집에 들어갔어요. 그냥 지도에 보이는대로! 메뉴판에 '수요일은 쉽니다'라고 적혀있었는데, 일단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갔더니, 사장님께서 쉬는 날임에도 식사를 준비해주시더라고요.

젊은 타지인이 카메라 들고 다니니까 좀 튀었나봐요. 어디서 왔냐, 뭐하는 거냐 물어보셔서 저도 같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일단 칼국수 면발이 녹색인데, 뭘로 만드시냐고 물어봤어요. '시금치와 키위'를 사용해서 직접 뽑으신다고 하네요. 키위맛(?)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먹기 좋은 식감에 보기에도 좋았어요. 제가 들깨를 좋아해서 들깨를 시키긴 했는데, 해물칼국수에 해물을 듬뿍 얹어주시는 걸 뒤늦게 보고 약간 후회가 남더군요. 다음 방문 때는 해물을 먹어봐야겠어요.

여기는 방송국에서 촬영요청이 와도 사장님이 그런 거 안 하신다고 하셔서, '아, 그렇구나' 하며 이제 헤어지려고 하니 "명함은 안 가져가?" 하면서 손에 꼬옥 쥐어주신 명함. 너무나 스스럼없고 귀여우신 모습에, 감포에 대한 첫느낌도 포근했답니다.

버스 내리는 곳 바로 근처부터 '해국길'이라는 이정표를 볼 수 있어요.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어디에서 출발하지?'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특별하고 대단해보이는 것은 없지만, 소박한 시골 골목을 그렇게 한동안 걸었어요.

걷다 보면 고양이를 자주 만나게 돼요. 중간중간 고양이 밥그릇도 자주 보이고요. 마을 사람들이랑 '같이' 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여기는 아르볼이라는 카페인데(현재 네이버지도에는 예전 가게 음식사진이 올라와있는데, 위치는 맞습니다. 하지만 카페에요), 김미나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이라 이따 들를 생각으로 가볍게 패스! 이정표를 따라 '우물샘'이라는 곳도 가봤어요. 옆에 보니 고양이가 사다리로 호다닥-

멀리, 오늘의 목적지 1925감포의 모습도 보이네요. 아직 약속시간 전이지만 가봅니다.

이곳은 감포에서 실제로 운영됐던 '신천탕'이라는 대중목욕탕을 개조해서 만들어졌다고 해요. 1925는 감포가 개항했던 연도고 이제 곧 개항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죠. 그동안 이 목욕탕을 거쳐간 감포의 이야기들을 함께 아카이브하고자, 이렇게 옛모습을 살려 카페 공간으로 운영한다고 해요. 1925감포와 이곳을 운영하는 마카모디에 대해서는 곧, 비로컬 인터뷰 기사로 자세히 준비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