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신인 아이돌 그룹 TWS(투어스)의 노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유행이다. 특히 이번 3월 청량한 후렴구 선율에 맞춘 댄스 챌린지를 SNS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개학, 개강, 입학 등 새 출발을 하는 이 달에 공감할 만한 가사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처음은 설레고 좋지만, 늘 어렵다. 나의 첫 책 《배트맨 크리스천》도 그랬다. 2022년 11월, 책이 세상에 나오는 여정은 참 행복하고 벅찬 떨림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아 참, 몇 달 전 〈서사의 서사〉 3호에 실린 투고를 받는 출판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투고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유익할지도 모른다. 책이 나오고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책 왜 썼어요?”라는 직관적인 질문이 제일 많았다. “출판사 선택은 어떻게 하셨어요?” “책 쓰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이런 질문도 많았다. 이 글이 어느 정도 답이 되기를.
2021년 둘째 아이 임신으로 아내가 휴직을 했다. 가만히 쉬질 못하는 성격인 아내는 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부모교육 강사 프로그램을 수강하더니, 수강생들 글을 모은 책을 출간했다. 공저였지만, ‘저자 김연진’이 된다니 남편인 나는 기쁘기보다 배가 아팠다. 원고 작성과 투고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니 나도 할 만하겠다 싶었다.
내 글들도 모으면 책이 되지 않을까? 분량을 보니, 설교문 10~15개면 책 한권이 될 듯싶었다. 마침 교회 사역을 내려놓게 되어, 한 주에 한 챕터씩 쓰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말, 나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뭘 쓰지?’ 같은 소재로 10편 이상 글을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았다. 바로 ‘배트맨’이었다. 배트맨 영화는 정말 많이 봤고, 보면서 ‘은혜’까지 받아온 입장이라, 배트맨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엮는 것은 자신 있었다. 소명, 정체성, 은사 등 다양한 주제를 하나씩 엮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편, 매주 설교를 준비하듯이 한 주에 한 챕터씩 썼다. 총 14챕터를 썼으니 초고를 작성하는 데 넉 달 정도 걸렸다고 할 수 있겠다.
설교 예화로만 썼던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어서 짜릿했다. 지겨웠던 팬데믹 기간, 이 핑계로 배트맨 영화도 정말 많이 봤다.
한두 달은 신났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될까?’ 투고는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해야 할지, 또 기독교 출판계 상황도 궁금했다. 그러다 〈복음과상황〉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 〈출판가이드 N년차〉를 발견했다. 영상을 하나하나 공부하듯이 봤다. 기획출판, 자비출판 등 출판의 종류, 콘셉트의 중요성, 투고의 기술 등 저자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타깃층이 뚜렷해야 한다는 영상 속 조언대로 크리스천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하고, 글을 수정했다. 내 글을 읽어줄 교회 청년들을 모아 원고를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꼭 완성된 원고를 보내지 않아도 출간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출간 제안서를 만들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4차례에 걸쳐 11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토하는 데 4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출간을 진행하게 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답신이 없을 경우 …” 무응답. 탈락, 계속되는 실패. “우리 출판사와 결이 다르네요”와 같이, 왜 출간할 수 없는지 답변을 준 출판사는 많지 않았다. 접수 확인 메시지조차 주지 않은 곳도 제법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출판사들 상황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당시엔 참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5번째 투고를 위해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하던 중,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무려 출판사 대표님에게서 직접. 청년과 문화 사역에 관심이 있으니 출간을 진행해보자는 메시지였다. 와! 만세! 나의 경우 “출판사 선택을 어떻게 했나”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나도 출판사를 골랐지만(?), 출판사로부터 선택받은 것은 내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