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들도 모으면 책이 되지 않을까? 분량을 보니, 설교문 10~15개면 책 한권이 될 듯싶었다.
2024년 3월 다섯째 주: 12호
안녕하세요. 정민호입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글쓰기 모임 첫 번째 시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제가 모임 진행을 맡아서, 솔직히 많이 긴장하고 걱정했어요. ‘내가 글쓰기를 그리 잘하는 편도 아닌데, 어떻게 모임을 리드할 수 있을까’ ‘글을 아주 잘 쓰는 분들이 오시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첫 만남에 네 명이 모여 인사 나누고 대화하면서 그런 걱정을 날려 보냈습니다. 모두 비슷한 마음으로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다들 그저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이나 유익하고 재밌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글쓰기를 시도해보고 싶어서 온 것이지, 글 잘 쓰는 사람에게 배우려고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임을 준비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콘텐츠를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대화하다가도 불쑥불쑥 제 입에서 ‘글쓰기 팁’이 흘러나오더라고요. “글쓰기는 자기 탐구 과정이어야 한다” “글쓰기는 어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다. 글쓰기를 고귀한 정신노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글쓰기에서 핵심은 스토리, 섬세함, 그리고 메모하는 습관이다”. 글쓰기를 하려는 분들에게 도움 되는 말이긴 한데, 제가 하기엔 버겁고 민망한, 그야말로 글쓰기 고수들이 할 만한 멘트였죠. 제가 이러고 있다는 게 당황스러웠어요.

더 당황스러운 건 이렇게 글쓰기 동기 부여를 잔뜩 해놓고도, 막상 이번 주에 써야 할 글 두 편을 시작도 못 한 채 펑크를 냈다는 겁니다. 모임에서 다졌던 의지와는 별개로 실전에서는 실패한 거죠. 점점 나아지리라 믿고, 포기하지 않으려고요.(흑흑) 원고 집필 요청을 받고 시간 안에 보내주지 못하는 필자들 마음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 저는 제게 청탁받는 필자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글 쓰시는 여러분, 우리 힘냅시다-!

〈서사의 서사〉는 네 명의 고정 필진과 기고자들의 글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달은 특별히 다섯 번째 주에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서사의 서사》 독자분들 중에서 새롭게 소개해 드릴 분들의 글을 준비했습니다. 《배트맨 크리스천》 저자 구선우 목사님의 첫 책 집필 경험, 잉클링즈 옥명호 대표님의 〈기독교출판소식〉 복간 이야기, 문신준 발행인님의 〈엠마오〉 창간에 대한 글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오늘도 〈서사의 서사〉 메일을 놓치지 않고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세요!


첫 출간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구선우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신인 아이돌 그룹 TWS(투어스)의 노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가 유행이다. 특히 이번 3월 청량한 후렴구 선율에 맞춘 댄스 챌린지를 SNS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개학, 개강, 입학 등 새 출발을 하는 이 달에 공감할 만한 가사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처음은 설레고 좋지만, 늘 어렵다. 나의 첫 책 《배트맨 크리스천》도 그랬다. 2022년 11월, 책이 세상에 나오는 여정은 참 행복하고 벅찬 떨림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아 참, 몇 달 전 〈서사의 서사〉 3호에 실린 투고를 받는 출판사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투고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유익할지도 모른다. 책이 나오고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책 왜 썼어요?”라는 직관적인 질문이 제일 많았다. “출판사 선택은 어떻게 하셨어요?” “책 쓰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이런 질문도 많았다. 이 글이 어느 정도 답이 되기를.

2021년 둘째 아이 임신으로 아내가 휴직을 했다. 가만히 쉬질 못하는 성격인 아내는 한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부모교육 강사 프로그램을 수강하더니, 수강생들 글을 모은 책을 출간했다. 공저였지만, ‘저자 김연진’이 된다니 남편인 나는 기쁘기보다 배가 아팠다. 원고 작성과 투고 과정을 어깨너머로 지켜보니 나도 할 만하겠다 싶었다.

내 글들도 모으면 책이 되지 않을까? 분량을 보니, 설교문 10~15개면 책 한권이 될 듯싶었다. 마침 교회 사역을 내려놓게 되어, 한 주에 한 챕터씩 쓰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말, 나는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뭘 쓰지?’ 같은 소재로 10편 이상 글을 쓸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았다. 바로 ‘배트맨’이었다. 배트맨 영화는 정말 많이 봤고, 보면서 ‘은혜’까지 받아온 입장이라, 배트맨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엮는 것은 자신 있었다. 소명, 정체성, 은사 등 다양한 주제를 하나씩 엮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편, 매주 설교를 준비하듯이 한 주에 한 챕터씩 썼다. 총 14챕터를 썼으니 초고를 작성하는 데 넉 달 정도 걸렸다고 할 수 있겠다.

설교 예화로만 썼던 배트맨을 주인공으로 삼을 수 있어서 짜릿했다. 지겨웠던 팬데믹 기간, 이 핑계로 배트맨 영화도 정말 많이 봤다.

한두 달은 신났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될까?’ 투고는 어떻게 언제 누구에게 해야 할지, 또 기독교 출판계 상황도 궁금했다. 그러다 〈복음과상황〉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 〈출판가이드 N년차〉를 발견했다. 영상을 하나하나 공부하듯이 봤다. 기획출판, 자비출판 등 출판의 종류, 콘셉트의 중요성, 투고의 기술 등 저자가 되는 방법을 배웠다.

타깃층이 뚜렷해야 한다는 영상 속 조언대로 크리스천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하고, 글을 수정했다. 내 글을 읽어줄 교회 청년들을 모아 원고를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꼭 완성된 원고를 보내지 않아도 출간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출간 제안서를 만들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4차례에 걸쳐 11개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투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토하는 데 4주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출간을 진행하게 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답신이 없을 경우 …” 무응답. 탈락, 계속되는 실패. “우리 출판사와 결이 다르네요”와 같이, 왜 출간할 수 없는지 답변을 준 출판사는 많지 않았다. 접수 확인 메시지조차 주지 않은 곳도 제법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출판사들 상황을 알고 이해하게 되었지만, 당시엔 참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5번째 투고를 위해 출판사 리스트를 정리하던 중, 한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무려 출판사 대표님에게서 직접. 청년과 문화 사역에 관심이 있으니 출간을 진행해보자는 메시지였다. 와! 만세! 나의 경우 “출판사 선택을 어떻게 했나”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나도 출판사를 골랐지만(?), 출판사로부터 선택받은 것은 내 쪽이었다.

필자의 《배트맨 크리스천》(세움북스) 김연진 8인 집필한 《부모와 아이의 마음을 잇는 대화》(프로방스)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라는 질문에는 앞에서 어느 정도 답을 했다. 본격적으로 초고를 작성하는 데는 4개월 정도, 그러나 영화 〈다크나이트〉(2008)를 처음 본 시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10년이 넘게 걸렸다. 〈배트맨 리턴스〉(1992)가 기준이라면….

책을 ‘쓰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보다 더 중요한 점은, 책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이다. 책은 저자 혼자 만들지 않는다. 시간과 인력 등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 팁을 하나 주자면,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유를 갖는 김에 〈서사의 서사〉에 담긴 출판인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여유! 정말 여유가 중요하다. 이건 책이 출간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이다. 책이 나온다고 인생이 바뀌진 않으니까. 앗,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나에겐 배트맨처럼 웅장한 소명도, 강렬한 복수심도 없었다. (대신 약간의 질투심은 있었다.) 물론 세상을 구할 힘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그냥 하면 되는 줄 알고 우당퉁탕 가다 보니 첫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어쩌면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은 것 아니었을까?

구선우
목사. 대학원생.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두 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기독교출판소식 Christian Books & Life〉 복간
옥명호

  
〈기독교출판소식〉은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에서 다달이 펴내는 월간지로, 1982년 11월 1일 창간되었다. 당시 제호는 ‘기독교출판뉴스’였으며 계간지로 연 4회 발행하다가 1986년에 ‘기독교출판소식’으로 제호를 바꾸었다. 1994년 4월부터는 월간지로 전환하여 연간 12회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3년 6월(통권 393호) ‘휴간’을 선언한 뒤로 매체의 운명은 다하는 듯했다.

모름지기 ‘정기’간행물은, 일단 멈추면 다시 이어달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휴간한 이후 복간하지 못한 매체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간 1,500만 원이 넘는 손실을 계속 떠안고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지난해 7월호를 끝으로 휴간한, 사실상 폐간이 예상되던 이 매체가 놀랍게도 1년을 채우기 전에 새롭게 탈바꿈한 모습으로 부활했다.

복간(復刊). 간행이 중지 또는 폐지된 매체가 다시 출간된다는 이 말에는 ‘부활’(復活)에 쓰이는 한자가 들어간다. 현대인의 삶을 급속도로 잠식해가는 디지털 문명 시대에 점점 사라져가는 종이 매체가 부활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일 터. 독서 인구 감소와 독서율 저하, 지역 서점의 폐업 증가, 원자재(종이)를 포함한 지속적인 제작비 상승 등은 전 세계적 현상인데, 전반적인 악조건과 위협 상황에서 이 매체가 새로운 모습과 내용으로 다시 나오게 되기까지 힘을 쏟은 소수의 헌신자가 있었다. 마음을 모아 서로 기도하고 격려하면서 시간과 재정, 열정을 쏟은 ‘복간위원 4인방’의 숨은 땀과 노고를 통해, 멸종 위기에 놓인 이 매체는 새로운 콘텐츠와 변화된 디자인으로 독자들 앞에 나타났다. 과거의 단순한 ‘북뉴스’지에서 벗어나 ‘북&라이프 매거진’ 콘셉트를 장착한 〈기독교출판소식〉의 변화와 도전에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옥명호
홍성사와 IVP 편집장을 거쳐 〈복음과상황〉 편집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1인 출판사 잉클링즈를 꾸려가고 있으며 〈기독교출판소식〉 리뉴얼 기획과 편집을 맡고 있다.


서평지 엠마오의 첫걸음을 뗍니다

문신준

  
※이 글은 2024년 3월 15일 발행된 그리스도교 서평지 〈엠마오〉(Emmaus Review of Books) 창간호에 실린 ‘발행인의 말’입니다.  〈엠마오〉는 “그리스도교 출판 생태계의 활성화”를 표방하는 서평지입니다.

서평지 엠마오의 첫걸음을 뗍니다.

그리스도교 출판이 어느 때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출판계에 몸담은 이들은 여전히 치열하게, 다양한 고민을 담아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해외의 중요한 저서들, 신간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인해 절판되었던 책들을 새롭게 소개하기도 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저자들의 책을 펴내기도 하고, 새로운 저자를 발굴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수의 책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시도는 충분히 독자들과 연결되지 못한 채, 그리하여 충분한 응원과 격려를 받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지요. 엠마오는 이 모든 시도를 소중히 여기고, 한국 그리스도교 출판계라는 지형 안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리려 합니다.

서평지 엠마오는 매달 출간되는 주요 신간들에 대한 단평과 분야별 위원들이 선정한 책들에 대한 짤막한 서평을 기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좀 더 심도 있는 서평이 필요한 책의 경우 해당 책을 깊게 볼 수 있는 전문가를 의뢰해 학술 서평을 추가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주요 저서들의 저자 관련 글, 인터뷰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엠마오는 현재 그리스도교 출판계의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지형도의 역할과 그 지형의 변화와 축적된 지층들의 형태를 담아내는 아카이브의 역할을 감당코자 합니다.

모쪼록 엠마오의 시도들이 그리스도교의 풍성한 유산을 머금은 ‘따뜻한 샘’이 되어, 우리의 신앙 여정을 깊게, 더 성숙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반자가 되길 바랍니다.
문신준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여러 출판사에서 영업자, 기획자로 일했다. 사람과 책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를 배워가고 있다.


지난 호 의견💌

🗣️ 와 복상 기자님들 글 모음이라 왠지 더 포근하고 좋네요. 거기에 개인적으로 글쓰기 모임도 준비 중이시라는 정민호 기자님… 충격적입니다. 병렬독서도…. 편집장님 사진은 두 분 다 잘 나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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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강동석 | 일러스트 이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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