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샤이닝>(1980), <배리 린든>(1975), <시계태엽 오렌지>(1971),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 모든 영화들은 단 한명의 영화감독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많은 분들에게 친숙할 스탠리 큐브릭입니다. 큐브릭이 다른 영화감독들에게 끼친 영향은 끝이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필버그의 <에이 아이(A.I.)>(2001)가 아마 가장 대중적인 예일것입니다. 이 영화는 큐브릭이 작업하던 영화를 스필버그가 이어받아서 1999년 큐브릭의 죽음 이후 만든 영화인데요,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큐브릭이라는) 유령에 의해서 지도받는 기분이었다"라고 코멘트했습니다. 큐브릭의 초기 작품이자 이미 큐브릭의 훌륭함을 제대로 느낄수 있는 <킬링>(1956) 또한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1992)은 내 버전의 <킬링>(1956)이다"라고 인정하였고 놀란의 <다크 나이트>(2008)의 오프닝 시퀀스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진짜 KTX타고 가면서 슬쩍 봐도 엄청 비슷합니다...🙄)
큐브릭의 영화들 중 거의 대부분은 소설 혹은 단편을 원작으로 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샤이닝>(1980)의 시나리오를 큐브릭과 같이 썼던 작가는 "(큐브릭은) 항상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창작해내기 보다는 책을 원작으로 시나리오로 각색하는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리고 명작이 아닌 책을 각색해서 개선시키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는 <롤리타>(1962)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렇게 하였다"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역시..똑똑한 사람은 다르군요...🤔) 큐브릭은 원작을 개선시킨것뿐만이 아니라 원작을 토대로 하나하나 엄청난 영화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쭉 봤을때에 전체 필모를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 요소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큐브릭은 "내가 영화를 만드는데에 있어서 선택하는 스토리들은 의도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항상 똑같은 점이 있다고 한다면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한 전기 작가는 큐브릭이 "자기 자신을 모순시키는것에 강박적이다"라고 묘사하였습니다.
큐브릭의 영화들에는 이미지와 사운드에 방점을 찍어 대사 없이 길게 보여주는 씬들이 자주 있습니다. 이는 큐브릭이 다른 어떤 매체보다 영화라는 매체속에서 관객들의 잠재의식속 감정적 반응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시를 들어서 이야기하자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의 초반 부분을 볼때에 대사가 없음에도 누구나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도 엄청난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영화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이와 같은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느끼기는 쉽지 않죠🤔
오늘 소개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는 큐브릭의 블랙코미디적 재능을 마음껏 펼친 영화로 직전 작품인 <롤리타>(1962)에 출연했던 피터 셀러스가 또 한번 출연을 하였습니다. 큐브릭은 쉽게 만족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로 배우들, 스탭들과 심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자주 있기로 유명했지만 피터 셀러스의 경우에는 그의 즉흥연기를 격려해주며 매우 사이가 좋았고 서로를 매우 존경하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에서 피터 셀러스는 총 1인 3역으로 맨드레이크 대위, 미국 대통령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를 연기하는데요, 외적인 모습뿐만이 아니라 분위기와 발음까지 바꿔가며 연기하는 피터 셀러스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큐브릭에 의하면 셀러스가 이 중요한 역할들을 동시에 연기하게 한 이유는 "영화에서 어느곳을 봐도 어떠한 버전의 셀러스에게 세계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