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Talk!] 자가치유 고분자

 SF영화를 보면 상처를 입어도 금세 낫는 자가치유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고는 해요. 이토록 신기한 능력을 이제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바로 자가치유 고분자 소재가 개발되었기 때문이에요. 자가치유 고분자는 균열이나 손상된 기능을 스스로 치유하는 물질로, 현재 의류, 디스플레이, 우주선 등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요.

자가치유 고분자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 외인성 자가치유와 내인성 자가치유로 나뉘어요. 외인성 자가치유 소재는 자가치유 물질을 담고 있는 마이크로캡슐을 함유한 고분자로, 외부 충격에 의해 캡슐이 파괴되면 자가치유 물질이 흘러나와 손상을 치유해요. 이는 넓은 면적의 손상 부위도 치유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마이크로캡슐을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치유가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어요.

반면 내인성 자가치유 소재는 고분자 자체의 구조가 끊어지고 이어지길 반복하는 동적결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의해 결합이 끊어지더라도 스스로 재결합하는 방식으로 치유가 일어나요. 따라서 외인성 자가치유 소재와 다르게 여러 번 치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져요. 이때 치유는 열이나 빛, 기계적인 힘, 자성, 산성도 변화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여 발생하는데요. 만약 어떤 물질이 햇빛, 수분, 열과 같이 일상적인 환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극에 의해 치유가 일어나는 물질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치유가 스스로 일어나게 돼요.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크고 작은 흠집들이 생기곤 해요. 소중한 차에 흠집이 생기면 속이 상하지만, 모든 흠집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차가 긁힐 때마다 수리를 맡기거나 직접 메울 필요 없이, 스스로 복구된다면 어떨까요? 정말 놀랍고도 편리한 일이 될 거예요. 실제로 자동차 겉면에 자가치유 코팅 소재를 적용하는 기술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어요.

지난 5월, 한국화학연구원은 햇빛이 있으면 스스로 치유되는 차량 코팅 소재를 개발했어요. 고분자 구조로 이루어진 기존의 코팅 소재에 자가치유 구조 및 광열염료*를 포함시킨 것인데요. 개발된 코팅소재가 빛을 받으면 광열염료에 의해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이것이 동적결합을 활발하게 만들어 내인성 자가치유를 활성화시켜요. 실제로 자동차 모형을 만들어 실험해본 결과, 한여름 햇볕을 30분 이상 받거나 돋보기와 같은 볼록렌즈를 이용해서 햇빛을 모아 쬐어주면 30초만에 흠집이 사라졌다고 해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손상된 부분을 새로 코팅할 필요가 없어서, 코팅 과정에서 생기는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또한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나 안경 렌즈 등에도 적용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하니, 상용화된다면 정말 편리하겠네요!

광열염료*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꾸는 염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