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청년의 좌절과 고통에서 비롯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진짜 대책을 원하는 '죽은 청년의 사회' 

21일에 열린 '저출산 극복 논의를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정치인과 관련 전문가들. [연합뉴스]
<1987년>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들국화/사노라면)
 
<2008년>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인순이/거위의 꿈)

<2014년> 
아기를 낳고 결혼도 하잔 말이지?  
학교도 보내잔 말이지?  
나는 고졸이고 너는 지방대야  
계산을 좀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들어
(중식이 밴드/아기를 낳고 싶다니)
 
<2015년>
3포 세대 5포 세대  
그럼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  
(BTS(방탄소년단)/쩔어)
 
<2016년>
봄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벚꽃이 그렇게도 예쁘디 바보들아
결국 꽃잎은 떨어지지 니네도 떨어져라
몽땅 망해라 망해라
(십센치(10㎝)/봄이 좋냐)
 
<2017년>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숨이 나올 뿐
하등 희망 없는 우리 팔푼이
바보들에게 남은 가벼운 그 말
아프니까 청춘
(화나/청년, 진짜 이야기)

<2020년> 
나는 아주아주
돈을 많이 벌어서
고강동을 통째로
다 사버릴 거야
(중략)
나는 진짜 지독하게
유명해질 거야
(박소은/고강동)
※'고강동'은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이 자란 부천시 고강동입니다.
 
 지난해 출산율 0.84명, 역대 최저치. 출생 27만 2400명, 한 해 전보다 3만300명 감소. 사망보다 출생이 적어 인구 2만800명 감소(‘데드크로스’ 현상 발생). 출산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9년째 꼴찌. 2060년 한국 인구가 현재의 절반인 약 25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크리스티앙 라가르드(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2017년에 방한했을 때 ‘집단 자살 사회’라고 표현했던 한국의 실상입니다. 젊은이들이 연애ㆍ결혼ㆍ출산을 못하거나 안하는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주거 문제는 지난 수년간 끊임없이 악화했습니다.  

 정부가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올해 42조원을 책정했습니다. 그중 약 24조원이 부동산 관련 임대ㆍ융자 사업에 드는 돈입니다. 거기에는 신혼부부나 청년층 외에 일반 무주택자에게 소요되는 비용도 들어 있습니다.  

 그 42조원에는 관광 활성화 기반 구축, 게임산업 육성, 만화산업 육성, 예술 창작 지원 항목으로 된 예산이 포함돼 있습니다. 관광객이 많이 오고 게임산업이 커지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테니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사실 모든 국가 예산은 저출산 대책 예산이 됩니다. 대책이 없으니 게나 고둥이나 다 대책이 됩니다. 이런 엉터리가 청년들의 냉소를 부릅니다. 

 요즘 대선 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릅니다. 치솟은 전세ㆍ월세 비용 때문에 원하지 않는 독신주의자가 되고, 여성이 출산과 미래의 삶을 저울질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진짜 대책'의 경쟁이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 정부가 포기한 부동산 문제에 대한 각자의 답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청년들이 새파랗게 젊다는 이유만으로 가슴을 쫙 펼 수 있는, 난 꿈이 있고 그 꿈을 믿는다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세상이 다시 오기를 염원합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꼼꼼히 살핀 기사를 보시죠. 황당합니다. 
더 모닝's Pick
1. 아무도 없는 개성공단에 왜 전기를?
 지난해 1월 개성공단에서 한국 측 인력이 모두 철수한 뒤에도 한국전력이 그곳으로 전기를 공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에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뒤에도 전기를 제공한 것으로 적혀 있는 한전 내부 문서도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북한에 전기를 무상으로 지원한 게 됩니다. 왜 이토록 북한 관련 사안에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많을까요? 😟
2. 낙동강 페트병이 북한 거쳐 독도에
 낙동강 하구에서 바다로 흘러간 페트병이 3주 뒤에 독도 근처로 이동했습니다. 동해안을 타고 북한에 갔다가 독도 쪽으로 내려왔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추적하는 중앙일보 취재팀과 윤홍주 부경대 교수가 진행한 시험의 결과입니다. 강을 타고 바다로 간 쓰레기들이 일으키는 한반도 해안과 주변 바다의 오염이 심각합니다. 😨
3. 현실이 된 '여행지에서 근무'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플러스가 여행지에서의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이 제주도나 강원도 양양에 머무르며 재택 근무를 하는 겁니다. 이 회사는 좋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이 제도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속도를 붙인 변화 중 하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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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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