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으로 갔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갑작스러운 등산에 알이 배기시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오늘도 산으로 갈 준비되셨나요? 잠깐 🚧 잼있는인생 6코스 오르기 전에 오늘의 근황 토크 앞동산을 올라보기로 해요. 오늘 오랜만에 이전 직장의 사수님이 사무실로 놀러 오셨는데요! 사수님이 저보고 '여전히 싸가지는 없는데 착하다.' 이런 류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이전 직장의 다른 분께도 위 표현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표현이 좋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멤버들에게도 공유했더니 웃으며 격하게 공감했고요.(?) 이처럼 싸가지가 없는데 착한 저의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은 잼을 힘겹게 만들었던 과정을 풀어드린다고 했는데요. 사실 이번 편을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다른 이야기로 빠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왜 그동안 제가 그렇게 마주하기 힘들어했었는지 산행을 마치면 알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리하여 오늘의 등산 코스는 힘겨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 신발끈 단단히 매시고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
잼도 안 먹는데 제조'도' 너무 싫어요. 🤬
제가 만들고 있는 세계관 제조도가 싫다는 것이 아닙니다. 잼을 제조하는 과정이 저랑 정말 안 맞더라고요.  우선 잼을 만드는 브랜드 대표가 잼을 먹지 않는 것도 아이러니하기는 한데요. 사람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다 다를 수 있잖아요. 아이디어를 내거나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데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모든 활동을 정말 못하고  싫어하거든요. 오죽하면 저희 부친께서 저에게 종종 '손 👋 이 발 🦶 이냐.'라는 이야기를 하셨을 정도입니다. 이럴거면 왜 고통받으면서 잼을 굳이 만들어 판매했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겠는데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어리고 무식하고 용감했다.

고 요약할 수 있겠네요. 브랜드를 만들었으니, 실체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거죠. 철이 없었죠~
잼을 만드는 레시피는 간단한데, 만드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식품이다 보니, 당연히 기본적으로 위생을 가장 중시해야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잼을 한바탕 제조할라 치면, 신경이 곤두세워진 채로 장시간 단순노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억을 되새길수록 뉴스레터를 쓰면서 가장 힘든 날입니다.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느낌이라 현재 표정과 영혼을 상실한 채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이 험난한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고 싶은데 식품을 제조하는 일이다 보니 제조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많이 남겨놓지 않았을뿐더러 대부분 영상으로 찍어 놓은 것들뿐이네요. 영상을 gif로 변환해서 보여드려야 훨씬 보시기 편할 것 같은데, 뉴스레터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서 첨부가 안 됩니다. 😭 매우 아쉬워요. 영상으로 보시기 번거로우시더라도 꿀잼 영상이 많으니 꼭 한 번씩 클릭해주세요. 😭
잼있는인생 6코스 - STEP 1. 병을 말립니다. 과거의 저를 말리고 싶네요.

보문동에 있었던 식품 제조장에는 살균 건조기가 2대가 있었는데요. 잼 뚜껑과 병을 씻어 살균 건조하고 국자 등 식기류를 살균 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근데 뭐가 문제냐고요? 잼 뚜껑과 병을 씻어 일일이 살균 건조기에 넣는 일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오래되기도 했고 기억 속에서 삭제 시켰기 때문에 살균 건조기에 들어갈 수 있었던 병의 개수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20ml 병 200개 정도 들어갔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페어나 프리마켓을 나갈 때 대략 20ml 잼을 1,000개 정도 준비합니다. (많으면 2,000개도 넘게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럼 5번에서 10번 정도 회전을 시켜야 하는데, 병과 뚜껑을 넣어둔다고 바로 마르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날 멤버들이 모두 붙어 병과 뚜껑을 씻어 살균 건조하고 퇴근을 합니다. 출근하자마자 잼을 만들고 병에 주입하기 시작하면 다시 병과 뚜껑을 씻어 살균 건조기에 넣습니다. 이 과정을 5번에서 10번 정도 하잖아요? 세상에 없던 불만도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건 그냥 잼 제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잼있는인생 6코스 - STEP 2. 저어요. 고개를 저어요. 아니 잼을 저어요.
아래 사진은 행복하게 잼 클래스에서 잼을 젓는 이미지인데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실상은 위 제조장에서 위생복으로 무장한 채 잼을 저어야 합니다. 불이 센 화구 네 곳에 잼을 올려 제조해도 1시간에 한 팟당 겨우 100ml 5병 - 10병 남짓 나오기 때문에 하루 종일 젓고 설거지하고 말리고 돌리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제조장이 오래된 한옥 건물이라 겨울에는 우주 방한복이라고 불리우는 두꺼운 방한복을 아무리 껴 입어도 입김이 나왔고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위생복에 아이스팩을 넣고 제조를 해야 했습니다. 진짜 눈물 없이 쓰기 힘드네요. 😢
잼있는인생 6코스 - STEP 3. 잼을 병에 주입합니다. 주입님. 

잼을 끓이면 한줌 식히고 반자동 주입기에 넣고 잼을 빠르게 주입합니다. 서로의 팀워크가 중요합니다. 잼 종류별로 완성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한 쪽에서는 잼을 젓고 (잼을 젓지 않으면 바닥에 늘어 붙거든요.) 한 쪽에서는 잼이 완성될 때마다 주입기에 신속하게 넣고 주입하는 것이 생명입니다.
위에 반자동 주입기가 없을 때는 깔때기로 넣었습니다. 쓰면서도 어린 날의 제가 어이가 없네요. 귀엽다 귀여워.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데 너무 슬퍼요. 저는 사실 내적 조증이라 우울하거나 슬픔에 빠지거나 하는 성격이 아닌데, 슬프네요. 같은 건물을 쓰는 리코더팩토리 대표이자 친구인 리코가 거의 유일하게 뉴스레터가 매번 슬프다고 피드백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오열.
잼있는인생 6코스 - STEP 4. 관뚜껑 아니 뚜껑을 닫아줍니다.
100ml / 250ml 잼
20ml 뽑기잼
예~전 폰에 소리 지르면서 뚜껑 닫는 영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미 과거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100ml , 250ml 잼을 만들 때는 괜찮은데 20ml 뽑기 잼 뚜껑을 닫을 때면 손바닥에 종이테이프를 감고, 라텍스 장갑을 2-3겹씩 끼고 잠가야 하는데요. 힘을 많이 주고 돌려야 되기 때문에 아래처럼 손가락에 물집이 생기고 손바닥이 찢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냥 포기하면 되지 않냐고 하면 할 말이 없는데요. 매번 마켓에 가지고 나갈 때마다 많은 수량이 팔렸던 제품이기 때문에 당시에 저희로써는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매출의 7-80% 차지했던 제품이었던 우리를 망치러 온 구원자 뽑기 잼.)

손 모양은 오해입니다. 손바닥 부분도 빨간 거 보이시나요? 뚜껑 닫다 관뚜껑 닫을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
잼있는인생 6코스 - STEP 5. 무리 가는 마무리.
잼 뚜껑을 열 때 '뽁-' 소리가 나잖아요. 그 소리가 나게 하려면 잼 뚜껑을 닫은 후에 끓는 물에서 끓여줘야 완벽하게 밀봉이 됩니다.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죠. 잼이 다 끓으면 하나씩 건져서 말려줘야 합니다. 🤦🏻‍♀️
그리고 스티커에 유통기한 날짜를 직접 다 찍은 후 붙여줘야 합니다. 처음에는 손이 느린데, 하다 보면 거의 신의 속도로 포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00, 250 ml는 박스포장을 해줍니다. 📦

뽑기 잼은 뽑기 캡슐에 넣어 줘야 합니다. 이제 저는 너무 힘듭니다. 꿈에 나올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제가 보여드린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 단체 주문, 마켓, 페어 4년을 끈질기게 이 짓(?)을 해내다니 다시 생각해도 제가 진짜 이상하고 이해가 안 가고 독합니다. 뭘 위해 했을까요?
택배 박스까지 싸려면 뽁뽁이도 다 자르고, 박스 접고 박스테이프 붙이고 넣고 송장 붙이고. 숨이 안 쉬어지네요. 27살부터 30살까지의 저는 아마도 벌을 받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신기하고, 미련한데 기특하긴 하네요. 
잼있는인생 6코스 - 요약

오늘의 잼있는인생 6 코스에 대한 요약입니다. 위에 모든 동영상을 보지 않으셨더라도 이 영상은 꼭 봐주세요. 저의 심경이 담겨있네요. 형곤님이 제작했던 영상입니다. 
P.S
겨울이면 바깥보다 추웠던 제조장에 전날 물을 틀어놓고 갔는데도 제조장에 물이 누수 되어, 💦 1400톤(거의 워터파크급)의 물이 샌 적이 있습니다. 살다살다 수도세가 총 400만원 부과되는 경험을 했는데요. 누수라는 것을 증명해 99만원으로 수도세를 내게 되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 그 와중에 대량 주문이 들어와 주민센터에서 물을 길어와 제조 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네요. 🤦🏻‍♀️
오늘도 정상에 올라서 외칩니다 🏔 다음 화 예고

후. 지난 잼있는인생 코스 중 가장 험난했던 코스였습니다. 🏔 아직도 심장이 뜁니다. 두 번 다시 제조하고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아주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요. 꿈에 나올까 두렵기 때문에 저는 이만 하산해보겠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열심히 만든 잼을 이고 지고 마켓에 나간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야호할 힘은 없지만 무야~호 🏔 
2월 22일 월요일부터 2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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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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