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다들 지난 주말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안녕하세요,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정연주입니다. 다들 지난 주말은 즐겁게 보내셨나요? 요 며칠간의 우리나라 날씨는 정말 삶의 모든 면을 긍정할 수 있을 법한, 화창하고 화사하고 쨍한 햇살인 것 같아요! 정말 캠핑하기 좋은 날씨다, 하고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곧 장마철이 되어서 집에 콕 박혀 있게 된다 하더라도 지난 주말의 캠핑을 떠올리면 서운하지 않을 것 같아요. 더없이 캠핑에 적합했던 지난 주말의 가평천 사진과 함께 THE 군옥수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THE ULTIMATE CORN
군옥수수 두둥
저에게 캠핑은 일주일을 잘 지내게 해주는 활력소입니다. 제일 처음 장비를 알아보고 구입하던 시기는 일찍이 지나가고 이제는 갖출 것은 거의 갖췄지만, 그래도 캠핑을 다니려면 평소에 항상 놀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해요. 연휴에 원하는 캠핑장에 가려고 하면 최소 한 달 전에는 미리 연휴 일정을 파악하고 예약을 해야 합니다. 만약에 놓쳤다면? 제가 이용하는 앱에는 ‘빈자리 알림’ 기능이 있어서 오밤중에도 알림이 옵니다. ‘빈 자리가 생겼습니다!’ 그럼 갈까말까 신속하게 결정해야 자리를 뺏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화요일에 캠차레터를 쓰죠. 매주 화요일부터 지난 캠핑을 복기하면서 ‘놀고 싶다…’는 생각에 빠집니다. 그리고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보통 화~수요일이 마지노선이거든요. 어떤 마지노선인가? 이번 캠핑에 먹고 싶은 신선식품을 주문해야 할 마지노선입니다. 오늘은 뭘 먹을지 결정해서 내일은 주문해야 하는데! 그래야 캠핑 가기 전에 딱 도착하는데! 

이번 봄에 가져간 신선식품만 해도 죽순, 칼솟. 죽순처럼 질겨지기 전에 가장 맛있을 때 조리해야 해서 딱 맞춰 사는 경우도 있고, 보통 한 박스를 주문하니까 냉장고에 보관할 곳이 없어서 바로 들고 가려고 날짜를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올해 첫 예약 주문을 한 초당옥수수는 전자입니다. 옥수수는 뭐니뭐니해도 따는 순간부터 당도가 떨어지거든요! 강원도에 놀러갔다가 어제 수확한 찰옥수수를 주셔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이 정도의 신선도로 먹을 수 있다면 초당옥수수에 지금만큼 집착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달콤한 옥수수가 좋거든요.
하지만 아직 옥수수를 꺾자마자 삶을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캠핑은 올해 첫 초당옥수수를 예약 구매해서 가져갔습니다. 일단 받자마자 하나는 껍질을 후다닥 벗겨서 전자레인지에 익혀서 먹었고요. 나머지는 제대로 캠핑장에서 숯불에 구울 요량이었어요.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옥수수에 집착하는 사람의 군옥수수 제대로 굽는 법입니다. 

옥수수를 맛있게 굽는 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가이드가 많습니다. 껍질은 그대로 두어야 하는가, 벗겨야 하는가? 버터는 처음에 바를까 나중에 바를까? 완전히 굽는 데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심지어 염지 기법을 여기에 적용해서 미리 소금물에 담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옥수수를 절대 염지하지 마세요. 닭고기를 염지할 때처럼 속까지 간이 배고 촉촉해지는 일은 없습니다. 수분이 빠져나가기만 할 뿐 돌아오지 않습니다. 

1. 촉촉하게 굽고 싶다면 알루미늄 포일로 싸기
염지법은 아마 옥수수를 껍질째 구울 때 껍질을 물에 불리면 덜 탄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껍질째 굽는 이유는 그러면 수분이 가둬져서 옥수수 과육이 촉촉해지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껍질째 구워보고 싶다면 일단 껍질을 한 번 다 벗겨낸 다음(뜯지는 마시고요) 옥수수 수염을 제거하고 다시 껍질을 제자리로 되돌려서 구우면 됩니다. 이왕 귀찮은 작업을 한 김에 옥수수 과육에다 버터와 소금, 향신료를 발라서 껍질을 다시 씌우면 맛도 향도 배겠죠. 

하지만 껍질째 굽는 옥수수는 일부러 물에 불리라는 팁이 돌아다닐 정도로 껍질이 타기 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과육은 타지 않고 살아있다 하더라도 새까맣게 타버린 재는 잘 털어지지 않아요. 속이 촉촉하게 유지되었다면 더더욱 찰싹 달라붙어 있겠죠. 껍질을 벗기고 구우면 살짝 수축되면서 건조해지기는 하지만 그게 새까만 껍질 재를 감안해야 할 정도의 단점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그래도 촉촉한 옥수수구이를 하고 싶다면, 쿠킹 포일을 추천합니다. 껍질이고 수염이고 모조리 싹 벗겨낸 다음에 버터, 소금, 향신료를 쓱쓱 발라서 쿠킹 포일로 옥수수를 감싸주세요. 군고구마를 만드는 것처럼요. 그러면 다 구운 다음에 먹기 전까지 포일을 열지 않으면 온도도 따뜻하게 유지되고, 개별적으로 서빙하기에도 좋습니다. 
2. 선버터, 선소금
역시 완벽한 군옥수수를 원하신다면 이 2번, 껍질 없이 굽는 버전을 추천합니다. 베어무는 과육이 노릇노릇해지고 불향이 배어서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타지 않도록 굴리기도 용이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옥수수라면 필요한 건 오직 버터와 소금뿐입니다. 

버터는 정말 꼭 발라야 합니다. 굽기 전에 바르는 것과 구운 후에 바르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둘 다 하면 제일 좋고 하나만 선택한다면 무조건 선버터입니다. 장작불이나 숯불에 음식을 구우면 식재료에서 수분이 떨어지거든요. 그 수분이 열기에 다시 기화되면서 나무와 식재료의 맛 성분을 입은 채로 올라옵니다. 그게 음식에 배어야 숯불맛이 나는 것이거든요. 그 맛을 붙잡아두고 머금는 역할을 바로 지방이 합니다. 버터, 최소한 식용유라도 바르지 않으면 그냥 빠르게 잘 말라가는 것일 뿐일수도 있어요. 

껍질을 벗긴 옥수수에 조리용 솔로 버터를 쓱쓱 바른 다음 소금을 솔솔 뿌려서 그릴에 올리기. 아주 쉽지만 완벽한 맛을 보장하는 첫 시작이지요!
3. 불은 중약불
아주 활활 타오르는 멋지게 붙은 장작불에 옥수수를 올리면 불타는 횃불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옥수수를 삶으면 달콤한 냄새는 온 집안에 퍼졌는데 아직 다 익지 않았다고 하염없이 침만 고인 채로 기다렸던 기억이 있어요. 옥수수는 생각보다 속까지 익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과일처럼 아삭하게 먹는 초당옥수수는 그래도 밀도 높은 찰옥수수보다는 조금 빨리 익는 편인데, 그래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에 올리면 그냥 불쏘시개로 쓰게 됩니다. 

바짝 열이 오른 숯불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올린 다음에 굴려가면서 총 15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구워주세요. 돌려가면서 전체적으로 노릇노릇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토마호크나 두터운 돼지고기 목살이나 옥수수나 다 비슷해요. 천천히 오랫동안 노릇하게 구워야 썰어보니 속은 아직 생고기라 다시 불에 올려야 하는 불상사, 여차하면 죄다 태워서 ‘없던일’이 되어버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습니다. 

4. 엘요트는 바리에이션
군옥수수 마스터가 되어서 한 번에 열 개씩 구울 수 있게 되었다면 엘요트 소스를 준비해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도 좋겠죠. 엘요트는 구울 때는 똑같이 구운 다음 새콤짭짤매콤한 자극적인 크림 기반 소스와 치즈를 바르는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이라 먹고 싶은 사람이 직접 바르게 해도 무방합니다. 따끈할 때 바르면 제일 좋겠지만요! 엘요트 이야기는 작년에 발행했던 뉴스레터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숯불에 누렇게 익은 초당옥수수, 유리알처럼 새파란 하늘, 무르익은 초여름에 들어가기 직전의 나뭇잎까지. 지난 주말의 날씨는 정말 화려한 선물과 같았다고 생각하게 해준 사진입니다. 살짝 유럽에서 ‘이런 햇살이니까 어딜 찍어도 예술 작품 같구나’ 라고 생각한 시절이 떠올랐어요. 이번 주에도 징검다리 연휴가 기다리고 있지요. 주중의 스트레스를 모두 잊게 하는 즐거운 연휴가 되시길 바랍니다. 캠차레터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옵니다!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란?

캠차레터는 캠핑카로 캠핑을 떠나는 푸드 에디터가 철저한 테스트를 통한 캠핑 요리와 캠핑, 캠핑카 이야기를 전하는 캠핑 전문 뉴스레터입니다.
(‘캠’이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세요)

다양한 협업과 제휴 제안을 모두 환영합니다!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정연주 dksro47@naver.com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