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도 봄옷을 다 꺼내지 못해 아침마다 입은 옷 돌려입고 있는 에디터 E 인사드립니다. 날은 따뜻해지는데 춘곤증일까요? 초저녁부터 잠에 취해 할 일도 못하고 다음 날을 맞기 일쑤입니다. 몇 없는 꼬까옷 봄에 안 입으면 금방 더워져서 못 입을 텐데, 오늘은 꼭 꺼내놔야겠어요. 😁

오늘도 우리에게 꼭 필요할 한 장을 꺼내 왔어요. 이제 확인해 볼까요? 💌

책 읽기 딱 좋은 때잖아요?

저는 심각한 고도근시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썼어요. 그렇게 된 이유엔 어두운 데서 책을 읽던 습관이 있습니다. 빨리 자라고 부모님이 방 불을 끄면 읽던 동화책이 궁금해서 어두운데도 몰래 읽었거든요.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때 웹소설에 빠지고, 웹툰으로 넘어갔던 제가 다시 독서의 재미를 느낀 건 대학생 때 만난 해리 포터 덕분입니다. 이미 네 번째 책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나온 후였는데 두 번째 책인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부터 읽기 시작해서 이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나니아 연대기를 읽고 미국에서 잘 나가는 청소년(Young Adult) 3부작 소설은 다 읽었습니다. 그때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접했고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친구들과 고전 읽기도 도전했고요, 당시 북미 베스트셀러도 웬만해선 다 섭렵했습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그땐 제가 지금처럼 바쁜 직장인이 아니었고, SNS나 유튜브도 대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소설을 읽던 열정은 신앙서, 신학 서적, 실용서 탐독으로 이어졌다가 서서히 줄더니 이제는 노타임롱씨에서 나누는 책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읽는 책은 연 2-3권 뿐이랍니다. (아, 부끄러...) 그런 저에게 예전의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준 책이 있습니다.

소설의 경우 이런 상황이 너무나 빈번하다. 일부 그리스도인 독자들은 픽션을, 피해야 할 세속적 발명품으로 여긴다. 그리스도인 소설가들은 복음 전도의 열정이나 도덕적 열정으로 펜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다. 양극단 모두 문학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이다.

미학적 결핍은 오늘날 기독교 소설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 소설들은 대부분 평면적인 인물들과 뻔한 결말로 이어지는 특색 없는 로맨스다.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공식에 따라 집필된 기독교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의 복잡성, 상상력 넘치는 언어, 창조적 솜씨를 찾아보기 힘들다. […]

소설 읽기를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신자들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모든 소설을 단칼에 퇴짜 놓는 이들은 놀랍도록 많은 혜택을 경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현실에서는 절대 방문할 수 없는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할 기회, 우리와 많은 면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상황을 더 잘 알게 될 기회 등을 말이다. 문학 소설을 읽으면 우리의 지평이 넓어지고 삶이 풍성해진다. 그들을 통해 공유되는 감정은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우리가 온갖 연령대에 속한 사람들, 그리고 각종 지위에 있는 사람들과 참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음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

루이스는 좋은 책이 좋은 독서를 허용하고 초청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이내 주의 깊은 독서는 즉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말하는 보상은 무엇일까? 바로 즐거움이다. 루이스는 작품 전체가 즐거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삽화, 설명, 묘사, 대화가 — 이상적이기는 모든 문장이 — 그 자체로 즐겁고 흥미진진해야 합니다.” […]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독자가 될까? 간단한 답변은 그냥 읽으라는 것이다. 누구나 연습을 하면 무슨 일이든 나아진다. 운동선수들은 연습 경기에 참여하고, 음악가들과 가수들은 매일 예행연습을 한다. 독서는 많이 하면 할수록 향상되는 평생의 기술이다. 앞 장에서 우리는 독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읽을 자유’라는 관점을 채택하라고 격려했다. 거의 모든 장소에서 독서를 위한 짧은 시간을 포착할 수 있지만, 통시간을 내면 독서에 한층 더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사라지는 시간을 소셜 미디어나 TV 쇼 몰아 보기로 낭비하는 대신 한두 시간을 독서에 할당해 보자. 깊이 뿌리내린 습관을 바꾸기는 참 어렵다. 뇌가 정신 활동을 쉬어야 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힘든 하루를 보낸 후에 하는 독서는 너무 수고로운 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독서에 몰입하는 시간을 레크레이션recreation의 본래 의미를 살리는 행위, 즉 재창조적인re-creational 독서로 바라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재창조적 독서는 사람의 정신을 새롭게 한다. 페이스북 포스트를 목적 없이 훑어보다 보면 시기나 분노, 절망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생겨나기 십상이다. 독서를 통해 정신을 새롭게 하는 쪽이 낫지 않겠는가?

릴랜드 라이큰, 글렌다 페이 매티스, 『잃어버린 독서의 예술 되찾기』

웃긴 게 뭔 줄 아세요?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예술은 되찾았는데 이 책 자체는 재미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 이 책은 저자들이 추천하는 문학이라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독서라는 행위가 단순 정보 습득이 아닌 예술로서의 즐기고 누리는 이점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책이지요. 특히 문학 장르(소설, 시, 에세이 등)를 통해서요.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비신학적이고 비기독교적인 장르는 무익하다고 여기고 그와 관련한 독서를 등한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비단 독서에서만은 아닙니다. 소위 '세속적'인 문화라면 영화, 연극, 미술 작품, 음악, 대중문화를 막론하고 일단 멀리하고 봅니다. 그러나 이 책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리를 "책"(성경)이라는 형태를 통해 주셨으며, 성경은 넓게 보자면 80%까지도 문학의 형식을 띄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죠? 여러 등장인물이 있는 이야기를 통해, 시라는 형식을 통해, 판타지와 같은 예언, 예수님의 수많은 비유를 통해 복음을 말씀하시니까요. 그렇기에 문학 독서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수많은 복 중 하나입니다. 루이스의 말처럼 책의 삽화, 설명, 묘사가 그 자체로 즐겁고 흥미진진해야 하죠.

다만, 저자들은 "우리의 시각이 현대 이론들과 대중문화의 경향, 성경적 미학의 결핍으로 인해 왜곡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렇기에 독자로써 성경적 예술관을 장착하고 책을 읽기를 권장하긴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때때로 문학의 형식, 예술적 기교가 메시지의 본질을 미화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적 가치에 집중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는 가치를 좋은 것으로 수용하는 우를 범할 거라고 걱정했지요. 이런 생각은 신학 도서를 중점으로 읽을 때 강화되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문학의 형식, 작가들의 표현 방식이 왜곡만이 목적이 아님을, 방식을 통한 메시지 전달 또한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문학이 전달하는 보편적인 진리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찾고 고민하게 된다는 것도 다시 기억했습니다.

요즘 문구 덕질이 대세잖아요? 독서도 텍스트힙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유행을 타고요. 이 흐름에 힘입어 저도 다시 (비록 소설은 아니지만) 책 한 권과 예쁜 필기구, 노트를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있어요. 나에게 울림을 주는 이야기에 다시 빠져보려고요. 《해리 포터》의 결말을 보면서 예수님과 구원을 연결지어 고민했던 순간을,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속 이단에 잘못 걸려 기독교를 오해한 인쇄공이 요한계시록 마지막 구절 끝에 "그래서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네요"라고 추가해서 인쇄했다는 부분에서 깔깔거리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음 책을 골라봐야겠어요. 구독자님도 이렇게 좋은 봄날에 책 한 권 들고 나무 그늘 아래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예술에 몰입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