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 🌻 2021.07.23

3평 서점 콜링 북스는 거리두기 4단계 시기, 완벽한 오픈 시점은 없다고 생각하고, 일단 열고 채워가는 것을 생각하며 1년 전, 문을 열었습니다. 작은 공간, 팬데믹 시기에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책을 사면 총알, 양탄자 배송이 되는 이 시대 (심지어 할인도 되는!) 에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 되는 일, 또 기분 좋은 기억이 되는 일이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 무엇이 더해지면 좋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서점의 향기도 고르고, 책갈피나 포장지 등에도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예산의 한 부분을 디자인과 눈에 보이는 부분에 투자했습니다.

문을 열고 난 뒤, 그저<책방>이라는 이유로 멀리서도 찾아주는 분을 만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와도 책 덕분에 가까워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곳에서 편집하고 구성한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 어쩌면 시작에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책으로 이 정도라니!'라는 기쁨의 시간도, '아, 역시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매출이 줄었네.' 등의 시간도 거쳤습니다. 출간된지 오래된 책이 이곳을 통해 재발견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책방에서 앉아 사람을 기다리는 일, 평소 '홍길동'이란 별명을 가진 저라서 오래도록 한 곳에 있는 일이 쉽진 않았습니다. 손님을 만나 응대하는 일이, 분명 '손님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으로 느끼는 날도 있었지만, '자리를 지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언제나 말을 해야하고, 비품 정리, 서가 정리와 문을 닫고난 뒤 시작하는 메일과 기타 커뮤니케이션에 피곤이 몰려오는 경험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1인 기업, 사장 대표이기도 하니 사업자 관련 일들, 카드 기계와 '문화비 소득공제'를 위해서는 '가맹 분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멘붕이던 날 등등..)

이 장소가 이동할 수 없다면 이곳에 놓이는 책을 달리하고, 서점의 테마를, 작은 전시로 연결해서 그때 그때 보여주는 책을 조금 달리해보자고 생각하고 책 전시 형태로 이곳에 작은 파리를 만들기도 하고, 모네의 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위해 기획하고, 글을 쓰고, 책을 찾고, 주문하고, 일정에 맞춰 기다리고, 디자인을 맡기고, '일이 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모두 에너지라는 것을 일이 다 끝난 뒤에 깨닫게 됐었네요.)

그 사이 에어비앤비 숙소에 책을 큐레이션하기도 하고, 청도에 곧 문을 여는 북스테이에도 책을 선정했습니다. 이렇게 휴식과 여행의 장소에서도 읽으면 좋을 책을 제안하고 소개하는 일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미래를 상상해봅니다. 이달 원주의 한 정원에서 열어본 <여행하는 콜링 북스> 시간처럼 콜링 북스가 고른 책들과 함께 책을 읽는 장소를 달리하고, 평소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책 이상의 교류하는 시간을, 만들고 꾸준히 기록해 봅니다.

<책 뽕>을 맞은 것처럼 보낸 1년이었습니다. 단단히 홀려있던 그 시간 덕분에 

이렇게 구독자를, 손님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네요. 

일단 1년을 무사히 맞을 수 있음에 기쁩니다. 그 시간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