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보도블록 틈이나 담벼락 밑에서 조용히 자라나는 이끼를 본 적 있으시죠?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이들은 도시라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놀라운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답니다.
이끼는 수분이 부족하면 몸을 잔뜩 웅크려 성장을 멈추고 ‘잠시 멈춤’ 상태로 버텨요. 그러다 비가 한 방울이라도 내리면 순식간에 수분을 흡수해 초록빛 생명력을 뽐냅니다.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도시에서 이끼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끼의 독특한 구조 덕분입니다.
이끼는 일반 식물처럼 뿌리가 아닌 몸 전체 표면으로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해요. 뿌리는 수분을 흡수하는 실제 뿌리가 아닌 식물체를 고정하는 헛뿌리로 다른 식물과 달리 토양이 부족한 바위나 나무 위, 도시의 시멘트벽에서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렇게 이끼가 살아가는 땅에 먼지와 흙이 쌓이고 이끼 자체가 대지가 되어 야생화가 자라거나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도시 이끼 탐사 프로젝트 ‘도시에 이낀 있나’를 이끄는 김장훈 정원사는 그런 이끼가 “도시의 생물다양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도시에는 그렇게 많은 이끼가 살고 있진 않습니다. 국내에 사는 이끼가 약 1200종으로 추정되는데 도시에는 30~50종 정도만 확인되고 있다고 해요.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버틸 수 있는 종만 남은 거라고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어쩐지 도시민과도 닮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