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에선 김연서 인턴기자가 영화 <세계의 주인>과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그리고 여성백일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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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가끔 스스로 뜨끔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친구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어 바라보고 있다가, 예상 밖의 모습을 보고 놀랄 때인데요. 들통난 좁은 시야 때문에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집니다. 타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자신조차 납작하게 바라보게 되지요. 최근 관람한 🧵영화 <세계의 주인>은 한 사람이 이토록 입체적이며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입주자님은 주의하세요🔻
주인공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은 누가 봐도 늘 괜찮아 보이는 밝은 인물입니다. 모든 것이 명확하고, 확실하고, 선명한 그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영화가 전개되는데요. 주인이 마주한 균열은 반 친구 수호(김정식)이 전교생을 상대로 시작한 서명운동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서명문의 일부 문장이 틀렸다며 주인이 동참을 거부했고, 친구들은 ‘사소한’ 일로 고집을 부리는 그를 이상하게 여겼어요. 주인에게는 그를 추궁하고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익명 쪽지가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영화 <세계의 주인>은 ‘아동 성범죄’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장면의 재현도 없습니다. 그 대신 피해자인 주인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사회에서 강요하는 ‘피해자다움’과 거리가 멀고, 과거 상흔을 열심히 돌보고 있습니다. 반에서는 ‘인싸’처럼 친구들 사이를 누비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학생입니다. 동시에 가끔 과거 기억으로 괴롭습니다. 홀로 심연에 빠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인은 퍼즐 조각처럼 각기 다른 장면들로 자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괜찮아 보이는’ 주인을 통해 영화는 ‘괜찮다’의 기준을 탐구합니다. 그의 친구들은 주인에게 “너 진짜 괜찮아?”라고 재차 묻고, 그의 ‘괜찮음’을 빌미로 피해의 진위를 의심합니다. 그리고 수호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생긴 상처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상처를 사소하게 여기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수호는 얼마나 커야 상처인지, 어디까지가 괜찮은 것인지 되묻습니다. 이 장면들은 관람객에게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 대해 과연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이 세계의 주인은 나야!’라고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섬세한 시선으로 잘 그려냈습니다.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윤가은 감독은 “도망쳐 다녔던 이야기”라고 밝히며 10대 여자 청소년이 솔직하고 대담하게 성과 사랑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불편하고 힘든 요소가 침입”하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입주자님도 이 영화를 통해 윤 감독의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주최 한국여성민우회
‘돌봄’이라는 단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돌봄 노동’, ‘돌봄 육아’처럼 익숙한 장면들이 먼저 그려질지도 모릅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진행하는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는 돌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3개년 프로젝트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의 일환으로, ‘기꺼이 서로에게 연루된 우리의 경험과 변화’를 탐색하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돌봄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제43회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또 하나의 가을 소식입니다. 오는 10월 29일, 제43회 마로니에 여성백일장이 열립니다. 등단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김애란 작가의 문학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이번 백일장에서 가을의 문학 내음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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