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Season 6  vol 24. 💡2025.10.24. ~ 2025.10.30.

분홍색 없는 유방암 캠페인이 있다? 
레전드 선수에서 감독으로, 김연경
‘저출생의 덫’이 굳어지기 전에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반가우면서도 추위는 달갑지 않은 그런 시기인데요. 다들 짧은 가을을 어떻게 즐길 계획이신가요? 입맛이 싹 도는 것이 맛있는 걸 먹어보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정동길을 걷다 보니 여행을 가고 싶기도 합니다. 역시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네요🦋 

이번 주 플랫 레터도 신선하고 다정한 소식으로 구성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최근 패션잡지 W코리아가 개최한 ‘러브 유어 더블유 2025’가 강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행사는 W코리아가 2005년부터 유방암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어온 캠페인인데요. 올해는 특히 BTS, 아이브 등 유명 연예인이 나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문제는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의 행동과 행사의 전반적인 구성이 유방암은 그저 ‘들러리’인 것처럼 보이는 본발전도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축하 공연에 나선 박재범의 노래에는 ‘네 가슴에 달려 있는 자매 쌍둥이’라는 가사가 등장했고, 1군 발암물질인 술을 마시는 모습이 강조됐어요. 또 항암치료로 머리가 빠지면 무용지물이 되는 고급 헤어드라이어, 암 투병을 겪은 사람이라면 꺼리는 향수 등이 협찬 품목에 올랐습니다.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의 상징인 분홍색 리본을 착용한 인사도 거의 없었고, 행사의 색채감이나 상징물도 유방암 캠페인의 통상적인 관행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유방암 인식 향상 행사의 본래 취지는 무엇인가요. 유방은 사회적으로 여성성과 모성, 성적 이미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탓에 여성들은 유방에 생긴 질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리거나 수치스러워하기도 합니다. 남성 의사 앞에 가슴을 드러내야 한다는 이유로 검진을 꺼리는 이들도 있어요. 이러한 인식이, 초기에 발견해 생존율을 높일 가능성을 가로막습니다. 그래서 미국 암학회가 10월을 유방암 인식의 달로 지정하는 등 서구에서는 유방암을 ‘가시화’하는 운동이 대두했고, 그 상징이 ‘분홍 리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러한 본질보다는 상업적 성격이 강한 ‘핑크 워싱’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유방암 환자의 치료와 생존에 기여한다기보다는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환자들은 오히려 소외당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W코리아 행사가 논란이 된 뒤 곳곳에서는 실제 유방암 환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입주자님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2024~2025 V 리그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김연경은 배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힙니다. 각종 예능에서 활약했듯이 스타성도 뛰어납니다. 소속 구단이나 배구협회가 저지른 부당 대우 같은 것들은 스포츠 스타 김연경의 뚝심과 리더십 서사를 더욱 빛내기도 하고요. 

김연경은 지난 9월28일 시작한 배구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MBC)에서 감독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김연경이 신생 구단 ‘필승 원더독스’의 감독을 맡아 프로 제8구단 창단에 도전하는 이야기인데요. 원더독스는 7개 팀과 맞붙어 과반의 승리를 목표로 하며, 3패를 당하면 해체됩니다. 원더독스에는 프로에서 방출된 선수,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 은퇴 후 다시 도전하는 선수들이 모였습니다. 

스포츠가 선사하는 영웅서사와 성장서사가 <신인감독 김연경>을 가득 채운다는 감상평이 많습니다. 여성의 스포츠 예능이라는 점에서 <골 때리는 그녀들>(SBS), <운동뚱>(유튜브 채널), <무쇠소녀단>(tvN), <달려라 불꽃소녀>(tvN)의 계보를 잇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그동안 미디어에서 거의 드러난 적이 없던 ‘지도자로서의 여성’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신선합니다. 

올 가을, ‘배구 황제’ 김연경이 꽂아 넣은 배구 예능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경력 단절 문제가 진짜 큰 것 같아요. 제 위에 (선배가) 없는 이유가 다 경력 단절이 되면서 재취업이 안 되고. ‘나는 안 그럴 거야’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이 돼서 아기는 낳고 키워보고 싶지만….”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1년을 쓰고 복귀한 케이스를 거의 못 봤다. 그러니까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송별식을 한다. 나 말고는 쓴 사람이 아직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눈치가 보인다.”

아이가 점점 귀해지는 초저출생 사회에서는 출산과 육아의 경험 역시 주변부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보편적으로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키즈 존’ 논란과 학교가 운동회 소음 민원에 시달리는 현실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비주류가 돼가고 있다는 뜻일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한국 사회를 가리켜 ‘저출생의 덫’에 빠졌다고도 합니다. ‘저출생의 덫’은 출산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인구학적·사회적·경제적 요인들이 서로를 강화하며 사회 구성원의 출산 의향을 낮추는 구조를 뜻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출산이 비주류로 인식되면서 출산을 선택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안 낳다 보니 계속 안 낳는 흐름이지요. 

그 속에서 신혼부부는 출산을 두고 무엇을 고민할지, 출산·육아 복지를 제공하는 주체인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무엇을 어려워하고 있을지를 다룬 연구를 소개합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와 이은아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가 수행한 ‘성평등 돌봄사회를 위한 가족과 일터의 전환’ 연구(서울YWCA·유한킴벌리 지원)인데요. 플랫 입주자님과 나누기 위해 자료를 받아 봤습니다. 기사 전문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에선 김연서 인턴기자가 영화 <세계의 주인>과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그리고 여성백일장을 소개합니다🎁


🍀🍀🍀🍀🍀


📷영화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가끔 스스로 뜨끔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친구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어 바라보고 있다가, 예상 밖의 모습을 보고 놀랄 때인데요. 들통난 좁은 시야 때문에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집니다. 타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자신조차 납작하게 바라보게 되지요. 최근 관람한 🧵영화 <세계의 주인>은 한 사람이 이토록 입체적이며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스포일러에 민감한 입주자님은 주의하세요🔻


주인공 열여덟 여고생 주인(서수빈)은 누가 봐도 늘 괜찮아 보이는 밝은 인물입니다. 모든 것이 명확하고, 확실하고, 선명한 그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며 영화가 전개되는데요. 주인이 마주한 균열은 반 친구 수호(김정식)이 전교생을 상대로 시작한 서명운동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서명문의 일부 문장이 틀렸다며 주인이 동참을 거부했고, 친구들은 ‘사소한’ 일로 고집을 부리는 그를 이상하게 여겼어요. 주인에게는 그를 추궁하고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익명 쪽지가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영화 <세계의 주인>은 ‘아동 성범죄’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장면의 재현도 없습니다. 그 대신 피해자인 주인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인물입니다. 🧵사회에서 강요하는 ‘피해자다움’과 거리가 멀고, 과거 상흔을 열심히 돌보고 있습니다. 반에서는 ‘인싸’처럼 친구들 사이를 누비고,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학생입니다. 동시에 가끔 과거 기억으로 괴롭습니다. 홀로 심연에 빠지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인은 퍼즐 조각처럼 각기 다른 장면들로 자신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괜찮아 보이는’ 주인을 통해 영화는 ‘괜찮다’의 기준을 탐구합니다. 그의 친구들은 주인에게 “너 진짜 괜찮아?”라고 재차 묻고, 그의 ‘괜찮음’을 빌미로 피해의 진위를 의심합니다. 그리고 수호가 자신의 여동생에게 생긴 상처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상처를 사소하게 여기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수호는 얼마나 커야 상처인지, 어디까지가 괜찮은 것인지 되묻습니다. 이 장면들은 관람객에게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 대해 과연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이 세계의 주인은 나야!’라고 말하고 있는 이 영화는 무거운 소재를 섬세한 시선으로 잘 그려냈습니다.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윤가은 감독은 “도망쳐 다녔던 이야기”라고 밝히며 10대 여자 청소년이 솔직하고 대담하게 성과 사랑을 탐구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불편하고 힘든 요소가 침입”하곤 했다고 밝혔습니다. 입주자님도 이 영화를 통해 윤 감독의 다정하고 섬세한 시선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주최 한국여성민우회 


‘돌봄’이라는 단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돌봄 노동’, ‘돌봄 육아’처럼 익숙한 장면들이 먼저 그려질지도 모릅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진행하는 전시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는 돌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3개년 프로젝트 ‘혁명적 사랑: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고 있어’의 일환으로, ‘기꺼이 서로에게 연루된 우리의 경험과 변화’를 탐색하는 자리라고 하는데요. 돌봄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민우회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제43회 마로니에 여성백일장 


또 하나의 가을 소식입니다. 오는 10월 29일, 제43회 마로니에 여성백일장이 열립니다. 등단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가할 수 있으며, 김애란 작가의 문학 강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일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면 이번 백일장에서 가을의 문학 내음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메일함에 뜬 '워맨스 모르시나요' 보고 깔깔깔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워맨스 모르냐 느그들!! 금요일 아침 웃음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연서 인턴기자님도 화이팅입니다!!

👤 안녕하세요 플랫팀 언니야들! 멋있으면 다 언니! ㅋㅋ 저는 독일에 살고있는 독자입니다. ‘있어도 못쓰는 제도‘ 꼭지 너무 억장이 무너지네요. 유/사산 휴가 급여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봐요!! 저는 사실 7월부터 중증 우울증 때문에 병가쓰고 지금까지!!! 월급 70%를 보험에서 보장해주며!!!! 사장님은 저를 안 짜르고 동료들과 입모아서 계속 건강해지면 돌아오라고 해주고 있거든요!!! 우울증 진단부터 치료와 일자리보전 등등 지금까지 제가 제 돈 쓴 건 진짜 0원이고 다 보험처리되고… 이런 점에서 독일의 사회보장 시스템과 분위기에 참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진짜 그 아무도!!!!! 저에게 이런저런 제도들 사용하는걸 눈치 하나 안주고 오히려 상담 해주고 찾아봐주고 장려해요. 음 살다가 아플 수 있지. 음 너의 권리니까 맘껏 써. 음 외국인? 평사원? 상관없지 너 독일 신분증 있고 독일 보험금 내잖아. 이런 모드.. 요약하자면 저는 독일의 이런 전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이 참 부럽습니다. 이런 점만큼은 한국도 빨리 개선되어 내 친구 언니 동생들이 지금보더 더 더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직접 겪으니까 더 와닿네요 ㅠ 아픈 거를 죄송하게 만드는 이 사회 분위기… 특히 유/사산 자기 몸으로 겪을 일 없으니까 유난이라 여기는 저능한 남성들…싹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독일 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이게 몇십 년만에 다시 타는거+길이 낯설고 교통표지판도 낯설고 해서 맨날 누구랑 같이 가는 거 아니면 잘 안탔어요. 그러다 집-우울증 치료 센터까지 걸어서 20분/자전거 8분 거리를 한달간 매일 다녔는데요. 그게 참 모르는 새에 연습&자신감이 되어서.. 방금도 걸어서 30분/자전거 10분 거리 첨 가는데 가서 중고거래 하고 왔답니다 하하하 뭐든지 하는 만큼 느는거 같아요. 많은 여성 친구들에게 자전거가 익숙해지고 취미가 되는 날이 오기를! 

👀 From.Flat 

📣 플랫 레터로 웃음을 드렸다니 정말 기쁩니다😎... 역시 웃음이 제일 중요하죠. 앞으로도 무미건조하게(?) 더 많은 웃음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독일에서 플랫을 챙겨 주시는 김모 독자님의 응답도 참 감사드려요. 이래서 연구자들이 국가 간 비교 연구를 하나봐요. 각 사회의 여건과 맥락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어떤 이상향을 설정해야 하는지 영감을 주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독일이 아무리 자전거 천국이라지만 안 타던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면 긴장이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독일에서 자전거 조심히 타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길 응원하겠습니다🚲💖

🌹10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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