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나눕니다.

생동하는 존재들 사이로

님, 어느덧 6월 마지막 목요일에 다다랐습니다. 하루 가뿐히 시작하셨나요? ‘나들이’를 주제 삼아 곁에 도착한 《AROUND》 101호도 즐거이 읽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맘때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기상 예보를 듣다 보면 꼭 등장하는 말이 있죠. “나들이하시기에 좋겠습니다.” 앞선 내용들을 무심히 듣다가도, 그 말이 들리면 ‘외출해야겠다!’ 하며 헤실헤실 미소가 흘러나옵니다. 그 길에서 누군가는 비가 와도 우산을 야무지게 쥐며 걷고, 못 보던 길을 발견했다면 방향을 시원하게 꺾어요. 도심이든 자연이든 사람 또는 반려동물과 함께 충만한 시간을 나누기도 하지요. 그 시간 덕에 작고 아름다운 풍경으로부터 살아있음을 감각하고, 삶의 의미를 조금은 알아채게 됩니다. 끊임없이 생동하는 존재 사이로 ‘폴짝’ 뛰어드는 나들이, 여러분의 것은 어떤 모습인가요? 코끝에 닿는 꽃 내음이나 바람 한 점에 쉬이 상쾌한 마음이 되는 6월 마지막 레터에서는, 《AROUND》 101호 속 뮤지션 한로로의 이야기를 꺼내둘게요.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어느 날 우리 앞에 불현듯 등장한 뮤지션 한로로는 초봄의 미약한 햇살이라도 기다리던 가냘픈 청춘들 마음에 ‘입춘’을 보냈다. 그는 알지 못해 괴롭고 불안해서 흔들리는 존재들의 어느 날을 부르기 위해 말의 모서리를 연신 매만졌다. 우리가 맞잡은 손 위에 자신의 것도 포개며 내뱉는 가사가 솔직하지만 따갑지 않은 이유다. 뙤약볕이 쪼아대는 여름 한복판이 무슨 문제랴. 한로로와 그의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은 넓은 들판에 모여 같은 가사를 힘껏 읊다가, 마침내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사랑을 증명한다. 볕을 이기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로로를 듣는다.

제게 여름은 뮤지션 한로로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는 반가운 시기로도 느껴져요. 이미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이름을 봤어요.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나 봐요. 그래서 페스티벌도 많아지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거죠. 어떻게든 인생에서 쉴 구석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더운 계절이어도 그 순간만큼은 열정적으로 즐기기 위해 모인 걸 알기 때문에, 관객들의 여름을 최대한 예쁘고 즐겁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제 일조로 겨울 즈음 ‘올여름 진짜 재미있었는데!’라고 돌이켜 본다면 기쁘잖아요. 사실 페스티벌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무척 긴장했어요. 가창력 평가받듯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서니 좀 딱딱해 보였겠죠? 지금은 더 놀아보려고 해요. 자유롭게 방방 뛰거나 소리를 지르고, 떼창을 유도하고 물도 뿌리고… 재미와 흥미로움, 편안함까지 줄 수 있는 요소들을 챙기려고요. 관객들이 재미있으려면 제가 먼저 즐거워야 한다는 걸 매해 여름 배워요.

 

그러고 보니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죠? 

맞아요. 지금처럼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드디어 시작된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이 계절을 또 어떻게 보낼지 설레요. 물론 오늘처럼 초록색이 가득한 풍경이 제일이지만,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지고 초록 잎이 살짝살짝 피어난 풍경은 그 다음으로 좋아요. 초록 잎이 60퍼센트, 벚꽃이 40퍼센트 정도 섞인 때 있잖아요(웃음). 봄에서 여름으로 탈피하는 것 같은 바로 그때요. 저는 여름은 그 어느 계절보다 좀 열심히 살고 싶어져요. 어떻게든 저 태양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쨍쨍한 햇빛에 지기 싫어요.

 

(중략) 다수의 싱글과 앨범 [이상비행], [집], 최근 곡 ‘나침반’까지 듣다 보면 전하는 메시지의 중심은 같되 대상은 확장된 것처럼 보여요. 직접 들려줄래요?

가면 갈수록 세상이 서로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기 쉬워지는 게, 개인적으로 너무 싫거든요. 저마다의 어려움이나 아픔, 슬픔을 끌어안으려 하지 않고 배척하면서, 혼자만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에요. 혼자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이니까 혼자 위로하지 못하는 부분을 또 다른 존재들이 보듬어 주는 게, 공동체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인류가 형성될 때부터 뿌리내린 생존 법칙 중 하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 연대가 필요하고요. 제 노래들이 초반에는 나의 아픔 그리고 너의 아픔을 말했다면, 이제 우리의 아픔으로 이어지면서 그걸 해결할 방법이 결국에는 사랑이라 말해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네요.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가끔은 저도 이 세상에 혼자 남아 있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어요. 

 

그렇다면 노래로 말해온 ‘사랑’이란 뭘까요? 

(잠시 고민한다.) 연명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요? 사랑은 삶을 이어지게 하는 필수 요소 같아요. 저는 제가 아끼는 사람들을 보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싶어서 살아요. 연인이든 친구든, 내가 애정을 품은 존재들이 보고 싶어지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또 다음 날도 기대하게 되잖아요. 누군가에겐 이 초록색 풍경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년 여름엔 어떨지, 그때까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싶을 수도 있고요. 삶의 장면 하나하나를 포기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게 제가 정의하는 사랑인 것 같아요. 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질문이긴 하지만요. 

 

누군가에겐 막연하게 느껴지는 단어일지도 몰라요. 힌트 삼아 일상에서 사랑을 감각할 때를 들려주세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가능할 거예요. 저는 얼마 전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웃으며 노는 아기들을 보는데 마음이 따사해지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위해 온전하고 따뜻한 나날들을 만들고픈 기분이 들었어요. 

한여름 뙤약볕보다 힘센 사랑을 품은 한로로와의 대화가 마무리될 무렵, 그에게 훌쩍 떠나보고 싶은 곳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산책보다는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여행보다는 낯섦이 주는 긴장감이 덜하도록, 대충 짐을 챙겨 향할 수 있는 어딘가로요. 촬영을 제외하곤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한로로는 가까운 곳부터, 오랫동안 들고 다닌 백팩 하나만 가득 채워 떠나고 싶다고 답했는데요. 그 길에 곁들이고 싶은 몇 가지 노래도 알려주었답니다. 여러분께 살짝 귀띔해 둘게요.

나들이 나서는 길에 꺼내 듣고 싶은

한로로의 추천 음악과 노랫말

1. 한로로 ‘생존법’

넌 나를 사랑해 줘야 해

슬프게도 반짝이는 소멸 직전의 별처럼

넌 나를 사랑해 줘야 해

평범하길 빌어왔던 내일이 없을 것처럼

2. Wave To Earth ‘사랑으로’


나의 작은 마음도 그 안에 자란 나음도

부서지고 굳어지고 녹아내리고나면

그제서야 보이는 나의 영원

3. Salyu ‘Glide’(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OST)

I wanna be just like the sky

just fly so far away, to another place

I wanna be just like the wind

just flowing in the air, through an open space

코엑스에서 열린 5일간의 〈2025 서울 국제도서전〉, 어라운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가는 이들을 분주히 맞이했습니다. 사람과 책, 그 둘을 하나로 아우르던 사랑이 풍요롭던 그곳에서 어라운드 부스를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해요. 생경한 얼굴들이 같은 책을 사이에 두고 반가움과 기쁨으로 물들어가는 소중한 장면을 여러분 덕분에 마음속에 담았답니다.

온 마음으로 부스를 꾸리고 운영한 매거진팀 동료들의 짤막한 인사를 끝으로 올해의 도서전을 매듭지어 보려 해요.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인사를 전할 테니 그때는 더 반갑게 대화 나눠요, 우리.

요나의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 리뷰 영상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는 2018년 《재료의 산책》 출간 이후, 요나가 차분하게 산책해 온 숱한 계절을 다시 한번 매만지며 제철로 안내하는 책입니다. 어라운드와 함께 올해 초 출간 직후, 바로 재쇄에 들어갈 만큼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요. 이 책의 글쓴이이자 사계를 따라 먹거리를 짓는 요나 작가가 유튜브 채널 ‘재료의 산책’을 통해 도서 리뷰 영상을 공개했답니다. 두 번째 책을 만드는 과정과 한 권에 담긴 구성과 의도, 사진과 글을 채우던 마음을 직접 서술하는 그에게 귀 기울여보세요. 영상을 본 후, 《재료의 산책, 두 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버튼을 통해 더욱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얼마 , 낮의 길이가 가장 때를 일컫는 절기하지 지났지요. 정오의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시기이자 쏟아지는 햇볕도 무수한 그 날을 지나면 영원할 것만 같던 한낮도 조금씩 짧아집니다. 다음 계절이 느긋이 오고 있다는 증거지만, 여전히 더위가 기승이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시길 바라요.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의 지난 걸음 전하고픈 이야기를 안고 찾아올게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에 만나요!

토크 리뷰 | 어라운드는 어떻게 100권의 매거진을 만들었을까?


지난 4월 중순, 어라운드 100호의 출간을 기념하며 로컬스티치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지요. 김이경 편집장, 이명주 에디터가 함께한 매거진팀 토크 ‘어라운드는 어떻게 100권의 매거진을 만들었을까?’를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어라운드’라는 회사가 싹을 틔운 때부터 지금까지의 걸음, 어라운드 동료들이 일하는 법과 《AROUND》 제작 과정, 그 뒷면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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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콘텐츠로 교감하며 이야기를 넓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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