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 신간 소개 코너가 있다 보니 저희 편집부 사무실에는 항상 새로 나온 건축 책들이 서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와! 이 책도 재밌을 거 같고 저것도 읽어야겠다!' 이런 마음은 언제쯤 다 실천이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오래 붙잡고 읽어야 하는 책은 직접 구매를 하고, 주말 동안 가볍게 빌려 읽을 수 있는 책을 주로 회사의 서가에서 꺼내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공간서가의 『가가묘묘』 같은 책이요! 이번 주말에는 『르코르뷔지에 미워』를 읽어보려 합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Projects
나무호텔
설계 정재헌 + 모노건축사사무소

광나루역 인근 다소 어수선한 길목 한가운데에서 눈에 띄는 육중한 매스, 나무 호텔입니다.
돌과 물, 빛과 소리 등이 밀도 높게 디자인된 건물의 진입부는 방문객을 오늘 머물 ‘집’으로 따스하게 안내합니다. 건축가는 복잡한 거리에서 벗어나 구별된 다른 공간으로 가는 짧은 여정을 생각하며 자연의 재료들을 세심하게 배치했다고 합니다.
나무 호텔의 객실은 면적과 구조, 가구의 배치가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의 방에 발코니가 있어 외부와 연결됩니다. 이용자들은 시각적으로 보호받으면서도 도시 풍경을 바라보고 계절과 날씨, 햇빛과 바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동탄 야누스
설계 김동진 + 로디자인

두 얼굴을 가진 건물, 동탄 야누스는 동탄의 신리천 카페거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물의 남측은 신리천을 배경으로 잔디밭 공원의 시원한 조망을 가지는 한편, 북측에는 길 양옆으로 소규모 카페와 식당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대지 바로 앞에는 커다란 노상 공영주차장이 있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건축가는 남쪽으로는 내부 공간을 크게 열어 멀리 있는 자연을 끌어당기고, 북쪽으로는 가로로부터 거리를 두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두 개의 이질적 욕망을 건축의 상반된 얼굴로 담아내고자 고민했다고 합니다.
최근 북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건물이 있죠. 한옥과 양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 +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입니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 지어진 양옥을 리노베이션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만들고, 북촌에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이 작업은 원오원 아키텍스 최욱 건축가가 맡았습니다.
두 필지는 레벨 차가 상당히 있고, 높이 6m쯤 되는 축대가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도로변에서 양옥이 보이질 않았다고 해요. 축대를 헐어 양옥의 숨겨져 있던 모습을 드러내고 두 공간을 연결하면서 도로변에서 보이는 한옥과 양옥이 만드는 인상적인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풍경이 됐죠. "본래 있던 것으로 동네에 기여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리노베이션에 관해 최욱 건축가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설화수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욱 건축가뿐만 아니라 조경, 인테리어, 운영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 여러 팀이 협업해 만들어졌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고, 성공적인 브랜드의 공간을 탄생시킨 설화수 크리에이티브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Books
작년 말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20인이 의기투합하여 『건축의 정석: 건축대학에서 무엇을 배울까』를 펴냈습니다.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어떤 것들을 공부하는지 엿볼 수 있는 문답 형식의 책인데요. 마치 독자들이 학부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듣듯이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가이드합니다.

pp. 25-27
"건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콘셉트'입니다. 그런데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정의되지 않습니다. 교수님은 교수님대로 선후배나 동료는 동료대로 쓰임이 제각각입니다. 
...
콘셉트는 목적과 방법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목적은 누군가가 원하는 것이고 방법은 목적을 얻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입니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수단이 여럿 있을 때 유사한 일단의 그룹으로 묶고 그것에 이름을 붙이면 콘셉트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콘셉트'라는 단어의 건축적 사용을 설명하는 것처럼, '건물 짓는 것 배우겠지' 이런 막연한 생각 넘어서 건축과에서 보고 듣고 말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학생의 눈높이에서 설명합니다. 책을 기획한 남수현 명지대학교 교수를 만나 그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이달의 신간

대놓고 하는 유쾌한 거장 뒷담화

『르코르뷔지에 미워』

요시다 켄스케 지음, 강영조 옮김, 도서출판 집 펴냄

건축에 이론이 필요한가

『비판 대 탈비판』

마이클 헤이스 외 6인 지음, 이경창 외 3인 옮김, 아키텍스트 펴냄

Interviews
젊은 건축가 인터뷰 시리즈 '오늘의 건축가'
13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오헤제 건축사사무소입니다.
이해든, 최재필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일본 유학 생활까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부부 건축가입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핑퐁하는 대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촌에 있는 한옥을 사무실 겸 집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일과 생활을 함께 담는 공간과 워라밸에 등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왜 빨간 선으로 그리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일본에서 일할 때, 도면에 빨간색 펜으로 수정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는 빨간 선이 기존의 것을 수정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이 드로잉들도 사진을 그대로 묘사한 게 아니고 기존 도시 구조에 약간씩 변형을 주거나 디자인을 가미한 거예요. 한 장소에서 무엇을 봤는지, 채집할 대상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내 것으로 가져올지에 대한 중간 과정으로 드로잉을 해요. 결과물을 잘 표현하고 설명하기 위한 드로잉이 아니고,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것이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으로서의 드로잉이자 일종의 디자인 과정이에요.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공간이 물건, 사람, 시간과 함께 어떻게 쓰일지 고민하는 작업으로 드로잉을 하고 있어요. 일종의 장소화인 셈이에요." by 이해든

Exhibitions

이탈리아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이자 독립 잡지인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의 국내 첫 전시가 한남동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잡지 「토일렛페이퍼」는 ‘쉽게 쓰고 버리는 화장지처럼 누구나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콘셉트로 글과 광고 없이 오롯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되어 전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토일렛페이퍼의 본사 스튜디오를 서울로 그대로 옮겨와 재현했다고 해요. 전시는 3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1-2>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막과 4막은 3 17일부터 4월 24일까지 개최될 예정입니다전시 제목의 즈즈즘은 의도적인 철자 오류로, 전통적 표현을 비전통적이고 실험적인 배경에서 선보인다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외 작가 15명(팀)이 참여하여 드로잉, 회화, 조각 등의 작업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3월 6일까지.

100년 전 러시아에서 활동한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회화 작품 75점을 볼 수 있는 전시 <칸딘스키, 말레비치&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즉흥’ 시리즈,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선보인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현대 사진과 광고 디자인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대형 회화 등을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4월 17일까지.

💌 A Note from the Editors
꽃샘추위도, 코로나도 매서운 요즘입니다. 이렇게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시간은 정직하게 흐르고 벌써 3월이네요. 저는 요즘 편집부에서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있어요. 이번 3월호를 마지막으로 월간 SPACE(공간)를 떠나요. 그동안 많은 분들을 뵙고 많은 공간을 가며 값진 경험과 큰 배움을 얻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해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세요! 안녕 👋😄

from E
@eeeunhw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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