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간절해지는 무더위의 연속입니다. 최근에 소소하게 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보리차를 냉침으로 해서 마시고 있는데요. 그냥 물보다 갈증도 훨씬 잘 해소되고, 마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다들 무더위를 이기는 각자만의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바이브 하면 폼페트, 폼페트 하면 바이브 8월 폼페트 뉴스레터 주제, VIBE 시작합니다.

최애 음악이라··. 도저히 하나만 꼽을 수가 없어 아예 플레이리스트로 가져왔다. 2022년 상반기 결산, 총 22곡의 칠한 무드 그득한 '바이브 앤 칠' 플레이리스트.

《 Song List 》

01. Trees - Maude Latour
02. EXPIRATION DATE - MICHELLE
03. Envy - Ogi
04. reprise - Yaya Bey
05. orange juice - BETWEEN FRIENDS
06. Good Nature - D'Sound, Pher, Cory Henry
07. Why We Speak (feat. Q-Tip, Esperanza Spalding) - Robert Glasper
08. Never Gonna Be Alone (feat. Lizzy McAlpine, John Mayer) - Jacob Collier
09. The Room (feat. Devin Tracy) - Flying Lotus
10. Please Do Not Lean (feat. BADBADNOTGOOD) - Daniel Caesar
11. Out Loud (feat. Kehlani) - Syd
12. Call Me - Chxrry22
13. Another - Muni Long
14. Such A Thing - Alex Isley, Jack Dine
15. Skin Tight (feat. Steve Lacy) - Ravyn Lenae
16. Thinking Bout You (feat. Joji) - rei brown
17. Here With Me (feat. Anderson .Paak) - Mary J. Blige
18. Hotline - bLAck pARty
19. DEAR MISS HOLLOWAY - easy life, Kevin Abstract
20. Disappointment (feat. Rxseboy) - Sarcastic Sounds
21. LAst dAy oN EaRTh - Tai VERDES
22. Always Saying Goodbye - Satchy 

석양의 무법자, 존 윅, 북촌방향.

프랑스 대학의 영화과 첫 수업은 여느 대학처럼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한다. 한 학기 수업 계획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명씩 돌아가며 가장 좋아하는 영화 세 편과 그 이유를 말하는 것으로 자기소개를 대체하겠다고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첫 수업에서부터 머릿속에 지진이 일기 시작했다. 수많은 영화들이 스쳐 지나갔고 어떤 영화를 골라야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장 뤽 고다르는 뭔가 뻔하고,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너무 억지스럽고. 데이비드 린치는 너무 마니악 해 보이겠지. 한국인이니까 박찬욱? 씨네필처럼 보이게 구로사와 아키라? 한 편도 정하지 못했는데 교수와 눈이 마주쳤고 그는 내게 어떤 영화를 골랐냐고 물었다. 머릿속이 하얘진 나는 침을 삼켰고 떠오르는 대로 나열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석양의 무법자), 존 윅 시리즈 그리고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교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그 이유를 물었다. 일단 영화를 고르고 나니 이유는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재미라는 게 개인차가 있지만 결국 우리가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재미에서 시작한다. 고전 웨스턴의 정형화된 플롯 구조를 비틀어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던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는 어린아이였던 내가 손에 땀을 쥐고 본 첫 영화였다. 작은 몸으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방방 뛰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리프의 눈빛에 이끌려 다녔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The Ecstacy of Gold가 흘러나오며 투코 역의 엘리 웰러치가 공동묘지를 뛰어다니던 그 장면에서의 희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나는 영화가 주는 원초적 재미의 매력에 빠져버린 것이다.

<존 윅>은 관객들에게 판타지에 가까운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관철시키는 힘을 가진 영화라 생각한다. 누가 현대의 뉴욕에 그렇게 많은 킬러들이 존재할 거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더 이상 이 전에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이 허황된 설정들이 현대의 이미지에 그 어떤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흘러가는 것을 보면 영화는 우리가 꿈을 꾸는 곳이고 우릴 믿게 만들 힘을 가진 매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촌방향>은 재미라는 개념의 확장을 시켜준 영화였다. 꼭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한 영화만이 재밌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가 불러일으키는 수치심에서 오는 묘한 쾌감 또한 충분히 재미의 범주 안에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사람에게 바톤을 넘겼다. 나의 발표 이후로 모두 자기가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와 <덤 앤 더머>, 장 르누아르의 <위대한 환상>과 <어벤저스>가 나란히 이야기되는 경험은 꽤나 신선했다. 자신의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영화와 사랑에 빠진 순간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눈빛은 너무 아름다웠다. 어색했던 강의실의 분위기는 눈 녹듯 풀렸고 아직까지도 이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이 언제 영화와 사랑에 빠졌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존 윅> 2014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북촌방향> 2011

감독 홍상수

📖 「칼 세이건의 말」 - 칼 세이건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소울 디바 Patrice Rushen의 ‘Forget Me Nots’, 박수를 치게 만드는 인트로 드럼 위에 그루브한 베이스 라인이 일품인 소울 디스코 트랙이다. 가끔 가사를 찾아 번역해보곤 하는데 이 음악의 가사를 번역했을 때 인상 깊었다. Forget Me Not을 번역하면 ‘물망초’이고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고 한다. 의미를 알고 들으니 더 와닿았다. 자주 플레이하는 트랙 중 하나이기도 하다.

Q4. GYUSCO's PICK

📍 PLACE  "집" - 집이 최고...

🎵 MUSIC  "DISCO & JAZZ" - 신나고 싶을 땐 DISCO, 조용히 있고 싶을 땐 JAZZ

🎬 MOVIE  "패터슨" - 반복되는 일주일 속 소소하게 벌어지는 일들이 인상깊은 영화.

📖 BOOK  "음반의 역사" - 음악의 기록, 레코드의 기원을 알아보고 싶어 읽은 책. 플레이트레코즈의 이름도 이 책을 읽던 중 생각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