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영은 작가입니다.

저는 서울을 기반으로 2017년 첫 개인전 <Pulse>이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신진작가입니다, 매 순간 우리 곁에 존재하는 빛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영원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Los Angeles Convention Center 에서 열린 ‘LA Art Show’ 참여를 시작으로 부산에 위치한 아바니센트럴호텔 로비에서의 개인전과, ‘아시아프 2020’, 대구와 서울에서 동시 개최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의 ‘아트인터뷰페어’ 등의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찬찬히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자투리 화선지에 먹과 물감이 번지는 과정을 흥미로워하며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하던 아이였고, 주말에는 어머니와 함께 전시를 보러 갤러리와 미술관을 따라다니곤 했는데 한국화가이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쩌면 자연스레 이 길에 접어들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1993. 어머니와 함께 ]

[ 1997. 어머니 작품 앞에서 한 컷 ]
‘빛’과 여백
빛이 없는 세상에선 자연도,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빛은 제 작품 세계관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여백의 공간에 은유적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 빛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들 ]

[장영은, 편린, 광목에 채색, 61x73cm, 2017.]

[장영은, 편린, 광목에 채색, 45x45cm, 2016. | Sold out]

[장영은, 여름빛 편린, 광목에 채색, 45x45cm, 2016. | Sold out]

[장영은, 여름빛 편린, 광목에 채색, 45x53cm, 2016. | Sold out]

동양에서 여백이란 비움의 아름다움으로, 무엇이던 담아내며 상상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으로 설명됩니다. 때문에 저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여백을 남겨두어 빛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백의 표현은 늘 마음속에 빛을 간직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에도 우리 안에 반짝이는 힘이 있음을 잊지 말자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답니다. 

감상자분들께는 물의 표면에 비친 하늘과, 기분 좋게 맑은 날의 구름 등 다양한 시선으로 다가갔다고 해요. 이와 같이 여백은 비워져 있음에도 절대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 빛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들 ]

[장영은, Puls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 91x73cm, 2017.]

[장영은, Pulse, 광목에 채색, 53x72.7cm, 2016.]
'푸른 자연'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힘

[장영은, Rain or Shin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 100x80.3cm, 2019.]
일상은 변화했습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힘들어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많으시죠. 저 역시 지치고 무기력했던 시간을 작업으로 이겨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그 품으로 들어가 보곤 했습니다. 자연은 여전히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를 품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가 나고 언젠가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언제나 저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영감의 원천이 되어 준답니다.

작품 전반에 나타나 있는 푸른색 또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으로 하늘과 바다, 산의 빛깔을 품고 있는 자연이 함축된 색이랍니다. (자세히 보시면, 청색에 초록빛의 옥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색감을 확인하실 수 있어요)

이처럼 자연은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어쩌면 짧고도 길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갈 지혜와, 또 나아갈 힘을 안겨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대상인 것 같습니다.

[ 장영은, Dear Natur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 17.8x12.7cm, 2020. ]
<Dear Nature> 시리즈 작품판매수익 발생시
 자연보전기관에 일부금 기부됩니다. 




스미고 번지는 아름다움, '수묵'
처음으로 보내드리는 아티스트 레터인 만큼, 작품 전시 중에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인 기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려 볼까 합니다.

자연을 담은 푸른 색감의 작업과 수묵 작업은, 염색기법이 아닌 동양의 발묵 기법을 사용한 작업들입니다. 발묵법이란 먹물이 번져 퍼지게 하는 기법으로, 유화에서 물감과 기름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먹과 물을 사용한 기법입니다.

동양에서 ‘수묵’의 먹색은 깊고 차분하며 가장 고귀하고 품위 있는 색으로, 개인적으로는 ‘검정(Black)’이 지닌 고유의 어둡고 강렬한 느낌의 한계를 초월한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먹은 그날의 감정에 따라 맑기도 하고, 어둡게 표현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에 번지며 스미는 특성 덕에 수정이 불가한 예민한 작업 재료라, 작업 중엔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지만 그만큼 일률적이지 않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묵은 물의 재료적 본성을 얼마만큼 이해하며 사용하고, 배제하였는지에 따라 그 위상이 천차만별로 나뉩니다. 물은 작업 시작서부터 끝까지 개입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증발하여 그 흔적을 감추게 됩니다. 이처럼 물의 재료적 특성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생명체가 물을 빨아들여 생존의 에너지를 얻어 생장해 나가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자연으로 깊이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소득을 담보로 하지 않는 고루하고 옛 것'이라는 인식을 깨며, 먹을 사용한 그림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차차 작업으로 보여드리고 싶답니다.

[장영은, Rain or Shine, 광목에 수묵 그리고 바느질,107x380cm, 2019.]

[장영은, Pulse, 광목에 수묵 그리고 바느질, 45x53cm, 2018. | Sold out]


[장영은, Rain or Shine, 광목에 수묵 그리고 바느질, 90.9x72.7cm, 2019.]




[ My Inspiration ]

1.

부러진 버드나무 가지를 봐도 그렇다.
 
다른 나무보다 훨씬 빨리 수액이
굳어지고 생채기가  아문다.
 
그것이 바로 버드나무의 힘이 아닌가 싶다.
 
부드럽게 가닥가닥 풀어지면서도
껍질 속으로는 무섭게 내공을 쌓아가는 나무다.
 
삶의 가지 하나가 부러져도 어쩔줄 몰라하며
부러진 가지 끝만 바라보는 우리들에 비해
 
버드나무는 참으로 의연하게 제 몫을 꾸려간다.
 

-정성화 시인님의 「버드나무」 중에서
2.

[ 2018 늦겨울. 성북구. 직접 촬영한 울퉁불퉁 버드나무 가지에 돋은 겨울눈]

[장영은, Rain or Shine, 광목에 수묵 그리고 바느질,107x380cm, 2019.]
3.

[ 2019 가을. 도봉구. 직접 촬영한 버드나무 ]

[ 2019 가을. 창포원에서의 버드나무 드로잉 ]

[장영은, Eternally Blu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107x190cm, 2019.]

[장영은, Eternally Blu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
47.5x59cm, 2020. | Sold out ]
[ My Working Process ]
작년 이맘때인 10월 초에 시작해서, 두 달 이상 꼬박 작업한 끝에 12월 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아트쇼’ 전시에 처음 공개했던 <Eternally Blue>의 작업 과정을 소개합니다!

유화에서 젯소로 밑 작업을 하듯이, 마찬가지로 동양화의 종이와 천을 사용한 작업은 발색과 보존을 위해 ‘아교’라는 보조제로 밑칠을 합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가장 중요한 과정이며, 저는 광목천을 틀에 고정해서 붙인 뒤 직접 아교칠을 한답니다. 

하루 정도가 지나 아교가 바짝 마르면, 자세한 밑그림은 천 위에 스케치하지 않고 대략적인 구도의 흐름만 표시한 뒤 화폭에 물을 적셔 미리 색을 배합해둔 옅은 농도의 푸른 물감이나 먹으로 마음속에 담아둔 이미지를 차분히 그려나갑니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물을 적신 천에 제가 원하는 표현이 가능한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뿐이라 그 시간 동안은 꼼짝 않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집중력과 에너지를 쏟습니다. 

이후에 화폭을 적셨던 물과 물감이 완전히 마르게 되면, 최소 서너 번에서 많게는 스무 번 이상까지 같은 과정을 반복해서 원하던 이미지를 완성하고, 틀에서 천을 떼어내어 계획했던 흐름에 따라 반짝이는 은실을 사용한 바느질 작업을 시작합니다.

작품 스타일에 따라 손 자수로 바느질을 할 때도 있고, 재봉틀만 사용할 때도 있답니다. 큰 작품들은 최소 두세 달 이상 꼬박 작업을 해야 그제서야 원하던 흐름이 잡히게 됩니다.

대학원 생활 중에 처음으로 실을 사용한 바느질 표현을 연구할 때는 손바느질로 시작했었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덕에 작업량이 감당 안 돼서 그 후 재봉틀을 구매하여 이리저리 다뤄보게 되었습니다. (간혹 천으로 생활 소품이나 옷도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주시는 분이 계시지만, 간단한 파우치 이상은 아직 도전해보지 못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작업한 천 뒷면의 실밥등을 정리한 뒤, 작품 구도를 맞춰 화판에 고정시켜 붙이고 작품의 보존을 위해 아교로 마무리 칠을 해주면 드디어 완성입니다!

[장영은, Eternally Blue, 광목에 채색 그리고 바느질,107x190cm, 2019.]
글을 마무리하며

첫 아티스트 레터지만 여러 이야기를 구독자분들께 전달해 드리고 싶었는데, 어떻게 읽어 내려가셨을지 사실 많이 궁금합니다!

주변의 기대에 비하면 늘 더뎠고 쉽게 가던 법이 없었지만, 그렇게 쌓아온 시간들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거란 믿음 하나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워라밸(Work-life Balance ; 일과 삶의 균형)이 없는 직업인 작가로서의 삶과 장영은으로서 개인적인 삶을 분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는데 참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두 가지 삶이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오래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매일 매일 다잡고있답니다. 신진작가에게 작업이란 욕심은 최대한 내려놓되 열정은 느슨해지면 안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특정한 이들을 위한 어렵고 복잡한 예술이 아닌 많은 분들께 위로와 휴식을 건넬 수 있는 작업, 진심이 담긴 좋은 작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드리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켜봐 주실 거죠?
다음 아티스트 레터에서는, 조금 더 편안하게 제가 반짝이는 은실의 바느질 기법을 사용하는 이유와, 영감이 되어준 작가와 문장들, 현재 진행중인 작업,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들려 드리겠습니다.
바쁘고 지치는 일이 가득한 일상일수록 주변을  꼭 둘러봐주세요, 가을의 맑고 빛나는 아름다운 하늘과 길가의 작은 풀들이 작은 위로를 건네어 줄 거랍니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큰 요즘,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또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달아주세요. 💙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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