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시사인》의 장수 연재 칼럼입니다. 매주 《시사인》이 도착하면, 「독서일기」와 「새로 나온 책」에 어떤 책들이 나오는지 확인하려고 잡지의 거의 맨 뒤부터 펼치는데요. 5월 19일에 발행된 974호의 독서일기는 『완벽한 피해자』를 다루고 있어요. 서평 「분노는 배척하고 눈물만 즐기는 이들」을 돌아가며 읽고서 장정일 작가께 잘 읽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더니, ‘독후감 후기’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주셨어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쓴 후 그에 대한 후기까지! 혼자만 읽기 아까운 비평이라 구독자분들에게 띄웁니다.

『완벽한 피해자』 독후감 후기 

📚📚 장정일

1. 『완벽한 피해자』 94쪽(“2012년 언젠가, 예루살렘의 살라 알딘 거리에 있는 어느 서점에서『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를 집어 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익숙한 이야기였다.”)에 나오는 책은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의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이한중 옮김, 낮은산, 2013).


모함메드 엘쿠르드는 아내와 두 딸, 조카를 이스라엘 관료와 군대에 잃고서도, 인간애(humanism)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젤딘 아부엘아이시를 서구가 쳐놓은 ‘완벽한 희생자의 덫’에 걸려든 희생자로 본다. 하지만 평화(근본)주의자인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에게 투쟁에 나서라고 채근하는 것은, 모함메드 엘쿠르드가 서구에 반박하고자 했던 ‘완벽한 희생자’ 개념과는 정반대의 ‘완벽한 희생자’ 되기를 강요하는 것 아닌가. 즉, ‘적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은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한다. 그러기를 거부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가족을 잃고 상심하고 있는 ‘완벽한 희생자’가 아니다’라는 것.


이젤딘 아부엘아이시는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에게 저지르는 일상적 억압과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학살 행위를 줄기차게 폭로하고 비판할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 그가 반이스라엘 투쟁과 복수 대신 인간애를 선택한 것은 평화에 대한 그의 근본적인 신념 때문이지, 완벽한 희생자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 아니다.


2.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서평 기사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또 다른 소수자의 문제와 뒤섞음으로써, 팔레스타인 문제의 절실함을 현 세계의 다양한 문제 가운데 하나로 취급한다. 그렇게 읽힐 수 있게 한다.


“책을 읽으며 이 땅에 사는 노동자, 장애인, 이주민, 성폭력 피해자 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팔레스타인은 예외가 아니라 전형이라는 데 공감하게 된다”(이유진, 「‘완벽한 피해자’ 되기를 거부합니다」, 《한겨레》, 2026년 5월 1일). “이 같은 권력의 작동 방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완벽한 피해자성’을 요구하는 현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이영경, 「팔레스타인인은 피해자‘여야만’ 한다」, 《경향신문》, 2026년 5월 1일).


나 역시 “완벽한 피해자는 비당파적이고 중립적이면서 일반인(민간인)이어야 하고, 순수한 개인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여성 단체에 달려가는 여성 성폭력 피해자, 시민 단체에게 손 내미는 산재 피해자·장애인·이주 노동자·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완벽한 피해자가 될 수 없다”라고 썼으니, 두 기사만 탓할 수는 없겠지만……. 설명을 쉽게 하겠다고 여성 성폭력 피해자·산재 피해자·장애인·이주 노동자·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사례를 들기는 했지만, 이들의 사례 가운데 팔레스타인 문제를 빠트릴 의도는 애초에 아니었다.

“시온주의자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낱낱의 팔레스타인인들(Palestinians)로 있기를 강요하며 팔레스타인 민족(Palestinian People)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서구인들은 가자에서 전송되는 비극을 소비하면서 마음을 정화하지만 시온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범하는 ‘살인 강도’ 행위(‘정착자 식민주의’)는 외면한다. 팔레스타인인의 죽음은 개인 사정이지만, 이스라엘인의 죽음은 한 문명이 타격을 당한 것처럼 애통해한다. 그들의 죽음은 백악관과 에펠탑을 밝힌다. 서구가 이스라엘을 편드는 이유는 기독교 문명과 백인성(whiteness)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정착자 식민주의 체제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자 사실상 유럽의 지사, 서구 제국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휴머니즘은 자민족중심주의를 벗어나지 않는다.”

  
― 서평 중에서
구독자 의견
지난 130호 각주*에 힘이 되는 말씀, 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야기 남겨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와 우정의 마음을 전해요! 그중 이런 제안을 주신 분도 계셨어요. 독자분들의 다양한 답장을 고대합니다.


“편집자님이 쓰신 ‘구독자분들은 어떻게 읽고 어디에 밑줄을 긋고 어떤 느낌을 표할지 궁금하고, 글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에 『완벽한 피해자』 책을 가지고 요즘 유행하는 교환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보통 교환 독서는 소설책으로 진행하지만 함께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읽는 사람이나 책을 만들고 판매하는 출판사나 모두가요! 구체적인 방법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사이버 교환 독서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란…… 항상 뉴스레터 잘 읽고 있습니다! 파이팅하십시오!”

 ㄴ 사이버 교환 독서라니! 교환 독서를 포함해 이 책을 같이 읽고 나눌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어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잘 굴려보겠습니다.

도서출판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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