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블랙 서비스를 통해 매일 한 편의 이야기를 전하고 계시죠. 스스로 ‘이야기 중독자’라 표현할 만큼 이야기를 좋아하신다고요. 어릴 때 책을 정말 좋아했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책장에서 안 읽은 책을 골라서 책을 읽고 있었어요. 학교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옆에서 친구들이 불러도 못 들을 때도 많았어요. 한 번 이야기가 시작되면 어떻게 끝나는지 봐야 직성이 풀렸죠.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중에는 내향적인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그렇진 않았어요. 사람을 만나고 일을 주도하는 걸 좋아했죠.
이야기에 금세 빠져들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아이가 커서 기자가 됐어요. 17년 동안이나 기자로 일하신 걸 보면 그만큼 잘 맞았던 거겠죠? 기자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했어요. ‘이렇게 좋은 직업이 있다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잘 맞았어요. 기자가 아니라면 만날 수 없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예전에 누가 “당장 10억이 생긴다면 무슨 일을 할 것 같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두 명 두고, 기자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죠. 기자의 모든 일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와 닿는 인터뷰를 하게 되면 더 좋았어요.
열렬한 마음으로 일하셨겠어요. ‘특히 와 닿는 인터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인터뷰이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여다본 것 같은 인터뷰요. 기자라면 누구나 특히 관심을 가지는 주제, 화두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제게는 그게 ‘일’이었어요. ‘사람은 왜 일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가끔 그런 질문에 응답하는 인터뷰를 할 기회가 오면, 잊혀지지가 않더라고요. 예를 들면 2009년에 한 택시 기사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친절 운영으로 유명한 MK택시에 연수를 다녀온 분이셨죠. 그 분은 가장 친절한 택시 기사가 되고 싶어서 자비로 연수를 다녀오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이 났어요. 신문 앞면에 배치되지 않은 기사였지만, 정말 많은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알았어요. 전하는 사람에게 울림 있는 이야기라면 사회도 공명한다는 걸요.
진심이 담기면 어떻게든 다 알게 되죠.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어떤 답을 내리셨나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나는 이런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삶을 허무하지 않게 만들어요.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를 계속 파고 들어보면 진짜 이유가 보여요.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기 위해,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거창한 말 같지만, 일에 열심인 사람들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공통적 욕구라고 느껴져요. ‘어떤 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중앙일보의 신사업 폴인으로 이끈 걸까요?
콘텐츠 아젠다를 던지는 게 제 본능인 것 같아요.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어디에서 갈증을 느끼는지에 레이더가 작동해요. 폴인을 시작한 당시 ‘미래의 일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2017년에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의 미래’라는 주제로 대형 기획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10개월 정도 장기 취재를 하면서 알았어요. ‘일에서 불안한 마음을 느끼는 게 나뿐만이 아니구나. 지금 한국의 직장인들은 일의 미래를 다 불안해하는구나’ 산업과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모두가 5년, 10년 뒤 내 직업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우니까요. 회사에 제안했어요. 일의 미래를 고민하는 콘텐츠를 모아 서비스화하자고요. 저널리즘적으로도 의미 있고, 비즈니스도 될 것 같다고 했죠.
기자에서 신사업 팀장으로 역할을 확장한 경험이 지금 롱블랙을 만들어가는 데에 큰 보탬이 되겠어요. 2018년에 팀장이 된 후로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어요. 평생 기사만 써 온 사람이니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는지는 모르잖아요. 많이 헤매면서, 팀원들과 고생하며 폴인을 키웠어요. 폴인을 생각할 때 뿌듯한 점은, ‘산업과 기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과 사람들이 더 조명되어야 한다’라는 방향성이 들어맞았다는 거예요. 이후 스타트업과 관련한 이야기가 미디어 전반에 확산했죠.
지금 롱블랙은 기술과 지식을 넘어 감각을 주목하죠.
네. 콘텐츠 서비스는 뚜렷한 콘텐츠적 미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서비스만의 시대 인식이 있어야 하죠. 롱블랙은 지금을 ‘감각의 시대’로 정의해요. 점점 혁신을 주도하는 건 기술이 아닌 감각이 될 거라고 보고있어요. 전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2011년 산업부 기자로 일할 때 감각자본이라는 주제로 석사 과정을 밟을까 고민했었어요. 그때부터 탁월함의 요체에 감각이 있다고 생각했죠. 갈수록 그때부터 품어온 가설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다는 걸 느꼈고, 롱블랙을 통해 감각이라는 키워드를 파고들어가 보기로 했죠. 감각은 경험으로만 쌓을 수 있거든요. 롱블랙은 콘텐츠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감각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거예요. 앞선 감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거죠.
롱블랙이 조명하는 ‘앞선 감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길이나 성공이 보장된 길을 가지 않아요. 자신이 가는 방향에 확신이 있고, 그 일을 하는 자기만의 답을 가지고 있죠. 시장을 이끌거나 흔드는 등 어떤 형태든 객관적 성취를 보이고요. 그 어떤 것보다도 자신을 믿고, 자신의 선택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만 탁월함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탁월한 감각을 사람들에게 이식한다. 이 미션을 콘텐츠에 담아내고 서비스로 실현하기까지 쉽지 않았겠어요. 감각을 쌓는 과정은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이 사람은 이런 경험을 통해 이런 사람이 되었어’라는 흐름을 반복적으로 보여주죠. 감각은 이런 식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어요.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을 사로잡는다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콘텐츠팀이 ‘롱블랙의 글쓰기’를 체화했어요. 어떻게 매일같이 콘텐츠를 발행할 수 있는지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이런 팀이 갖춰졌기 때문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