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더 세게, 더 절실하게 바라야 하는 걸까. 그러면 내 간절함의 등급이 올라가는 걸까. 같은 마음이라도, 더 간절한 사람이 따로 있을까. 남편이 회사 모임에서 돌아왔다. 평소보다 조용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모임 자리에서 난임 이야기가 나왔고, 남편도 나름 자신 있게 끼어들었다고 했다.
"저희도 오래 하고 있어요." 슬쩍, 좀 해봤다는 듯한 말투로. 그러다 옛 회사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도 시험관 하셨죠?" 선배의 대답은 짧고 분명했다. "응. 10년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가 겪어온 시간이 갑자기 아주 짧게 느껴졌고 동시에 민망함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길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 선배 부부는 난임 시술 지원이 거의 없던 시절부터 시험관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프랑스가 시술 비용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이민까지 고민했다고 했다. 그리고 선배의 아내분은 임신이 되기를 바라며 개명도 했다. 그만큼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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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 역시 난임을 겪지 않았다면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민을 고민하던 밤이 어떤 밤이었을지, 새 이름을 고르던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참고로 그 선배 부부는 지금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 오랜 시간을 버티는 일, 그리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시도해보게 되는 일. 나는 그것 역시 난임이 만들어내는 아주 선명한 간절함이라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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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아이 없는 삶을 누구보다 잘 누리는 한 분이 있다. 주말에 훌쩍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거나, 본인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분이 얼마 전 난임병원을 예약했다고 했다. 계기는 뜻밖에도 점집이었다. 점쟁이는 지금 공망(空亡)이 낀 시기라고 했다. 뭘 해도, 애써도 뭔가 비어 있고 채워지지 않는 상태. 아이가 생겨야 그 공망이 풀리고, 부부 관계도 본인의 일도 다 좋아진다고.
'엥? 점 한 번 보고 병원을 예약했다고?' 처음엔 나도 잠깐 멈칫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점쟁이의 말은 계기였을 뿐, 그 마음은 이미 그분 안에 있었던 것 아닐까. 없던 마음이 갑자기 생겼다기보다, 원래 있던 마음이 조금 더 또렷해진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도 간절함이라고 생각했다. 모양이 다를 뿐, 덜한 마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내 쪽으로 질문이 돌아온다. 아직 이뤄지지 않은 나는 무엇이 부족한 걸까. 더 오래, 더 세게, 더 절실하게 바라야 하는 걸까. 그러면 내 간절함의 등급이 올라가는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이민을 고민하고 개명을 한 사람도, 점집의 말을 계기로 병원을 찾은 사람도, 난임의 기록을 남기고 있는 나도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간절한 것 아닐까. 그냥 그저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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