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WAS 제재의 역사와 실효성 No.05 (2022.02.04)
ECOWAS 제재의 역사와 실효성
ⓒ 베냉 대통령궁, 제55회 ECOWAS 정상회의 당시 +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ECOWAS)는 서아프리카 지역 15개국*의 경제 협력과 지역 통합 증진을 위해 1975년 설립된 지역기구이다. 최근 ECOWAS는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 회원국: 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나이지리아, 니제르, 베냉, 부르키나파소, 라이베리아, 말리, 세네갈, 시에라리온, 카보베르데, 코트디부아르, 토고 (2022년 의장국: 가나) + 민주주의 체제의 수호, ECOWAS의 기본 원칙 민주주의 체제 수호는 ECOWAS가 주력하고 있는 정치 과제이다. ECOWAS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라고스 조약*의 제4조는 “각 회원국 거버넌스의 민주주의 체제 강화 및 증진(j항)”**이 기본 원칙임을 명시하고 있다. 2001년 체결된 ‘민주주의와 굿거버넌스에 관한 의정서(Protocol on Democracy and Good Governance)’*** 역시 제1조에서 모든 집권은 자유롭고,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서만 이뤄질 것(b항)을 강조하고 있으며, 위헌적 권력 획득 혹은 유지에 대해 무관용 원칙(c항)을 앞세울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동 의정서는 “수단과 관계없이 갑자기 민주주의 체제가 끝이 나거나 회원국에서 대규모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경우 ECOWAS는 해당 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조항(제45조)을 통해 ECOWAS의 회원국 제재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그 외에도 갈등 방지, 관리, 결의안, 평화유지 및 안보 매커니즘 관련 의정서(1999년), ECOWAS 갈등방지프레임워크(ECPF, 2008년) 등이 민주주의로의 방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 1975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당시 16개국이 체결한 조약으로, ECOWAS 설립의 바탕이 되었다. ** 본 조항은 1991년에 채택된 ‘ECOWAS 정치원칙선언’(ECOWAS Declaration of Political Principles)에 의거한 것이다. ECOWAS 정치원칙선언은 서아프리카 정세를 안정화하고,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원활하게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노력의 일환으로 채택되었다. *** 회원국 내 선거체계, 법치주의, 군의 역할 등 민주주의 원칙들을 담고 있다. 본 의정서는 서아프리카 내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시키는 민주주의 통치 프레임워크를 구축하여, 궁극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안보와 평화 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 + ECOWAS 제재의 역사와 사례 ECOWAS의 주요 회원국 제재로는 ▲2009년 기니(회원자격 정지, 경제 제재, 무기 금수 조치), 니제르(회원자격 정지), ▲2010년 코트디부아르(회원자격 정지), ▲2012년 기니비사우(군부 지도자 제재 조치), 말리(경제 재제-국경폐쇄), ▲2018년 기니비사우 제재(대통령 및 국회의원 여행금지 및 자산동결), ▲2021-2022년 말리(회원자격 정지, 경제 재제), 기니(군부 지도자 및 가족 여행금지, 자산동결, 경제 재제)*, ▲2022년 부르키나파소(회원자격 정지) 등이 있다. * 기니의 경우 2021년 9월 기니군이 2008 쿠데타 이후 취임한 콩데(Alpha Condé) 대통령을 구금하여 쿠데타가 발생하였으며, 말리 또한 2020년에 연이어 2021년 다시 쿠데타가 일어났다. 회원국 내 쿠데타가 발생했을 경우 ECOWAS는 위헌적 정부 교체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국가의 회원자격을 정지시킨다. 지난 2008년 기니 쿠데타 발생 당시, ECOWAS는 기니의 회원자격 정지와 동시에 자격을 복구할 다섯 가지 조건으로 ▲민간인 인사를 포함한 과도정부위원회 설립 ▲기니 내 모든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회 개최 ▲2009년 내 공정선거 실시 ▲군부 인사 선거에서 배제 ▲인권과 법치주의 준수 및 마약 밀수 방지 노력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이 단계에서 군부 지도자들이 대화의 뜻을 내비칠 경우, 제재는 회원 자격 정지에 그치게 된다. 금년 1.24(월) 쿠데타가 발생한 부르키나파소*에 대해 ECOWAS는 1.28(금) 자격 정지 조치를 내리며 조속히 선거 일정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카시 브루(Jean Claude Kassi Brou) ECOWAS 집행위원장은 2.3(목) 부르키나파소 군부가 ECOWAS와 협력 의지를 보였기에 추가 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하였다. *2020년 이후 ECOWAS 회원국 중 말리, 기니에 이어 세 번째로 일어난 쿠데타로 다미바(Paul-Henri Sandaogo Damiba) 중령이 주도하였다. 군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확산과 카보레(Roch Kaboré) 대통령의 대처 미비, 군대 방치 등을 쿠데타의 근거로 제시하였으며, 다미바 중령을 과도기간 동안 국가원수로 삼고 모두가 인정하는 선거 일정을 계획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권 침해가 동반할 경우, ECOWAS는 제재의 강도를 높인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9.9월, 기니 군경이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이는 수천 명의 시위대들에게 발포하여 최소 156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의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자, ECOWAS는 즉시 기니 군부 지도자에 제재조치를 가하고 무기 금수 조치를 시행하였다. 최근 말리에 가해진 ECOWAS의 제재는 가장 수위 높은 조치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해 11월, 아크라 ECOWAS 제3차 특별정상회의서 말리 과도정부의 이행이 안건에 올랐다. 이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말리의 회원자격을 정지시키고, 과도정부 지도부와 그 가족의 여행금지 조치와 그들의 금융자산을 동결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말리 과도 정부가 국내 치안 불안정 등의 이유로 2022.2월로 예정되어 있던 대선과 총선을 2025.12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하자, ECOWAS는 1.9(일)에 열린 제4차 특별정상회의에서 말리와의 육로·항로의 국경을 전면 폐쇄하고 국가자산동결 추진 및 비필수적 금용거래 중단 등의 강경한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는 말리는 물론이거니와 수출입 상품이 대거 경유하는 세네갈 등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락(Sébastien Whitechurch Brack) 코피아난재단(Kofi Annan Foundation) 자문위원은 이러한 강경대응에 대해 군부가 선거관련 합의를 무산시킬 경우 ECOWAS의 신뢰와 권위가 약화될 수 있음을 의식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2021.9월 발생한 기니 쿠데타의 경우, ECOWAS는 기니 쿠데타 수뇌부와 가족의 이동 및 금융 재산을 동결하며 6개월(2022.2월)의 민정 복귀 시한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렇듯 ECOWAS는 회원국 내에서 쿠데타 발생 시 제재를 가함과 동시에 군부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데에 힘써왔다. 하지만 이런 대응에도 불구하고 서아프리카 지역의 쿠데타는 끊이지 않아 제재가 서아프리카 정세 안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ECOWAS 제재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 ECOWAS 제재의 한계: 예방보다 대응 및 후속조치에 치우친 감시체계 Al Jazeera紙는 지난 2021년을 아프리카 정치 무대에 군사 쿠데타가 복귀한 해라고 묘사했다. 해당 언론은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과 ECOWAS가 군부-민간 간의 대화와 합의를 중재하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대상 국가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ECOWAS의 예방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피아난재단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행 AU, ECOWAS의 회원국 정세감시 메커니즘 체계 상 민주주의 위협 요인을 포착하는데 부족한 점이 있으며, ECOWAS가 반민주주의적 집권의 방지가 아닌, 대응과 후속조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했다. 나이지리아 인권운동가인 팔라나(Femi Falana) 변호사는 민주주의 붕괴 조짐, 인권 침해 사례 증가 등이 목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COWAS가 적절한 예방 조치나 입장 표명을 취하지 않은 것이 서아프리카 내 잇따른 쿠데타 발생의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실례로 2020.3월 콩데 기니 대통령의 3선 연임을 위한 개헌 강행에 대해 ECOWAS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하지 않음으로서 기니 쿠데타 발생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 ECOWAS 단독 제재, 국제사회의 지지 없이는 실효성 적어 Economist紙는 ECOWAS의 단독 제재 조치에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ECOWAS가 다른 국제기구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기니 쿠데타 발생 후, AU와 ECOWAS가 기니 주변국들을 초청해 국제지원협의회(International Contact Group)를 개최하며 국제적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8년 기니 쿠데타는 와가두구 협정(Ouagadougou Agreement)* 체결 이후 일단락되었는데, 독일 브레멘대학교 비트(Antonia Witte) 교수는 이러한 성공적 정부 이양의 원인 중 하나로 AU 및 ECOWAS의 주도적인 역할과 외부(UN)** 개입을 꼽았다. * 지난 2010년 1월, 기니 과도정부 국방장관 코나테(Sékouba Konaté), 카마라(Moussa Dadis Camara) 대통령, AU, ECOWAS가 임명한 중재관 콩파오레(Blaise Compaoré)가 서명한 협약으로, 2009년 쿠데타 이후 대선 개최의 물꼬를 텄다. ** ECOWAS가 제시했던 로드맵이 국제적으로 지지를 얻으며 UN서부사헬아프리카지역사무소(UNOWAS)가 AU, ECOWAS와 함께 기니 대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코피아난재단은 국제사회의지지 및 국제기구들의 협조 없이 ECOWAS는 지역공동체 차원 제재에 오롯이 기댈 수밖에 없으며, 국제 여론의 탄력을 받지 못 한 제재 조치는 실제로 대상 국가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파월(Michael Powell) 부교수는 오늘날 아프리카 내 위헌적 정권 장악의 빈도가 높아지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국제사회의 구체적이고 통일된 규탄 부재, ▲군부 체재에 협조하려는 의사를 내비친 국가와 국제기구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점을 꼽았다. 또한 국제사회의 제재 및 고립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을 군부 지도자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는 점 역시 쿠데타를 촉진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UN 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한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 내 군사 쿠데타 발생 여부에 직접적 개입을 삼가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22.1월 말리 군사 지도자 제재 관련 UN안보리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무산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은 장기적 대외무역 관계가 유지되는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내정 불간섭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군부 정권과의 협력을 통해 정치적 세력을 넓히고 무기 수출을 통한 이익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Al Jazeera 紙가 보도했다. + 아프리카 내부에서 바라보는 ECOWAS 제재는? Afrobarometer의 조사 결과, 서아프리카 14개국 시민의 75%가 민주정권을 지지하고, 군사정부에 대해서는 72%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 Jazeera 紙등 언론은 최근 쿠데타가 발생한 국가에서 군부가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같은 통계와 실제 시민들의 반응 차이는 민주정권의 실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시민들은 불안정한 경제와 안보 정세를 현명하게 대처치 못 한 민정에 불만이 쌓여있고, 더 나아가 군부 지도자들이 새로운 민정정부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ECOWAS 의장인 아쿠포아도(Nana Akufo-Addo) 가나 대통령의 주도 하에 진행된 對말리 제재는 연이은 서아프리카지역 민주주의의 균열을 막으려는 대담한 행보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제재가 과하고 ‘비인도적’이라는 말리 군사 정부의 반발과 표명에 대해 말리 시민들도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ECOWAS의 제재가 도리어 말리 내 군부 정권 지지를 높이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회원국들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2008년 기니 쿠데타 관련 국제지원협의회 당시 세네갈과 리비아는 제재 조치에 반대하였는데, 이에 대해 비트 교수는 군부를 자극하는 행보가 더 큰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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