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월 편집자입니다.
지난주 금토일 [제주 북케이션 위크]에 참여했습니다. 행사 동안 힘들었던지, 에너지를 충전하느라 하루 늦게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오일이들, 너그러이 이해주시길... 🙏
두 번째 편지는 조금 긴데요. 다 읽어 주시는 분이 있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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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편지
[이월의 작업실] 단 한 권의 책으로 북페어에 참여한다는 것
[이월의 출장] 따뜻함을 채우는 시간, 북타임
[함께 해요] 고전 독서 모임(무료, 날짜 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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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의 작업실 주요 사건들
[12/12] 제주 북케이션 위크 네트워킹 파티
[12/12~14] 제주 북케이션 위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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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권의 책을 가지고 북페어에 나간다는 것
책을 만들고, 최 이사(남편 별명입니다)와 함께 여행하듯 북페어를 다니는 것이 오랜 꿈이었습니다. 낯선 도시의 공기 속에서 독자를 만나는 장면을 자주 상상했지요. 상상 속 제 모습은 늘 여유로웠는데, 현실 속 첫 아침은 분주했습니다.
제주 국제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주 북케이션 위크].
행사를 치르기엔 위치가 애매하고, 홍보가 부족한 듯해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침부터 사람이 많았습니다. 옆에서 [산타 왔수다] 행사를 동시에 개최했거든요. 😅
현장 분위기는 활기찼고, 부스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얼굴로 손님을 불러 모았습니다. 매대를 가득 채운 멋진 책과 그림, 굿즈들. 멀리서 봐도 질투 날 만큼, 모든 부스가 멋졌지요.
'와... 너무 쟁쟁하다.'
구경만 해도 하루가 훌쩍 갈 만큼 흥미로운 부스가 많았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을 가지고 북페어에 나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도 모르게 쪼그라든 마음에, 애써 긍정 에너지를 불어 넣으며 첫날을 시작했습니다.
제주에서 치르는 첫 북페어였고, 책방 부스도 여럿이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마다 잘 팔리는 책, 의미 있는 책을 큐레이션 해 부스를 꾸밀 텐데 출간 책이 한 권뿐인 이월오일 부스가 허전해 보일 것 같아 걱정했지요.
그러다 문득, 제가 독자님들께 드릴 수 있는 건 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 한 권뿐인 책이지만, 이월오일의 소중한 첫 책이자 제 인생을 바꿔준 ‘선물’ 같은 책이기에 독자님들께도 선물처럼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물’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습니다. 책을 정성껏 포장하고, 책 속 문장을 담은 문장 카드를 만들어 리본으로 묶었습니다. 독자님이 직접 마음에 드는 문장 카드를 골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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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포장은 포장일뿐인가...'
첫날 오전, 부스를 힐끗 보고 지나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부스로 오시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선물 포장 이야기도 나눌 수 있을 텐데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최 이사에게 부스를 맡기고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책이 두 권 팔려 있었습니다. 책 내용도 좋고, 포장이 예뻐서 구매하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한 독자님은 한참 책을 읽더니 지인에게 선물한다며 세 권을 한꺼번에 사셨습니다. 선물 받을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에게 어울리는 문장 카드를 고르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지나가던 한 커플도 “선물하기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책을 펼쳐 보았습니다. 두 분이 함께 책을 읽어 보시더군요. 그러고는 포장된 책의 문장 카드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쉼이 필요한 사람인데, 이 문장이 딱이네.”라고 말씀하시며 책을 가져가셨습니다.
혼자 방문해 조용히 책을 읽던 한 독자님도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동안 저를 잘 챙기지 못했는데, 저에게 주는 첫 선물이에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 순간 알게 됐습니다. 이건 포장의 효과만은 아니라는 것을요. 책을 선물로 읽히게 만든 기획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독자님들은 단순히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선물을 고르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우리 책이 누군가에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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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선물용으로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를 구매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며 부스 운영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둘째 날은 더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선물 포장을 매대 전면에 깔고, 부스 소개글도 다시 썼습니다. 문장 하나가 뭐 대수라고, 늦은 밤까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코피도 났지요.
그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를 돌아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둘째 날, 셋째 날. 자신 있게 판매를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관람객이 부스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책 한 권을 다 읽을 듯 오래 서서 꼼꼼히 페이지를 넘긴 뒤 책을 구매하셨고, 어떤 분들은 모든 부스를 다 둘러본 뒤 다시 우리 부스로 돌아와 책을 사 가셨습니다.
책이 한 권이라 이 책 저 책 고민하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한 독자님의 말씀은 위축돼있던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주었습니다.
“편안하게 읽을 책이 필요했어요."
"내 이야기 같아요. 공감 가는 내용이라 구매해요.”
책에 관한 피드백을 여쭤보면,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이지만, 아주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의 삶과 만나 공명했다는 사실이 기뻤지요.
성공을 거두기 위한 방법이나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심오한 철학,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용맹함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지만, 나와 닮은 삶의 모습을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우리 책을 선택해 주신 것 같았습니다. 문학이 가진 여러 역할 가운데, 우리 책도 제 몫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활활발발』의 한 구절도 떠올랐습니다.
“오늘 당신과 내가 쓰는 한 편의 이야기는 사피엔스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상추의 이야기이며 고양이의 이야기이며 창밖의 까마귀와 그가 먹는 홍시의 이야기일 것이다. 사피엔스의 일이란 좁쌀의 일이면서 우주의 일이기에.”
단 한 권의 책을 가지고 북페어에 나간다는 건, 쫄리지만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이 독자의 손에 닿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했고, 그 한 권의 책이 지닌 의미를 곱씹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두 번째 책이 나오기 전까지), 단 한 권의 책으로 얼마나 많은 독자를 만날 수 있을지 실험이 계속되겠지요. 지난 며칠의 경험 덕분에, 그 실험이 즐겁게 기다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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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채우는 시간, 북타임
- 책방 [북타임]에서 보내는 편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爲美里).
위미리는 이름처럼 참 아름다운 동네예요. 까만 돌담 넘어 반짝이는 진녹색 귤나무잎과, 노랑 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수면 가득 일렁이는 윤슬에 눈이 아린 곳이죠.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사로워지는 위미리. 그곳에서도 햇살이 잘 드는 책방, [북타임]에 다녀왔습니다.
북타임에 가기 전,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위미농협 반려동물 코너에 들러 강아지 간식을 사는 일인데요. 북타임에서 가장 먼저 손님을 맞아 주고, 책방을 무임으로 지키며 고된(?) 노동을 도맡고 있는 순돌이를 위한 준비이지요.
그날도, 순돌이가 저희를 맞아 주었습니다. 손에서 뽀시락거리는 소리가 나서였을까요, 아니면 혼자 책방을 지키던 시간이 외로웠던 걸까요. 순돌이는 얼굴을 수직으로 세우고, 기대가 가득 담긴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대표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까 잠시 망설였지만, 애타게 바라보는 눈빛 앞에 결국 간식을 건네고 말았네요.
그런데 맛나게 간식을 먹는 순돌이에게 손을 내밀다 잠시 멈칫했습니다. 지난 만남에서 제 손을 여기저기 핥아 주기에 참 행복했는데, 그 입으로 대표님의 축축하고 따뜻한 양말을 정성껏 핥는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랐거든요. 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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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한참 책방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심을 가득 채웠습니다. 오랜 역사만큼 많은 이야기를 품은 북타임 구석구석을 찬찬히 둘러보고, 책 한 권 한 권 꼼꼼히 살펴보며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조용히 달랬지요.
얼마 후 대표님이 오셨습니다. 하얀 트럭에 귤 상자를 가득 채우고,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셨죠. 지나가는 사람이 본다면, 저와 대표님 중 누가 책방지기인지 헷갈릴 모습이었어요. 농장에서 귤 포장 작업을 돕다가 잠시 오셨다고 하네요.
대표님은 제가 주문해 놓은 책을 계산해 주시고, 급히 발걸음을 돌리셨습니다. 귤 철이라 손 하나라도 더 보태야 한다더군요. 이야기꾼 대표님과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돌아서려던 대표님이 창고로 가시더니 조그만 귤을 한 봉지 가득 담아 나오셨습니다. 오래된 귤나무에서 딴 귤이라며, 자연 그대로라 유난히 맛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그 맛을 알고 있었기에, 집으로 보낼 귤을 주문했습니다. 지난번에 맛본 귤이 정말 신세계였거든요.
대표님이 떠나고, 홀로 남은 순돌이에게 인사를 하며 저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순돌아, 책방 잘 지켜. 월급 잘 챙겨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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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독서 모임 (무료)
- 일시 : 날짜 미정. 시간은 20:30
- 장소 : 온라인 (구글 미트)
- 내용 : <크눌프> 헤르만 헤세, 민음사
- 준비 : 인상깊은 구절, 질문 준비
이월 편집자가 운영하는 무료 독서 모임이에요. 한 달에 한 번, 고전을 읽고 자유롭게 감상을 나눕니다. 보통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8:30에 진행하는데요. 연말연초라 변동이 있을 듯합니다. 날짜와 신청방법은 이월오일 계정과 뉴스레터로 곧 안내할게요.
글쓰기 모임 관련 공지도 조만간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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