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폭염 아니면 폭우를 지나고 있는 이 여름, 처서가 지났지만 더위는 끈질기게 붙어 있네요. 날씨 앞에 축축 처지기도 하고 모든 것을 빼앗는 재해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도 하면서요. 그러나 멈추기보다는 함께 손 내밀고 붙잡는 우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을 떠올립니다. 날마다 들여다보는데도 쑥쑥 자라는 풀처럼,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 것만 같은 매미 소리처럼 어쩌면 여름은 온 천하에 드러내고야 마는 맹렬한 움직임의 계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이 여름을 껴안을 수밖에요. 

먼저 여름을 기점으로 상반기를 돌아본 웹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늦은 밤 고개를 푹 숙이고 홀로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면, 꽤 다른 광경이 펼쳐질 거예요. 수다를 떨고, 토론하고 합의하고 작업하는 공동 창작의 세계가 “뿌리 깊은 웹툰”에 있습니다. 그 이면에 자기 손으로 만드는 캐릭터를 설명하기까지 오래 품어온 생각의 세계가 있고요. 


솔직한 글 앞에서 경계를 풀고 그를 응원하게 되는 인턴 생활기,

종이 팩 수거 활동, 우리만 하는 걸까 궁금했던 동아리 ‘잘라펼쳐’의 전주 견학기,

여름 자연의 열매와 수공예품을 사고팔며 북적이는 보자기장,

당사자의 시선으로 만들었기에 더 생생한 뉴스를 만든 청소년이 만든 뉴스,

끝까지 분투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피규어 디오라마 제작기, 

삶디를 찾은 유랑극단의 <펜스 너머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해> 공연 이야기까지 이 여름을 통과하는 삶디의 소식을 엮어 보냅니다. 


더위에 지친 당신에게, 피로를 못 이기는 당신에게, 가을과 겨울을 대비하느라 분주한 당신에게, 매운 여름 앞에 주저 앉은 당신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책에서 본 여름 한 장면을 전합니다. 우리, 9월에 다시 만나요.

 

(...) 여름만큼 중력을 실감하는 때가 또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땀이 흐르고 옷차림이 가벼워져도 몸은 자꾸 축축 처진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이 나를 옭매고 잡아당기는 것 같다. 고꾸라지기 일보 직전이다. 초읽기에 들어간 곤두박질이다. 주저앉기 전에 콸콸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본다. 진심이다. 전력이다. 이왕 내동댕이쳐질 거라면 시원하게 몸을 던지라는 듯 쉬지 않고 들이붓는다. 한마음이다. 안간힘이다. 실시간으로 모든 걸 다 쏟아붓는데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뿜어져 나온다. 중력을 거스르고 절벽까지 올라온 사람만이 폭포를 볼 수 있다. 가을 나고 겨울 지나 봄 건너 여름까지 왔기에 살아 있음이 이토록 생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폭포, 오은

아침달 편집부(2025), 여름어 사전, 아침달 

[인턴 생활기] 자격증 따고, 수업 듣고, 동아리도 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으로 3년을 살면 확실한 미래가 있을 줄 알았는데요. '우나'의 졸업은 백수 상태였어요. 불안감 속에서 문득 깨달은 스무 살이라는 나이, 그리고 이어진 우나의 선택과 그 과정을 솔직하게 썼습니다. 
[종이팩 수거 동아리 '잘라펼쳐'] 토요일마다 종이팩을 수거하고 자르고 펼치는 '잘라펼쳐'. 활동을 하며 늘 궁금했어요. 우리 말고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게 찾게 된 도시 전주에서 오래된 공간, 가치, 불편 속에서 가치를 새로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농부장터 보자기장] 물건 사러 갔다가 구경하는 재미에, 사람 만나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빠져 기다리게 된 장날이 있어요. 토종 씨앗으로 지은 농사, 손으로 만든 물건, 바꿔 입는 옷 등. 물건만 덩그러니 사 오는 날보다 더 신나서 함께 복닥거리게 되는 보자기장은요.  
[삶디X광주KBS : 청소년이 만든 뉴스] 청소년이 직접 만드는 뉴스, 청뉴가 이번에 찾은 주제는 '야자'였습니다. 청소년의 일상 공간인 학교를 새롭게 보고, 이면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팩트를 체크하며 뉴스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배우기도 했고요. 
[피규어 제작소 : 작품 작업기] 평면 한 컷을 입체로 옮기기까지,  '미니'의 피규어 디오라마 제작기(라고 쓰고 분투기라고 읽어도 괜찮을)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남들 앞에 내보일 수 있기까지는 아쉬운 점이 있어도 끝까지 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야 비로소 "평화"가 온다고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삶디X청강대 : 청소년극] 연극은 이상해요. 나를 모르는 배우들이, 내가 모르는 연출가가 만든 작품인데도 순간 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와 버렸잖아요. 그건 아마도 성장을 희망하는 우리 자신에게 계속되는 질문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청강문화산업대 공연예술스쿨이 삶디에 왔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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