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No. 530)
하루에 10분 정도는 멍때립시다


여러분은 지루한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회의가 늘어져서 따분할 때, 버스나 지하철에서 멍하니 서 있을 때, 혹은 식당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때 무엇을 하나요? 아마 여러분은 십중팔구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을 겁니다. SNS를 훑어 보거나, 뉴스를 읽거나, 아무 목적 없이 화면을 스크롤하죠. 스마트폰 덕(?)에 잠깐의 지루함조차 견디지 못하는 게 우리 삶의 일상이 되었죠.


사실 저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해서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있죠. 이런 제 모습이 조금은 한심해 보여서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하루에 10분 정도는 폰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본다든지, 초점 없이 허공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뇌를 잠시 쉬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신기하게도 10분에서 길게는 30분 가량 멍때리는 시간을 가지면 일에 몰입할 힘이 생기더군요. 일할 때 참신한 발상도 자주 하게 되고요.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단순하고 따분한 일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창의적인 과제를 더 잘 푼다고 합니다.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전화번호부에서 번호를 베껴 쓰는 따분한 작업은 시킨 후에 종이컵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많이 떠올려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루한 작업을 먼저 한 그룹이 훨씬 더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지루함이 오히려 창의성을 자극했다는 뜻이지요.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뇌에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회로가 있다고 합니다. 아무런 외부 자극이 없을 때 이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데, 이때 우리의 생각은 자유롭게 흘러다니며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계획이 연결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는 하지 못했던 발상이 튀어나오게 되죠. 이처럼 지루한 시간은 사고의 여백과 폭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새로운 창의적 연결이 이루어지게 해 줍니다. 여러분도 몇 번은 경험했을 겁니다. 샤워을 하거나 이를 닦다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른 경험이 있었죠?


그러니 지루함을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손을 뻗어 언제든 스마트폰을 만짐으로써 잠깐의 지루함조차 용납하지 않으려 하지 마세요. 통찰은 지루함이라는 고요 속에서 태어나니까요.


하루에 짧은 시간이라도 일부러 멍때리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점심을 먹은 후라든지, 잠자기 전이라든지 10분쯤은 멍때려 보세요. 음악도 듣지 말고 책도 읽지 말고 그저 하늘을 멍하니 올려다 보세요. 눈으로, 귀로 정보가 들어오지 않도록 차단하고 머리 속을 비워내 보세요. 혹시 압니까? 삶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르니까요.  (끝)



*참고논문

Park, G., Lim, B. C., & Oh, H. S. (2019). Why being bored might not be a bad thing after all.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5(1), 7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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