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노래를 찾았다며 다가오는 내 룸메이트. 너에게 ‘좋은 노래’란, 나름의 스토리가 있거나 가사 속에서 스스로 나름의 의미를 덧붙인 것들이 많다. 어느 날 네가 들어보라고 한 노래 제목은 <GONE>이었다. 말 그대로 헤어짐을 담은 노래. 너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하고선 설명을 시작한다. 가사가 좋아. 특히 하이라이트 말이야. 기억도, 추억도, 상처도, 흉터도 모두 지나가니까 전부 나을 테니까, ‘사랑하자 안 해봤던 것처럼.’ 

응 노래 좋네.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쉽지 않은 사건임을 알아 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지. 그러면서 조금 궁금하긴 했다. 너는 어쩌면 룸메이트인 나조차 모르는 사랑을 한 적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너는 어떤 사랑 앞에서 진하게 머물렀을까? 아니면 사랑이 무엇이길래 너를 다시 붙들게, 또 시작하게 만들까.

내가 Jpop에 반쯤 입문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일본을 좋아하는 유진이 너 덕분이렸다. 기억나려나. 네가 처음 ‘다즈비’를 소개해 준 날. 제일 좋아하는 다즈비 노래라며 ‘카타오모이(カタオモイ;짝사랑)’를 들려주었는데, 발랄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그날 내 귀를 당겼다 놨다 잔뜩 움켜쥐었다지. 지금도 한적한 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그 목소리가 귓가를 빙빙 맴도는 느낌이다.

아무튼. 네가 소개해 준 다즈비 노래 중에 나는 이 ‘마와루소라우사기(回る空うさぎ);회전하는 하늘토끼’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수투성이였던 나의 첫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해석하면서 나름 회사에서 버티기 좋은 신입사원 마인드를 배웠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실수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로 한 것이 크다. ‘실수 리스트’에 도장 하나씩 찍다 보면 언젠가 그런 리스트가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에 도달해 있더라고.

+ 혹은 내가 동물 중에서 토끼를 유난히 좋아해서 더 마음에 든 걸 수도

만약 세상이 끝나간다면, 

그러면 너는 바로 나에게 와 줄 거지?

길게 생각하지는 못하지만, 깊게 생각하는 건 좋아한다. 네가 들려준 이 노래를 듣고는 몇 개월 동안이나 듣고 곱씹고 있다지. 만약 세상이 끝나간다면 말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와중에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고, 그 어느 이별의 이유도 사실 다 부질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겠다. 

아, 고작 노래 한 곡이었지만. 유진이 네가 나에게 선물한 이 곡은 깨달음을 주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아마도 나는 이제 '함께 있다'는 문장을 꾹꾹 눌러쓸지도 모르겠다. 함께한다는 소중함을 알았기에, 그 문장 속에는 손잡는 것 너머의 다른 것도 담길 것 같거든. 그런 의미에서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