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국내 TV 방영됐던 외화 ‘맥가이버’ 시리즈 주인공 앵거스 맥가이버는 천재적인 순발력과 기지를 발휘해 극한 위기에서 탈출해 내곤 했습니다. 소위 ‘맥가이버 칼’로 알려진 빅토리아 녹스 사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 한 자루를 손에 쥐고 말이죠.
그가 사용한 맥가이버 칼은 어떠한 문제도 해결해 낼 수 있는 필사의 아이템으로 소문이 퍼졌습니다. 맥가이버는 그 당시 소년들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그를 향한 동경의 도가 지나친 나머지 앞머리를 짧게 자르고 뒷머리를 목까지 기르는 ‘맥가이버 머리’를 시술하는 초등학생들도 생겨날 정도였습니다. 2020년대 일부 ‘힙한’ 청년들에게도 볼 수 있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말이죠.
맥가이버 칼을 만든 스위스 빅토리녹스 사는 1884년 설립 이래 14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출시 이후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 않은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100여 년 동안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멀티 툴입니다.
이 같은 빅토리녹스의 오랜 역사의 비결은 ‘필사의 아이템’을 만들어낸 회사의 독창성과 변함없는 품질을 유지해 오고 있는 지속성에 있다고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 사용한 제품이라도 고객이 원하면 무상으로 수리를 하는 끝내주는 서비스 정신에 있습니다.
구입 후 시간이 오래 지난 빅토리녹스 제품을 스위스 본사로 A/S 보내면, 왕복 운송 시간 등을 고려해 두 달 안으로 새 제품처럼 수리가 돼 돌아오는 놀라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객중심적인 서비스는 빅토리녹스가 140년 가까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히고 있습니다.
굴지의 세계적인 기업들 역시 고객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애프터 서비스에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A/S는 거의 교과서라고 봐도 될 정도로 신속한 것으로 유명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키보드, 마우스 같은 액세서리를 구입하면 2년의 보증기간 동안 무상으로 교환해 줍니다.
지난 2019년, ‘애플케어 플러스’를 내놓으며 대대적인 제품 보장 및 서비스 개편을 시사한 애플은 한국 소비자를 홀대한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지만 자국과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월드클래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