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의 일입니다.
앞선 재판이 늦어져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 7명과 변호인들, 관련 공무원들, 연합뉴스 노트북을 든 기자 등 저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 한 변호인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는 기자들도 (재판에) 안 와요. 조금만 더 있으면 관심이 사라질 거예요.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을 때는 판결을 받으면 안 돼요."
판사도 사람이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피고인에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 거리낌 없는 큰 목소리를 참사 3주기 전날 들으니, 법적인 무죄 주장을 떠나, 도의적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이 재판은 충청북도 공무원들의 재판입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2023년 7월 15일 임시제방 붕괴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침수된 지하차도는 충청북도가 관리하는 시설물입니다.
오송 참사로부터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앞서 언급한 변호인은 시간이 참사 책임자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관련 보도들을 보며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시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참사 직후에는 당장에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온갖 대책이 쏟아지지만, 이후 현장에서 이런 대책을 장기적으로 이행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자동 진입차단시설
침수 위험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오송 참사 이후 마련된 대표적인 대책입니다.
하지만 2026년 7월 현재, 침수 위험 지하차도 564곳 중 52곳은 아직 진입차단시설이 없습니다. 설치는 됐지만, 수위 센서 없이 담당자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시설도 29곳이었습니다.
(자동 진입차단시설은 센서가 수위를 감지해 차단막이 내려옵니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진입차단시설이 없었습니다.
지하차도 길이가 길고 미호강과 가까워 위험이 컸지만, 예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2020년부터 매년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국세)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2023년 6월에서야 예산을 받았고, 설계 중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담당자였던 공무원 증인이 선서하며 손을 심하게 떨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증인은 2023년 궁평2지하차도를 포함해 시설물 5곳을 관리했습니다.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곳 모두를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아래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자동) 진입차단시설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던 것입니다. 사고가 나면 담당자인 제게만 책임을 묻는 게 두려워서 이런 어려움을 계속 호소했어요. 사고 나면 저만 죽는다고요. 제가 사비로라도 차단시설을 설치했어야 하나요? 저는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려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