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를 돌아보며
코트레터
2026. 7. 24.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조금만 더 있으면 관심이 사라질 거예요"

지난 7월 14일의 일입니다.


앞선 재판이 늦어져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피고인 7명과 변호인들, 관련 공무원들, 연합뉴스 노트북을 든 기자 등 저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때 한 변호인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는 기자들도 (재판에) 안 와요. 조금만 더 있으면 관심이 사라질 거예요.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을 때는 판결을 받으면 안 돼요."


판사도 사람이라,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피고인에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 거리낌 없는 큰 목소리를 참사 3주기 전날 들으니, 법적인 무죄 주장을 떠나, 도의적 책임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이 재판은 충청북도 공무원들의 재판입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2023년 7월 15일 임시제방 붕괴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침수된 지하차도는 충청북도가 관리하는 시설물입니다.


오송 참사로부터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앞서 언급한 변호인은 시간이 참사 책임자들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관련 보도들을 보며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시간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참사 직후에는 당장에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온갖 대책이 쏟아지지만, 이후 현장에서 이런 대책을 장기적으로 이행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자동 진입차단시설


침수 위험 지하차도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오송 참사 이후 마련된 대표적인 대책입니다.


하지만 2026년 7월 현재, 침수 위험 지하차도 564곳 중 52곳은 아직 진입차단시설이 없습니다. 설치는 됐지만, 수위 센서 없이 담당자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시설도 29곳이었습니다.


(자동 진입차단시설은 센서가 수위를 감지해 차단막이 내려옵니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진입차단시설이 없었습니다.


지하차도 길이가 길고 미호강과 가까워 위험이 컸지만, 예산을 받지 못했습니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2020년부터 매년 행정안전부에 특별교부세(국세)를 신청했으나, 번번이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2023년 6월에서야 예산을 받았고, 설계 중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담당자였던 공무원 증인이 선서하며 손을 심하게 떨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증인은 2023년 궁평2지하차도를 포함해 시설물 5곳을 관리했습니다.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곳 모두를 관리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아래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자동) 진입차단시설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던 것입니다. 사고가 나면 담당자인 제게만 책임을 묻는 게 두려워서 이런 어려움을 계속 호소했어요. 사고 나면 저만 죽는다고요. 제가 사비로라도 차단시설을 설치했어야 하나요? 저는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려고 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후 해당 지하차도 앞에 설치된 진입차단시설의 모습. (출처: 행정안전부)



진입을 통제하는 기준


자동 진입차단시설이 없다면, 관계기관이 침수 위험을 제때 파악해 통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큽니다. 오송 참사 당시에는 이런 대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하차도 통제기준 명확화.


2020년 7월 23일 부산 초량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시민 3명이 사망한 이후 마련된 대책 중 하나입니다. 행정안전부는 통제기준을 마련하라고 하달했습니다.


충청북도 재판에서는 이때 마련된 기준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 드러나고 있습니다.


충북 도로관리사업소는 2020년 8월 주어진 서식에 따라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중앙 침수심(물이 차오른 높이) 50cm에 도달하면' 통제하도록 했습니다. 미호강 수위와 기상 상태 등도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지하차도의 '중앙'이 정확히 어디인지, 침수심은 어떻게 측정하는지(CCTV로 봐서 알 수 있는지), 기준에 도달하면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등 공백이 많았습니다. 또 2020년 이후, 통제기준이 적정한지 검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 *


'코트워치'를 만들 때 저희는 재판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실제로 개선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현실적 한계로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를 지나며,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애쓰고 계신 분들의 문제의식을 접하며,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이어지는 날들입니다.


다음 주부터 전국 법원이 여름 휴정기에 들어갑니다. 코트워치 팀도 2주간 코트레터 발행을 쉬어가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여름철 건강에 유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91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코트레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