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제품의 파는게 더 좋을까
2024년 3월 2번째주: 제품의 원가와 사업의 난이도
요즘 저는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제가 무엇을 개발하는지 이미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도로 설명은 드리지 않겠지만, 나중에 별도의 뉴스레터를 통하여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입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몇가지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개발자, 서비스 방식, 그리고 사용자 정도가 있을것입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물론 사용자, 즉 시장이겠죠. 하지만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개발자입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에 회사에 병역특례로 근무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다니던 회사도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몇명으로 구성된 팀이 이리저리 역할을 나눠서 뚝딱 서비스를 개발하고 런칭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너무나 신세계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졸업 이후 회계법인에 들어갔습니다. 

회계법인에서도 제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을 위하여 자문을 제공했습니다. 자문이라는 제품을 만드는 주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무한대 확장은 불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원가가 비싼편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백시간씩 근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다음 회사는 화장품을 만들고 파는 회사였습니다. 처음으로 공장이 있는 회사에서 일해봤습니다. 제가 생산공정에 참여했던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어떻게 손에 쥐는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제품들은 항상 재고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가 절감을 해야된다는 이야기는 매년마다 돌았습니다. 

그 뒤에는 주로 스타트업에만 있었습니다. 현재 저는 한편으로는 사람(개발자)이 만드는 서비스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외부에서 OEM을 통해서 만들고 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둘다 무엇인가 만드는것은 분명한데, 방법이 다릅니다. 어떤게 더 어려울까요?

제 입장에서는 확실히 서비스가 더 어려운것 같습니다. 유형의 물건과 무형의 물건은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유형의 물건들은 대부분 빠른 시간내에 생산이 되고, 원가의 측정도 상대적으로 쉬운 편입니다. 물론 제품의 유형이 복잡해지거나 정교함이 필요한 제품들의 경우 원가의 측정이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무형의 제품만은 아닐것 같습니다 

무형의 제품들은 생산하는데 원가가 높은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유형의 제품들이 대체로 동일한 제품군에서 생산단가가 균일한데 비하여 무형의 제품들은 생산자가 얼마나 숙련되었는지, 급여가 얼마인지, 완성도가 얼마인지에 따라서 현격하게 원가율이 차이가 납니다.

개발자분들이 만들어낸 제품의 원가를 측정하는것은 어렵습니다. 원가를 측정하려면 일단 측정의 기준이 되는 대상이 시작과 끝이 필요합니다. 처음공정에 들어가서 완제품이 나오기까지의 시간과 같은 개념말이죠. 하지만 서비스는 그런방식으로 측정이 어렵습니다. 이 서비스는 이제 완성되었다(?) 와 같은 말은 대체로 서비스를 개발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에게 판매되는 순간에도 계속 모습이 변화하고, 유지를 위한 비용이 들어가는게 서비스 개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원가의 측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서비스의 원가는 대신 누적된 비용과 같은 개념으로 측정됩니다. 제품개발 기간이 5개월, 5개월동안 서비스런칭을 위해서 들어간 모든 인건비의 합과 같은 개념과 같이 말이죠. 유형의 자산의 원가와는 느낌이 다르죠? 무형의 제품은 개별 제품의 단가를 측정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누적으로 측정되고, 대부분이 인건비에 속하는 단일 제품이라 고정비와 같이 생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인건비는 고정비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고정비이기 때문에 어떤개념이 있을까요? 바로 레버리지입니다. 성공한 SaaS 회사들의 이익률이 매우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비스들의 원가가 바로 고정비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매우 어렵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어가면 매출과 비용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이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시장에 고객들이 충분하다면 말이죠. 

생각해 보면 무형의 제품들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어떤 산업이 있을까요? 금융이 있겠죠. 사람과 돈이 원가인 산업이죠. 사람의 비용은 바로 인건비죠. 인건비는 고정비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증권사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사와 같은 곳들도 이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일정부분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모든것은 수익으로 쌓여가는곳이죠. 

하지만, 이런 제품의 특성을 가진 산업도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초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금융산업은 대부분의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허가를 받지 못하면 진입조차 할 수 없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같은 조건이 필요한것이죠. 그리고 SaaS와 같은 서비스는 어떨까요? 더 어렵죠. 스타트업 폐업률 90%중 상당부분은 SaaS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많은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높은 개발자의 연봉과 서비스 유지비용등을 감당해내면서 시장에 살아남은 기업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회사마저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것도 많죠. 초반의 난이도가 극악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무형의 제품을 만든다는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닙니다. 내가 혼자 만들 수 있다고 뚝딱 만들어낸 제품으로 시장에 런칭해서 성공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이게 쉬운일이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돈이 넘쳐나는 버블기에도 린하게 사업하는 방법등이 유행한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볍게 시작 =원가(고정비)를 최소한으로" 와 같이 말이죠. 

불황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가벼워져야 합니다. 사업도, 제품도 그리고 조직도 말이죠. 정부에서 하는 스타트업 교육기관들이 있다면 이 점을 꼭 가르쳐줘야될것 같습니다. 투자받는 법, IR하는 법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생존하는 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주식회사 메이즈파인더, 최정우
contact.jwoochoi@gmail.com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53길 8, 5층10-2호 010-9283-950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