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제 초상화를 그려보았습니다. 매일 세수하거나 이를 닦을 때 얼굴을 만나지만,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마스크에 쓸려서 뺨에 난 부스럼, 이마에 낫고 있는 작은 상처, 면도할 때마다 여기는 잘 깎이지 않는군. 남들에게 이 얼굴은 몇 살처럼 보일까. 옛날에는 콧구멍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넉넉하게 잘 생긴 귀. 대상포진 흉터는 이제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기분은 좋은데 제멋대로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입. 장난기가 조금 서린 눈빛, 나이가 들어서도 잃고 싶지 않다. 종이 위에 연필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림을 시간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괜찮다면 오늘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표정과 조금씩 변해가는 생김새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또 어떤 얼굴로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줄 근사한 미소는 아직 괜찮은지 노트 위에 초상화를 잠깐 그리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 추신2: 내일 편지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저녁 7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