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플의 질주, 2. 전기차 동상이몽, 3. 해운사가 아닌 머스크
2022년 1월 4일 화요일

오늘은 사상 처음으로 3조 달러의 기업가치를 잠시 기록한 애플의 이야기로 시작하고요. 이어 진정 '친환경' 옵션이 되기 위한 전기차를 둘러싼 최근 이슈와 더는 해운사가 아닌 모습을 만들어 가는 머스크(Maersk)의 이야기를 볼게요.
[빅테크] #첫3조달러 #기업가치
1. 애플에겐 리스크가 없다?
애플이 또 하나의 마일스톤을 달성했어요. 바로 3조 달러(약 3580조 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첫 회사가 된 것인데요. 1976년 캘리포니아주의 한 차고에서 시작된 이 회사가 1980년에 기업공개를 하고 2018년에 1조 달러가 되기까지는 38년이 걸렸고요. 이후 팬데믹 원년인 2020년에 2조 달러가 되었고, 이후 3조 달러가 되기까지 1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오늘 새벽에 장을 마감하면서는 3조 달러보다 조금 낮은 가치를 기록했지만, 이 수치는 다시금 애플이 현재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인지 일깨워주고 있어요.

애플은 빅테크 중에서도 팬데믹 동안 가장 견고하게 성장해 왔어요.
일단 이 수치가 얼마나 크냐면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2조 5000억 달러(약 2980조 원)의 가치로 뒤를 잇고요. 알파벳의 시총은 약 1조 9000억 달러, 아마존은 약 1조 7000억 달러, 그리고 메타(구 페이스북)는 약 9400억 달러예요. 지난 4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한 테슬라도 약 1조 2000억 달러의 가치가 되었고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유 회사인 사우디 아람코도 약 1조 9000억 달러를 기록 중이죠.

뉴욕타임스는 월마트, 디즈니, 넷플릭스, 나이키, 엑손모빌, 코카콜라, 컴캐스트, 모건스탠리, 맥도날드, AT&T, 골드만삭스, 보잉, IBM, 그리고 포드까지 각 산업의 대표적인 미국 기업들의 시총을 모두 합쳐도 애플의 시총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짚었어요. 이런 비교는 애플은 물론이고 빅테크가 미국 산업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다시금 상기시켜 주기도 하죠. 참고로 현재 애플은 S&P 500 기업가치의 약 7% 가까이를 차지해요.

서비스 사업마저 걸림돌이 없고
애플은 올해 (큰 기대를 받는 중인)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하드웨어 출시도 앞두고 있고, 미래 사업인 애플카 개발도 진행 중이죠.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성장을 꾸준히 이어온 앱스토어 수익과 각종 구독 서비스가 포함된 서비스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에요. 지난해 여름 에픽 게임즈와 앱스토어의 독점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개발사들이 앱 내에 외부 결제로 이어지는 링크를 걸어도 된다는 결정은 막지 못했는데요. 인앱(In-app) 결제로 거둬들이는 15~30%의 수수료를 (일부) 받지 못하게 될 뻔했던 애플은 최근 항소법원에서 이 결정을 미루는 판결마저 받아냈어요. 당분간은 관련 수익과 서비스 사업 성장의 걸림돌도 사라진 것이죠.
* 왜 애플이 이긴 것인지는 이를 상세히 정리한 애플이 이긴 이유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회계연도 2021년에 애플이 거둬들인 서비스 부문 매출은 684억 달러(약 81조 6290억 원)에 이르러요. 2016년엔 243억 달러(약 29조 원)이던 이 실적은 매년 크게 증가했죠. 애플 전체 매출(3658억 달러(약 436조 5460억 원))의 20%가 안 되지만,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애플 서비스 부문의 가치를 1조 5000억 달러(약 1790조 원)로 보고 있어요. 현재 기업가치의 50%가 넘는 금액으로요. 각종 유료 구독 서비스의 이용자도 이제는 7억 4500만 명에 달하고, 계속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인 시선의 주요 요인이에요.

'반독점 전쟁'은 리스크가 아닐까?
반독점 전쟁은 애플은 물론 다른 빅테크 기업들에게 리스크이지만, 당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규제안이나 정책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가장 큰 문제가 될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을 크게 바꿀만한 상황이 일어나기 힘들어요. 애플 앱스토어의 독점 여부를 둘러싼 에픽 게임즈와의 소송이 가장 큰 반독점 관련 리스크이기도 했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결'해 나가고 있죠. 

물론 애플이 자사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에 구글의 검색 엔진을 사용하면서 알파벳으로부터 연간 최대 120억 달러(약 14조 3200억 원)의 대가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계약도 반독점 조사의 대상이 되었고, 앱스토어 정책은 언제고 다시 이슈가 되어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는 사안이에요. 일각에서는 반독점 규제는 적어도 당분간 리스크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만, 빅테크의 반독점과 새로운 기업정책 방향을 세우는 작업에 책임을 맡은 이들은 물밑에서 계속 준비를 이어가는 중이고, 이들의 움직임은 큰 변화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 광고 사업에도 뻗친 애플의 손
애플이 기존의 주력 사업 외에도 당장 매출과 수익을 늘리는 영역은 또 있어요. 이들은 작년 4월부터 '앱에 추적 금지 요청'으로 대표되는, 아이폰에 적용한 새로운 개인정보보호 조치로 구글과 메타 그리고 아마존의 판이 되기도 한 디지털 광고 사업에서도 수익을 키우고 있는데요. 예전보다 사용자를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없게 된 마케터들은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애플의 아이폰 기반 모바일 앱 광고 사업을 키우는 효과로 이어졌어요 

애플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도 보고 있죠. 애플이 앞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자세한 내용은 광고 시장에 나타난 애플의 영향을 통해서도 살펴보세요.
[전기차] #친환경광산 #전환의속도
2. 전기차 동상이몽
전기차가 각광을 받게 된 배경에는 자율주행을 위시한 스마트함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옵션이라는 이유가 크죠. 하지만 생산과 소비라는 행위가 환경에 이로울 수만은 없기에 전기차를 완전히 지속가능한 친환경 옵션이라고 보지 않는 시선도 아직 있어요. 핵심 광물 수급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 파괴가 대표적인 비판 주제이고요. 

자동차 업계 한편에서는 이를 해결 가능한 과제로 보고 전기차 공급체인을 혁신하는 데 도전을 하고 있어요.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기차가 물론 자동차의 미래이긴 하지만 아직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보고 전기차 전환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곳도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는 이유에서죠. 오늘은 전기차 생태계가 직면한 이슈를 대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서로 다른 온도차를 다뤘어요.

20년 안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고로 광산의 모습이에요. © 프로니 리소시스
뼛속까지 친환경이 되기 위한 준비?
전기차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니켈, 리튬 등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된다는 문제예요. 전기차를 운행할 때는 탄소배출이 없으나 제조에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면, 전기차가 지구에 무해한 옵션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일찍이 이와 같은 공급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배터리 핵심 소재의 수급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어요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10월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에서 니켈 광산을 운영하는 프로니 리소시스(Prony Resources)로부터 연 4만 2000톤의 니켈을 공급받기로 한 것인데요. 테슬라는 직접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있어 핵심적인 자원도 '친환경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니 리소시스의 생산과 지속가능성 기준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해오기도 한 테슬라는 2030년까지 이들이 운영하는 고로(Goro) 광산 채굴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이후 10년 안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까지 함께 세웠죠. 니켈 수급 안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이 광산은 앞으로 테슬라에게도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전략 기지이기도 하고, 생산 과정까지 '친환경'인 자동차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으로도 보여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물론 고로 광산이 탄소중립에 성공하더라도 이는 예외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하나의 사례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현재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광물 수급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이에 대해 최근 월스트리스저널에는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대중화 전략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실리기도 했는데요.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 문제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지만, 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가 니켈 외에도 희토류, 리튬, 구리, 코발트와 같은 주요 자원 공급의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에요.

전기차 전환,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에너지 전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서도 들려요. 각국 정부가 슬슬 공격적으로 내놓은 환경 정책에 대해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에요. 특히 영국 정부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여러 예외 사항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으로, 당초 계획에 맞춰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일각의 의견이지만 환경과 정치적 이슈가 맞물려 충분한 인프라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확실히 전기차 전환을 준비 중인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 중 하나에요.

전기차 생산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는 방향성 자체에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간에 이견이 없지만 속도가 조금씩 달라요. 전기차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대중 여론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의 제조사들 사이에서도 전기차를 대하는 태도에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어요. 특히 BMW와 도요타, 스텔란티스(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푸조의 합병회사)가 전기차 전환에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평가에요.*
* 오너의 입김이 센 회사일수록 전기차 전환을 더 빨리해야 한다는 투자자들과 여론의 눈치를 덜 본다는 시각도 있어요. BMW는 크반트와 클라텐 오너 남매가 전체 지분의 46%를 소유하고 있고, 도요타는 창업차의 손자인 아키오 도요다가 대표이사 겸 사장을 맡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에는 여전히 피아트 그룹의 아넬리 오너 일가와 푸조 오너 일가가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요.

도요타의 최고 과학자 길 프랫은 "충전 인프라가 없다면 소비자 주도의 전기차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도요타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다양한 비전기차 옵션을 최대한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요. 스텔란티스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전기차 생산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탓에 전기차는 비싸질 것이며 중산층이 이러한 차량 가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발언했고, BMW의 세일즈 총괄 피터 노타도 "2030년까지 충분한 충전 인프라가 구축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어요. 급진적 전기차 전환은 경제적 약자나 에너지 취약계층의 자동차 선택권리를 뺏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할 수 없다는 논리에요.

새로운 아젠다 출현도 예상되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의 속내는 사실 전기차 전환이 늦은 시장에서도 기존 내연기관차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투트랙 전략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전기차 대중화를 늦추는 요소라기보단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시작된 현상으로 읽혀요. 

자동차 생산 시 원자재 수급부터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나 사회 취약층의 충전 인프라 접근성에 대한 문제, 가격 수용성에 대한 논의 자체가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의 시장에서는 빈번하지 않았고 일어나기도 힘들었던 종류의 아젠다인데요. 앞으로도 전기차 전환을 놓고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토론 주제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어요.
By 캐롤라인
* 캐롤라인은 전기차와 관련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최근 아티클)
☕️ 전기차를 대하는 제조사별 온도 차이?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에 대한 진심은 얼마나 빠르고 전면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달성하느냐로 측정해볼 수 있겠죠. 그래서 주요 내연기관차 중심의 제조사들이 작년에 발표한 전기차 전환 계획을 비교해 보았어요. 그해 신규로 판매하는 전체 차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에 대한 목표로 정리했습니다.

  • 다임러(벤츠):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
  • 볼보: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
  • GM: 2035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
  • 르노: 2030년까지 90%를 전기차로 전환
  • 폭스바겐: 2030년까지 50%를 전기차로 전환
  • BMW: 2030년까지 약 50%를 전기차로 전환
  • 닛산: 2030년까지 50%를 전기차로 전환
  • 혼다: 204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
  • 포드: 2040년까지 40~50%를 전기차로 전환
  • 현대기아차: 현대는 2040년까지 80%를 전기차로 전환, 기아는 2045년까지 100%, 제네시스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
  • 도요타: 2030년까지 전기차 350만대 판매(전체 판매량의 약 30% 수준으로 추산), 렉서스는 유럽, 북미, 중국에서 2030까지 100% 전기차 전환
  • 스텔란티스: 2030년까지 유럽에서 70%, 미국에서 40%를 저탄소 전기차로 전환 
[물류] #머스크 #전환과확장의속도
3. 해운사가 아닌 세계 최대 해운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운사 중 하나인 머스크(A.P.-Moller Maersk)가 최근 홍콩 기반의 물류사와 싱가포르의 국부 펀드인 테마섹(Temasek)이 소유한 물류 센터 운영 기업인 LF 로지스틱스를 36억 달러(약 4조 298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어요. 해운사인 머스크가 생소한 이 기업을 큰 돈을 주고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컨테이너 운송이 주력인 머스크는 팬데믹이 기회가 되어 역시 큰 수익을 올려왔어요.
공급망 차질로 번 돈 잘 쓰는 중
팬데믹 이후 계속된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컨테이너선의 운임이 치솟았고, 이의 가장 큰 수혜를 본 이들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20% 내외를 책임지는 머스크에요. 머스크는 지난해 3분기에만 54억 4000만 달러(약 6조 4940억 원)의 이익을 올렸고, 2021년 전체 순이익은 170억 달러(약 20조 29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팬데믹 기간 내 계속 증가한 수익을 바탕으로 더 공격적으로 해상 운송 외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어요.

우선 내륙 운송까지 책임질 수 있는 물류 기업들과 화물 포워딩 기업도 인수했고요. 트럭과 항공 편대도 늘리며 전반적인 운송 사업도 확장해 왔어요. 지난해 8월엔 미국의 이커머스 풀필먼트 센터 운영 기업과 유럽의 라스트마일(Last-mile) 내륙 운송 기업을, 11월엔 항공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독일의 물류사를 잇달아 인수했는데요. 이제 머스크는 공급 체인의 엔드-투-엔드(End-to-End)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우게 되었어요. 이번에 인수한 LF 로지스틱스는 아시아의 14개국에 걸쳐 223개의 물류 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준비는 시작된 지 꽤 되었고
2016년 한국의 한진해운이 파산 위기에 빠지고 해운 산업 전반이 깊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당시 머스크 역시 19억 달러(약 2조 2700억 원)라는 큰 손실을 내면서 위기에 빠졌어요. 그리고 이들은 바로 이때부터 이익률이 작은 해상 운송 사업 외 다른 물류 사업으로도 확장을 해나가기 시작했어요. 주력이 아니던 석유 사업을 빅오일인 토탈에너지에 매각하는 등 본질인 ‘물류’ 사업을 확장하기로 한 것이에요. 팬데믹 이후 계속 이슈가 되는 공급망 차질로 이익을 본 것은 맞지만, 이미 준비가 진행되던 사업 확장을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제 모든걸 하는 물류 기업으로
이들은 앞서 12월에 세계 최대의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의 국제 해상 및 항공 운송의 운영 관리를 맡는 계약도 맺었는데요. 이제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의 국제 물류 사업 전반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에요. 머스크는 이번 계약에 자체 개발한 운영 관리 소프트웨('인터내셔널 컨트롤 타워 솔루션')도 활용할 계획이에요. 해상 운송을 넘어서 복잡한 물류 체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지난 몇 년간 준비해 온 미래 사업의 그림이 어떤 것인지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고요. 

머스크는 현재 7만 곳이 넘는 해상 운송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요. 이들은 소비재 산업 전반의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이죠. 하지만 이들 중 머스크의 내륙 운송 서비스를 이용해 항구에서 물류 창고나 풀필먼트 센터로 물품을 나르는 비중은 25%가 되지 않아요. 내륙 운송 확장에 있어 이들은 잠재적인 핵심 고객들이에요.

이커머스가 촉발한 변화이기도
팬데믹으로 인해 더욱 당겨진 이커머스의 확장과 늘어난 물동량은 기존의 거대 해운사들도 사업 다변화에 나서게 만들고 있는 것이에요. 머스크뿐만 아니라 라이벌인 MSC(Mediterranean Shipping Co.)와 CMA CGM 같은 해운 업체들도 이제 항공과 내륙 운송 사업체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 중이에요.

아마존도 물류 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나서면서 비행 편대를 늘리고 있고, 자체 이커머스 사업이 뒷받침하는 내륙 운송 사업은 이미 페덱스와 UPS와 같은 대표적인 물류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죠. 팬데믹으로 인해 더 빨라지고 커진 변화가 기존 산업이 가지고 있던 플레이북을 덮고,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장을 유인하고 있어요. 물론 앞으로는 물품을 배로 항구에서 항구로만 나르면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계속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 이제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고요.
☕️ 전환기에 있는 머스크 내부 논쟁
머스크는 700대가 넘는 선박과 이제 다변화하고 있는 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제조업이나 미디어 산업 등 전환을 거친 많은 레거시 기업이 그러했듯 디지털 전환을 푸시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문화 충돌'이 일어나고 있어요. 한 IT 분야 고위 임원이 "머스크 사업의 핵심은 더는 선박들이 아니라 테크이다. 테크를 중심으로 물리적인 자산들을 이용하는 것이다"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 인터뷰가 공개되면서 기존 직원들의 반발을 샀어요.

이 인터뷰를 접한 머스크 선박의 선장이자 이사회의 직원 대표가 "아직도 회사 매출의 78%는 선박에서 나오고, 12,000명이 넘는 선원들이 없다면 머스크도 없다"면서 회사 링크드인에 걸린 인터뷰 글에 공개적으로 반박의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거대 해운사인 머스크가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자산과 새로운 테크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성공적인 전환을 하는 새로운 ‘물류’ 회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해요. (어쩌면 이런 '토론'은 물리적인 자산을 기반으로 커온 회사가 '테크'를 입히며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참고로 머스크는 팬데믹 이후 선박 운영에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변화도 현재 거치고 있어요. 디지털 전환이 늦은 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 해운업계이지만, 머스크는 이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포지셔닝 하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전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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