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3일  (No. 561)
왜 우리 팀장은 나의 좋은 아이디어를 거부할까?

내가 인터뷰한 어느 직원의 하소연. "제가 가장 답답한 게 뭔지 아세요?"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습니다. "작년에 제가 신제품 아이디어를 두세 번 정도 제안했습니다. 나름 시장조사도 하고 근거 데이터도 준비했죠. 그런데 매번 팀장님이 '시기상조다', '리스크가 크다'며 반려하시더라고요."

그는 좌절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더 큰 문제였어요.  6개월 후에 경쟁사가 제가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담아 업데이트된 제품을 출시해서 관심을 크게 받았어요. 대박까지는 아니었지만 꽤 많이 팔렸습니다. 왜 우리 팀장은 제 아이디어에 반대를 할까요? 저에게 뭔가 미운털이 박힌 걸까요?"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독려하고 지지하는 리더가 좋은 상사라는 말은 직장인들의 상식에 속합니다. 인사평가표에도 혁신과 창의가 리더를 평가하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죠. 그런데도 왜 제법 많은 리더들이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기상조하다, 리스크가 크다, 별다른 임팩트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거부하는 걸까요?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칭찬하지 않는 걸까요?

웨인 존슨(Wayne Johnson) 연구팀은 총 4,850명을 대상으로 한 5개의 실험에서 관리자들이 그럴만한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지위(Status)'의 변동으로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관리자들은 아이디어가 실패하면 본인이 잃는 '지위 손실'이 성공할 때 얻는 '지위 이득'보다 2.4배나 높게 인식한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설사 아이디어가 대성공을 거둬도 관리자가 얻는 '지위 이득'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이 얻는 '지위 이득'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이었죠.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창의성이 높은 아이디어일수록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혁신적일수록 실패 시 관리자가 받는 비난은 더 커지고, 성공 시 직원이 받는 찬사는 더 커진다는 것이죠. 결국 혁신적인 아이디어일수록 관리자는 그걸 기각하고 싶다는 욕구에 더 사로잡히고 맙니다.

관리자들은 왜 이런 심리를 보이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누가 성공이나 실패를 만들어낸 당사자인가'를 찾을 때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럴 겁니다. 아이디어가 실패하면 '넓은 범위'에서 책임자(나쁘게 말하면, 희생양)를 찾으려 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도, 그 아이디어를 승인한 관리자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거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기여자를 찾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한 직원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아이디어를 승인해 준 관리자는 그저 중간에서 도장만 찍어준 사람으로만 인식됩니다. 그러니까 관리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시돼도 그걸 채택하고 승인할 동기가 생겨나지 않겠죠. 실패하면 본인이 독박을 쓰고, 성공하면 직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요. 관리자들에겐 '아이디어 거부'가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겁니다.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죠.

"혁신을 장려하라"고 외치면서 정작 혁신의 핵심 고리인 중간관리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그걸 승인한 관리자의 기여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함께 보상하는 제도로 마련돼야 합니다. 알다시피, 게이트 키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으면 그 아이디어는 애초에 빛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그걸 만든 사람에게만 상이 주어지고, 실패하면 그걸 밀어준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문화가 여러분의 조직에 존재하지 않는지 살펴보세요. 이런 문화를 없애지 않고서는 "창의와 혁신을 장려하다"는 소리를 백날 외쳐도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끝)

*참고논문
Johnson, W., & Lucas, B. J. (2025). The idea endorser’s dilemma: How status dynamics disincentivize creative idea endorsemen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90, 10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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