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OTT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고 예전에 말했었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말씀 많이 공유하는 편인데😂 최근에 조승연 작가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뇌과학자 장동선 교수와 MBTI T와 F의 공감능력에 대해 이야기한 영상이 흥미로워서 가져와봤어. 이 영상에서 ‘공감’의 정의는 ‘정서적 공감’(F)과 ‘인지적 공감’(T) 두 가지야. 정서적 공감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1차적 공감이고 성장함에 따라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떨까?’를 대입하는 과정을 거친 인지적 공감이 2차적 공감의 단계인데 조승연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F의 공감-정서적 공감은 나와 같은 걸 즐길 때 나온다는 거지. 그래서 공감이 많을 수록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공감의 반대말은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대. 좋을 호, 기이할 기를 쓰는 호기심은 ‘이상한 것을 좋아하는 마음’, 즉 나와 이질적인 것을 즐기는 마음이래. 공감능력을 강조할 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해서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고, 이는 배타주의, 이기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 장동선 교수도 ‘폴 블룸’ 교수의 말을 인용하여 ‘적은 공감, 더 많은 친절’이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어.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만 주변에 두고 싶어지면서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함이 커지는 기분이 예전보다 자주 들곤 해. 그래서 호기심의 정의가 자극으로 다가왔어. 당장 내가 모르고 즉각적인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한번 더 마음을 열어보는 노력을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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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
[묘진전], [어둠이 걷힌 자리엔] 젤리빈 작가가 글을, [경계인] 그림작가였던 누텔라 작가가 그림을 그린 카카오 웹툰 [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가 한 달 전 완결되었어. 젤리빈 작가의 [묘진전]은 단행본으로도 소장하고 있을만큼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야. 전작 모두 우리나라 전통 설화를 기반으로 한 동양 판타지였는데 이번 작품은 인간과 도깨비, 여우의 인연과 악연에 대한 짧은 이야기야. 우리는 감정을 얼마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때론 감정의 원인을 도저히 모를 때도 있어. 이미 벌어진 일이고 그저 느낄 뿐이라는 점에서 감정과 사고는 비슷하기도 해. [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는 관계 안에서 발현될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컬러칩만큼이나 세분화하여 펼쳐놓은 이야기라고 생각해. 한편으론 혐관 로맨스의 정석이기도 하지. 31회 밖에 되지 않아. 언제 유료화 될 지 모르니 어서 정주행하도록 해!
📺볼 수 있는 곳 : 카카오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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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의 인간을 사랑한 도깨비
인간의 관념을 초월한 영험한 존재 산도깨비 이매는 지금까지 거의 무한한 혼자만의 삶이 외로운 적 없었어. 인간의 죽음도 그에겐 사사로워서 동물의 먹이사슬과 다름없었을 거야. 1942년 조선의 여자아이 금례를 만나기 전까진. 처음엔 죽든 말든 상관없는 인간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인데, 왜 였을까. 이매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소녀에게 절벽에서 뛰어 내리라는 거짓말을 해봤는데 진짜로 뛰어내리려 했던 사람은 처음이어서? 불편한 적 없었던 텅 빈 집을 매일매일 금례가 삯을 받고 손볼 때마다 커져가는 안락함에 물들어서? 결국 짧은 생의 인간과 사랑에 빠진 이매에게 “내가 어찌 너와 살까. 나와 살았던 기억이 아름다울수록 당신의 마음은 아플텐데.”라고 말했던 금례와의 시간은 예상보다도 더 짧았고, 사랑은 곧 상실로, 상실은 곧 금례의 죽음을 야기한 여우에 대한 증오로 바뀌었어. 여우 일족 전체를 향한 무차별적인 분노는 멸족의 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여우들은 이매에게 거래를 제안해. ‘꼬리 8개인 여우가 있다. 60년 후 꼬리 9개가 되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여우 구슬을 얻는다. 그 여우를 넘길테니 구슬로 죽은 금례의 목숨을 되살려라.’ 그렇게 잡혀온 여우의 이름은 호누. 도깨비에게 60년은 긴 시간이 아니야. 호누가 구미호가 되는 동안 이매는 금례에게 흐르는 하루의 시간을 자신의 사흘치 수명과 맞바꾸면서 60년을 기다리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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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가 유일한 목적이 될 때
상실감은 종종 엉뚱한 대상을 향한 복수심으로 변질되기도 해. 누구라도 탓할 수 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하니까. 혹은 갑작스레 사라진 삶의 목적을 대체할 수 있을테니까. 사랑이, 상실이, 증오가 복수심으로 막 바뀐 잔혹한 도깨비는 호누가 금례를 죽인 여우가 아니라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서 그저 ‘어떻게 하면 호누가 괴로울까’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을 60년 동안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았어. 호누는 어떨까. ‘캥캥캥’ 웃어재끼는 여우는 어두운 이매의 감정 안에 갇혔으면서도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는 존재야. 절대 이 안에서 죽을 생각이 없거든. 매일 탈출을 시도하고 매일 실패하는 호누를 지켜보는 일이 이매의 즐거움이 된 어느 날부터 어느 쪽인지 모를 둘의 지독한 연은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해도 되겠지. 기묘하지. 매일 사흘치의 생명력을 잃어가는 이매의 삶 안에 다시 들어선 유일한 생명력이 이매가 죽일 준비 중이고 이매를 증오하는 존재의 발버둥이라는 점이. 관계의 우위가 전복되는 시기도 이쯤이야. 아무리 도깨비에게 60년 따위 잠깐이라지만 자신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자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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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에 머무른 영혼을 위하여
젤리빈 작가의 작품에선 모든 대상, 설령 귀신일지라도, 존재함을 향한 측은지심을 느꼈어. 비극의 묘를 기가 막히게 풀어내면서도 결국 다정함으로 말미암아 사랑을 품는 작품을 쓰는 작가야. 전통 설화 바탕의 세계관이어서인지 한국적인 처연함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 [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도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다시피 우는 법을 알게 될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야. 이매가 우는 순간이 금례를 떠난 보낸 후가 아닌, 호누를 만난 이후라는 사실이 중요해. 일족을 멸하고 싶을 만큼의 증오, 증오를 가능케 할 만큼의 사랑, 사랑을 붙들어 둔 미련은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걸쳐있는 감정이야. 그럼 증오 다음에 이매의 감정은 어디로 향할까. [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는 증오가 끝은 아니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해. 증오의 단계에 머무른 영혼에게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끝맺어야 하는가, 나아가 우리는 어떻게 증오 다음 단계를, 과거에서 현재를, 지난 시간을 딛고 지금을 살아가는가에 대해 묻는 것 같았거든. 자신을 해치는 자기 파괴적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든 존재를 달래주는 제사같기도 했어. 마지막 화는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사랑과 증오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혹시 이따금 부정적 감정에 고여있는 기분이 든다 할지라도 영원하진 않을거야. 새로운 감정이 갑자기 찾아오지도 않을거야. 모든 감정은 연결되어있고 무엇도 완전히 지워야할 시기는 아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짊어지고 나아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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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사대주의일 수도 있지만 젤리빈 작가가 무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출신이라는 소개를 보고 깜짝 놀랐어👀 대학 졸업 전 [묘진전]으로 데뷔했는데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겼다고. 다음 작품 [어둠이 걷힌 자리엔]은 2023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문체부장관상을 수상했어. 작가가 동명의 소설로 출간하기도 했어. “만화는 시나리오, 콘티 작업, 마지막에 그림까지 그려야 완성이에요. 완성된 작품을 보는 건 좋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거든요.”라는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도깨비는 우는 법을 모른다던데]가 처음으로 그림작가와 협업한 작품이 된 이유를 추측할 만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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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시종일관 슬프거나 무거운 웹툰은 아니야. 오히려 호누의 캐릭터 덕에 유머러스한 순간들도 많고 무엇보다 묘사되는 동물들이 귀여워서 몇 번이나 소리를 질렀어. 특히 호누의 부하로 나오는 개들이 있는데 냄새를 잘 맡아서 흥신소를 하고 있어.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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