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하나인 덴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안녕하세요, 시소레터입니다.

시소레터를 구독하고 함께 읽어주시는 분들께 작은 소식을 전합니다.

오늘 레터를 마지막으로 시소레터가 잠시 휴식기를 가지려 합니다.


어느덧 시소레터를 이어온 지도 만 5년을 앞두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오다 보니,

최근 들어 앞으로도 지금의 방식을 계속 이어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지 고민이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더 즐겁게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그렇다고 휴식기 내내 소식이 끊기는 건 아니에요.

연말과 연초에 한 번씩은 짧게나마 안부와 소식을 전하러 찾아오겠습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만나게 될 수도 있겠네요.


잠시 쉬어가는 동안 이런저런 고민을 잘 정리해서, 내년 2월 11일에 다시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드릴게요.

그동안 시소레터를 읽어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잠시 쉬었다가 다시 만나요!


시소레터의 두 에디터, 흥선과 리코 올림 💚


사람의 입이 한 개고, 귀가 두 개인 이유가 있다지만

평일 내내 회사에 있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한 마디 못하고

입 꾹 닫고 살기 마련이죠.


그러다 주말에 맘 편한 친구 만나

필터링 없이 신나게 떠들고 오는 길에는

내가 또 너무 실없이 굴었나 반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입 닫아야 하는지

성인이 되기도 한참이 된 지금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입조심에 대한 콘텐츠를 모아봤어요.


* 본문에서 초록색 굵은글씨를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1. 만병통치약이라는 건 없으니까 

예스맨

👉 감독 : 페이턴 리드 

👉 출연 : 짐 캐리, 주이 디샤넬 외 


제가 매년 연초에 세우는 새해 계획 1번은 ‘긍정적인 사람 되기’입니다. 성격 탓인지, 환경 탓인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아서, 의식적으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는 편이거든요. 몇 년째 같은 다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 ‘긍정’이라는 게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전처와 이혼한 뒤 실의에 빠진 주인공 ‘칼’은 주변의 권유에도 모든 일에 ‘No’로 일관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의 권유로 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예스맨(Yes Man)’ 서약을 한 뒤 모든 일에 ‘Yes’를 외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삶 곳곳에서 좋은 변화가 찾아오고, 그 역시 긍정의 매력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Yes’를 외치는 데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따릅니다.

원치 않는 싸움에 휘말리고 곤란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칼이 ‘Yes’를 고수하는 건, 어쩌면 자신의 진심이 오히려 더 최악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돌아가 타인과 마주하는 것보다 무조건 긍정하는 편이 덜 두려웠던 거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지만, 때로는 말 한마디가 독침처럼 꽂히기도 합니다. 여전히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긍정적일 수도, 매번 솔직할 수도 없는 게 사람이니까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거짓과 침묵을 오가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가 말과 마음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 인생 최대로 신중해지는 순간 

시네필 게임 EP3 : 분량 조절 실패

👉 유병재


그 어느 때보다 말을 신중하게 고르게 되는 순간은, 웃기게도 게임을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마피아 게임이나 라이어 게임처럼 정체를 숨기고 서로를 속여야 하는 게임 말이에요. 내가 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게임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입 밖으로 꺼내게 됩니다. 평소엔 수다스럽기 그지 않던 사람도, 그때만큼은 침묵이 익숙한 사람이었던 양,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죠.

유병재가 기획한 ‘시네필 게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본 영화는 본 대로, 보지 않은 영화는 본 것처럼. 원탁에 둘러앉아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말투와 단어 하나에도 귀를 기울입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죠. 유쾌한 만담꾼으로 유명한 네 사람이 말 한마디 쉽사리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집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생각하면서요.

말을 가려서 해야지, 하고 평소엔 그렇게 다짐하면서, 왜 그리 재채기처럼 갑자기 툭툭 튀어나와 버리는 건지. 속마음을 콩알만 하게 구겨서 잘 넣어놨는데, 순식간에 팝콘처럼 쏟아져 나오는 땐 정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게임할 때의 절반만큼이라도 신중했다면, 뒤늦게 ‘아차’ 싶었던 순간도 그 절반 이상은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것 참, 팀장님 앞에서 매번 게임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렵네요.

3. 목이 달아나도 해야할 말은 꼭 해야겠어요

*본문에 소설 결말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장안의 여지

👉 작가 : 마보융


사흘이면 썩기 시작하는 과일 리치를 대륙을 횡단해 궁궐까지 배달하라는 미션. 비행기도 냉동 탑차도 없는 당나라 시절인지라 아무도 하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게 그 임무는 위에서 아래로, 또 아래로 넘어와 9품 하급 관리 이선덕까지 전해집니다.


평생 궁중 정치나 요령 따위 모르고 산 게 죄라면 죄인 주인공 선덕에게 죽으란 법은 없었습니다. 마흔 넘어서까지 실무를 해온 탓에 숫자를 두들기는 건 자신 있었거든요. 수백, 수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해 마침내 배달에 성공합니다.


이제 재상에게 최종 결과 보고만 남은 상황에서, 이선덕은 무슨 말을 꺼내게 될까요? 이제 한자리 좀 내어달라고 꺼드럭 될까요 아니면 수에 밝은 만큼 그동안 미뤄 놓은 비용 계산을 이야기하게 될까요?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의 고군분투를 함께한 덕에, 어느새 보고 자리에는 저도 같이 서있게 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관리 생활인만큼 말조심이 답이라 생각했는데, 주인공의 입에서는 뜻밖에 단어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지금 양귀비의 오라버니 앞이라니까요, 선덕씨!


4. 부르고 모으지 못할 말이면 차라리

너를 부르고 있어

👉 노래 : 우효 (OOHYO) 


몇 년 동안 소식이 없던 가수 우효가 기아와 갑자기 콜라보를 해 곡을 발표했는데요. 특유의 음색과 스타일이 변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를 꼭 음미하지는 않아서, 한참 뒤가 지나서 가사를 눈치챌 때가 있는데요. 이 곡처럼 차분한 멜로디에 감춰져 있으면 더더욱 알아채지 못하는 편이에요.


"찰나의 말 한마디 속에 감출 수 없어요 그럴 수 없어요

내 사랑은 내 사랑은 / 잃어버린 엔진을 너를 부르고 있어"


말하는 것과 부르는 것을 구분해 사랑을 논하다니 둘 다 소리 내는 건 매한가지 아니었나요.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아닌데 단어를 뭉뚱 그린 채 쓰고 있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말은 흩어지듯 찰나인데 부르는 건 아니라면, 그래서 사랑은 말에 가리지 말아야 한다면. 무엇을 부르지도 모으지도 못한 나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입으로 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사랑을 대해서도 욕지거리를 내뱉을 때도 있고, 말할 때도 있고 또 힘껏 부를 때도 있었죠. 보이지도 쌓이지도 않으니, 흥청 망청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입 밖으로 내밀어왔습니다. 불러야 할 때를 알고 참 조심했었어야 하는데 말이죠.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콘텐츠로 연결됩니다.  
🥨 리코'S PICK <46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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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_기록법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를 내려보다 흥미로운 계정을 발견했어요. 짧은 에세이를 써 내려가는 사람의 모습과, 그 글이 한 자 한 자 타이핑되는 화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세로 2분할 화면으로 구성된 릴스를 업로드하는 계정이었는데요.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형태라 저도 모르게 계정에 게시되어 있는 영상들을 계속 이어서 보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개인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만큼 그걸 출판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져서, 일상 에세이 종류는 정말 어딜가나 많더라고요. 그렇게 책으로 출판된 것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또 짤막한 글을 실제로 써 내려가는 과정과 그 내용을 함께 보게 되니 또 시선이 갔습니다. 릴스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 글을 눈으로 읽게 되는 경우는 드물뿐더러, 담긴 이야기가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가지를 뻗어나갈 만한 것이라 생각 없이 스크롤을 내리다가도 잠깐 멈춰서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글에 담긴 생각이나, 표현 방식도 좋았지만 귀로 그 타이핑 소리를 듣는 것이나, 글을 쓰는 사람이 고민하고 있는 표정을 함께 보는 게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니 사실 이건 그냥 화면 속이 아니라 현실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더라고요. 이 디지털 세계에서 흥미를 느낀 게 결국은 아날로그라니. 어쩔 수 없는 늙은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려나요. 📝

👴 흥선'S PICK  <위켄드(Weekend) - Hong Kong feat. Faye Wong>

구매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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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_노스탤지어 #위켄드_참_잘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기도 한 위켄드가 홍콩 콘서트에서 미발매 곡을 공개했는데요. 우리에게는 <중경삼림> 주인공으로 알려진 왕페이의 곡을 샘플링한 곡이기도 합니다. ‘레트로’라는 주제 안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줘 온 위켄드가 이번 곡으로 하나의 정점을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추억도 경험도 없는 사람인 저에게도 노스탤지어를 일으키게 하니까요.


유튜브 댓글들을 살펴보면 저같이 멜로디에 매료되어 듣는 이방인이 있는 반면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짙은 향수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낯설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알 것 같기도 합니다. 괴리와 공감 사이를 오가다, 우리를 연결하는 위켄드와 유튜브와 영어가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종종 영수증에서 옛 홍콩 영화들에 대한 후기를 남기기도 했는데요. 재개봉 때마다 달려가는 게 그냥 영화를 좋아해서도 있지만, 그때 그 영화를 봤던 부모님을 상상하기 위해서도 있다는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같은 장면을 본 그들의 표정을 내 표정으로 말미 암아 상상해 보면서요.


세상을 다 아는 것같이 굴면서도 이렇게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것들이 있다는 걸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신기해요.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사람들의 경험, 십수 년 전에 극장에 들렀을 엄마 아빠의 얼굴, 그리고 매번 레터를 쓰면서 만나는 구독자분들도 그렇고요. 그래도 콘텐츠가 있으니 이것들이 또 이어지기도 하네요. 그게 제가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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