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다단계를 한다고?(feat. 스테픈)

2022.05.23 ㅣ 79호

님, 안녕하세요. 팀 코주부입니다.

뉴욕 증시가 직전 고점 대비 20% 가까이 빠지며 증시 바닥 논쟁이 뜨겁습니다. 현재로선 “바닥이 아직 멀었다”는 의견이 “바닥을 이미 찍었다”는 의견보다 우세해 보입니다. 하지만 주가의 바닥을 미리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입니다.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주식의 바닥과 관련해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떨어지는 주식을 바닥에서 잡으려는 시도는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는 행동과 마찬가지다. 칼이 땅에 꽃혀 잠시 부르르 떨다가 멈춘 다음 잡는 편이 낫다.”

실제로 이달 미국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현금 보유 비율을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쉬는 것도 투자의 전략입니다.

📊오늘의 코주부

스테픈 (대리) 투자 체험기 마지막
동원 사태로 본 '합병비율' 논란
한줄상식 : 디파이

내 남편이 다단계를 한다고요?(feat. 스테픈)

스테픈 (대리) 투자체험기, 대망의 마지막회입니다.

남편(취재원)의 스테픈 운동화 투자가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남편은 지난 16일 동안 7SOL 가량을 벌었다고 합니다. 운동화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코인이 7SOL 입니다. 5월 20일 오전 9시 30분 현재 1SOL은 6만 6400원이네요. 46만 4000원 가량을 번 셈입니다. 아니, 운동화 값 220만원이 있으니 46만 4000원 만큼을 원금 회수한 셈이네요(깊은 한숨😪). 스테픈 투자는 ‘운동화 수리’와 ‘업그레이드‘라는 재투자가 반드시 수반되는데요, 취재원은 운동화 수리를 거의 매일 했다고 해요. 업그레이드는 레벨 5에서 시작해 현재 레벨 9까지 올린 후 이제 원금을 모두 회복할 때까지 더 이상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심호흡, 후아후아).

📈스테픈 3개월…초기 투자자는 성투했다

이런 속도라면 운동화 값 220만 원을 모두 회복하는 데는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근데 투자라는 게 돈을 버는 거지 고작 원금을 회복하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3개월 간 잃어버린 내 돈을 찾기만 하는 셈이네요? (홧병😤)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는 솔라나 가치가 1SOL당 10만 원 대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루나 사태로 전 세계 모든 코인이 폭락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투자 기간도 지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변을 보니 원금 회복은 물론이고 이미 수익 단계에 돌입한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스테픈으로 어떻게 돈을 번 걸까요? 우선 스테픈의 수익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방법 1. 내가 산 NFT 운동화 되팔기: 처음 산 운동화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운동화를 팔아서 차익만큼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입니다. 대신 NFT 운동화의 가격이 상승해야 의미가 있겠죠?

💡방법 2. 운동을 해서 채굴한 코인을 현금화 하기: 운동을 할 때마다 코인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때 번 코인을 현금화 해서 돈을 버는 건데요, 이 역시 운동화를 구입한 가격 이상 돈을 벌어야 의미가 있을 겁니다.

📈루나도 그랬어... '다단계 느낌' 코인 괜찮아?

듣기엔 무척 쉬워 보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달려서 코인을 채굴해서 현금화하고 내가 산 운동화를 팔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죠. 하지만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아주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후발 투자자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세요, 우리가 운동화를 샀어요. 그리고 운동화를 팔려고 내놨는데...아무도 안사... 그러면 운동화를 팔 수가 없습니다. 산 가격이 220만 원인데 200만 원에 내놔도, 100만 원에 내놔도 안 사면 그 돈은 날려버리는 셈이죠.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운동을 해서 코인을 채굴해서 돈을 벌면 되잖아(방법 2)!"라고요. 그것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스테픈에서 채굴되는 코인은 스테픈 이용자들이 있어야 활용이 되겠죠. 사람들이 솔라나를 매수하는 이유는 스테픈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인데, 스테픈이 인기가 없다면 솔라나를 매수할 이유도 사라지겠죠. 그래서 이용자가 열심히 백날 운동을 해서 채굴을 해도 그 코인을 현금화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바로 이 스테픈이 혹자들에게 '다단계' '폰지사기'라는 비난을 듣고 있는 이유죠. (아니 근데 잠깐... 왜 갑자기 최근 폭망해서 난리난 '루나'가 떠오르는 거죠?)

💡폰지사기란: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 사기

📈 스테픈은 '지속 가능'할까?

그렇다면 스테픈 투자자들은 앞으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왼쪽 사진은 스테픈의 하루 신규 가입자 추이인데요. 처음 스테픈이 시작된 2~3월에 비해 현재 하루 신규 유입자는 10배 이상 많습니다. 그래서 3월 정도까지 가입한 분들은 투자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화를 공들여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해 가꿔서 내놓으면 살 사람이 많았잖아요. 특히 한참 언론 기사가 많던 4월에는 신규 유입자가 급증했고, 취재원 역시 이 무렵에 투자를 시작했죠. 또 운동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빨리 벌 수 있기 때문에 초반 이용자들은 운동화를 3족 이상 갖고 있기도 했어요. 이런 운동화들이 시장에 나오고 후발 투자자들이 해당 운동화를 구매하면서 지금까지 투자가 유지돼 왔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과연 앞으로도 사람들이 더 들어올까?

'보수적 투자'를 중시하는 제가 취재원의 갑작스런 코인 투자에 관대했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걸 <코주부> 레터에 쓰면서 독자 여러분께 살신성인으로 기쁨을 드릴 수 있기 때문이었고요...(제가 이렇게나 독자님들을 사랑해요) 두 번째는 실제로 스테픈이라는 서비스의 미래가 상상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스테픈은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협업해 NFT를 발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방식은 기존 이용자들의 '팬심'을 더욱 두텁게 하고 신규 이용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수단이 되죠.

NFT 지속 가능성의 기본은 '팬심'이거든요. 마치 고가의 미술품을 사듯 사람들은 다양한 협업 브랜드 NFT 운동화를 사고 싶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아이돌 기획사가 NFT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바로 이 '팬심'이 뒷받침되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점에서 스테픈 운영자들이 굉장히 '고단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단점이 될 수도 있죠. 스테픈과 같은 NFT 투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사한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움직이면서 돈을 버는 M2E(Move to Earn)이라는 구조인데요. 국내 기업도 M2E 서비스를 속속 내놓을 예정이거든요.

우선 스포츠테크 스타트업인 프로그라운드는 올 하반기에 '코인워크'라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이 서비스는 네이버의 메타버스인 제페토와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생각만 해도 재미있어보여서 저도 살 거 같아요...(그만해라) 또 6월 출시가 예정된 '스니커즈'라는 서비스는 운동화를 빌려서 이용하는 서비스도 생각 중이라고 합니다. 현실 세계의 모든 서비스가 그렇듯 후발주자는 늘 반면교사라는 이점이 있잖아요. 앞으로 M2E를 이용해 코인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스테픈보다는 더 재미있는 기능이 많은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스테픈 이용자가 줄어들고, 운동화는 안 팔리고, 코인 가격은 떨어지고... 나는 화가 나고...

뭐, 그렇단 이야기입니다. 루나 사태로 코인 투자자들의 박탈감이 무척 클 텐데요. 모든 투자는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입니다. '2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말은 분명 '200%의 손실'을 포함합니다. 스테픈도 마찬가지죠. 내가 열심히 운동만 하면 돈을 준다? 세상에 그런 자선사업가는 별로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제 말은 투자 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백기 든 참치왕...'합병비율'이 뭐길래

뿔난 개미(소액주주)에 결국 참치왕(동원그룹)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흡수합병을 추진하던 동원그룹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합병비율'을 변경했거든요(👉관련기사). 사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동원참치 불매 운동 조짐까지 나오자 회사 측이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입니다. 대체 뭐가 문제였길래 이 사달이 난 걸까요? 알고보면 합병비율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과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때도, 삼광글라스 사례 때도 늘 '합병비율'이 문제가 됐죠. 오늘의 <코주부>에서는 이놈(?)의 합병비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내 가치가 더 높겠니, 네 가치가 더 높겠니

합병비율은 A라는 회사가 B라는 회사를 흡수 합병할 경우, B회사 주주들의 주식을 A회사 주식으로 바꿔줘야 하는데 이때 활용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와 B회사의 합병비율이 1:0.3이라면 B회사 주식 100주를 A회사 주식 30주로 바꿔준다는 뜻입니다. 100주가 30주가 되는 걸 보면 A회사의 가치가 B회사보다 높게 책정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처럼 합병비율은 두 회사를 합칠 때 어느 회사가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비율을 책정하는 방식이 중요하겠죠?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합병가액(합병비율을 뽑기 위한 기준)은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시장가격(기준시가)을 기준으로, 비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산술평균(1대 1.5)으로 산정합니다. 상장사에는 가격 기준을 적용하고, 비상장사에는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죠. 다만 상장사도 시장가격이 자산가치(주당순자산액)보다 낮다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사실상 오늘의 포인트📌).

📈내 주식이 저평가(고평가)라니! 공정한거 맞아?

법에 따라 지난 4월 7일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사업회사, 상장사)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 기준 주당 24만8961원으로 정했고, 동원엔터프라이즈(지주사, 비상장사)는 가치 기준 19만 1130원으로 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온 합병비율은 1:3.8385530 입니다. 근데 공시가 나오자 시장이 들썩여요. 동원산업 주주들이 "내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들고 일어난 건데요. 법대로 했는데...뭐가 문제일까요?

①주가의 왜곡...'시장가치≠ 자산가치'
주가는 통상 회사의 가치를 보여주는 공정 지표로 인식이 됩니다. 하지만 주가가 회사의 모든 가치를 대표할 수 있을까요? 동원산업을 보시죠. 동원산업은 참치 선망선 등 약 40척의 원양어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포획한 수산물을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치가 1조 원에 달하는 미국 1위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 등 알짜 자회사도 21개나 보유하고 있죠. 이러한 자산 가치들을 기준으로 평가한 동원산업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38만 2140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가 기준으로 책정한 주당 합병가액은 24만 8961원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이들을 더 분노케한 건 피합병법인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반대로 고평가됐기 때문인데요. 산정된 주당 합병가액에 따른 동원산업의 기업가치는 9156억원에 그친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2조 2247억원에 달합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주요 매출이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에 불과하고, 영업이익도 동원산업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병가액 산정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②주가는 타이밍..."대주주 배만 불려"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대주주가 주가 변동을 고려해 자신이 유리한 시기에 합병하거나 호재 공시와 악재 공시를 이용해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99.56%에 달합니다. 대주주의 지분이 많은 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대주주에게 유리하다보니 합병비율 산정 배경에 이런 음모 아닌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법도 하죠.

📈주가? 순자산?...고민될 땐 투자자만 생각해

결국 동원그룹은 지난 18일 동원산업의 주당 합병가액을 기존보다 50%가량 끌어올려 합병비율을 조정했습니다. 주주들의 요구대로 주가 대신 자산가치를 적용했죠.
그렇다면 자산가치로 책정하면 합병비율 논란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까요? 사실 그것도 아닙니다. 순자산가치도 회수할 수 없는 부실채권이 자산으로 잡혀있거나, 악성재고가 자산으로 분류되는 사례가 있거든요. 결국 어떤 방식이 더 우월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해외에서는 대부분 합병비율 규제가 없고 당사자 간 합의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국내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합병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이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거든요. 어떤 기준이든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지 않겠죠?

✅디파이(De-Fi)
탈중앙화(Decentralize)된 금융(Finance) 시스템을 뜻합니다. 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예금과 송금, 대출, 결제, 투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코인을 예치하면 높은 이자를 주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디파이 모델 중 하나입니다.

최근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디파이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습니다. 테라·루나 발행 업체는 테라를 사서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주는 디파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를 끌어모았는데요. 세계 2위 디파이 플랫폼이었던 테라가 하루 아침에 무너지자 디파이 서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깨졌다는 분석입니다.

오늘의 코주부 레터는 여기까지

팀 코주부가 당신의 성투를 빕니다. 다음 호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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