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WeWork 라는 회사 다들 알지? 공유오피스라는 개념(※공유가 다니는 사무실 아님 주의)을 처음 도입해 급성장하더니 국내에서도 여기저기 간판을 내걸기 시작했잖아. 한때 우버, 에어비앤비와 더불어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유니콘 기업*으로 각광받더니, 어느 순간 그 명성이 사라지고 폭망했다는 소문이 들려왔지... <우린폭망했다 WeCrashed>는 바로 이 위워크 사태를 기반으로 애플TV+ 에서 제작한 시리즈야.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뭔 일이었냐고? 

*유니콘 기업: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 유니콘처럼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됐대.

세상 호감형 외모의 애덤 뉴먼(위), 그리고 미겔 맥켈비(어깨깡패)

왠지 업무효율 폭발할 것만 같은 위워크 내부.jpg

뭐 그냥 창업 성공 신화 아니냐고? 물론 공유오피스 사업모델은 아직까지 유효해. 문제는 CEO 애덤의 부도덕한 경영과 그로 인한 수익 악화에 있어. 이는 위워크 주식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에서 여실히 드러났지 뭐야. 수익이 엄청난 건 사실이었지만 지출이 그보다 훨씬 컸지. 2018년에 순손실만 19억 달러였으니 말이야.

🤦‍♂️ 애덤 만행 모음집

이 외에도 노답 짓은 끝이 없었다고 해. 그간 소프트뱅크 같은 거물 벤처자본이 투자했고, 회사가 규모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일궜으니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어. 세상을 뒤바꿀 혁신적인 플랫폼 테크기업인 척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물을 매입해 꾸며서 세를 주는 형식의 부동산 임대업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런데도 장기임대 비용을 선지급하고, 공실에 대한 리스크를 대비하지 않는 등 엉망진창으로 회사를 굴렸다고 볼 수 있어. 결국 불명예스럽게 CEO를 사임하지만, 위워크로 막강한 부를 축적한 덕분에 본인은 잘 먹고 잘 살아서 1조원 대 땅부자가 됐다는 후문.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구조조정을 당한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지. 

💏 위워크가 망하는데 웬 러브 스토리?

<우린폭망했다>는 위워크의 성공과 몰락에 대해 이야기한 아마존 원더리(Wondery)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야. 평균 20분짜리로 길지 않으니 궁금한 주민들은 팟캐스트도 들어봐! (링크)

레전드 커퀴벌레 찐 뉴먼부부와 짭 뉴먼부부

드라마 제작자 리 아이젠버그 Lee Eisenberg와 드류 크리벨로 Drew Crevello는 팟캐스트를 듣고 위워크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어. 그러면서 뉴먼 부부의 친구와 동료들을 만나고, 회사 성장의 핵심이 둘의 사랑이며, 애덤과 레베카 없이는 위워크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대. 제작자들은 이 이야기를 러브 스토리로 소개해. 회사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폭망의 과정을 둘의 관계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했다고 볼 수 있어. <우린폭망했다>는 자기의 세계에 도취되어 있는 사람 둘이 만나 지독한 사랑까지 하면 얼마나 놀라운 ‘시너지’가 나오는지를 보여줘. 하지만 시리즈가 단지 이 두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야. 분명 위워크는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였고, 뉴먼 부부가 돈도 많이 벌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위워크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질문해 볼 필요가 있는 거지.

🧐 근데.. 이 사람 논란 있지 않았어? (주어: 자레드 레토)

팬미팅 중인 자레드 레토 (교주 아님)

자레드 레토는 <하우스 오브 구찌>, <모비우스> 등 요즘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수 겸 배우야. 하지만 미성년자 성폭행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해. 2005년 뉴욕포스트에서 그가 미성년자 모델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호텔로 초대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고, 최근엔 피해자들이 과거 웹상에 올린 폭로가 발견되어 SNS를 통해 바이럴을 탔지. 실제 고소가 진행되거나 사실 여부를 밝힌 후속 기사들은 없었지만, 이런 논란이 불편한 주민은 <우린폭망했다>를 패스해도 좋을 것 같아. (이번 안내서로 대신하면 딱일듯! ^0^)

불과 6~7년 전, 내비게이터들이 대학교를 졸업하던 시절만 해도 스타트업은 꿈 많은 열정맨 만이 선택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곳이었어. 혁신적이지만 미지의 대상이라 오히려 기피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 그러다 미국에 이어서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유니콘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어. 코로나 전후로 ‘네카라쿠배당토' (미국의 FAANG을 따라함)라는 말이 채용 시장에서 성행하며 한국의 IT 스타트업은 어느새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도 그만두고 가는 회사가 되어버렸지. 자율 출근제, 스톡옵션, 원격근무 등 기존의 노동환경을 뒤집는 제도들… 정확히 어떻게 일하는지 그려지진 않지만 괜히 멋져 보여. 그런데 주민님은 <우린폭망했다>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 이번 생각할 거리에선 아는 사람은 안다는 스타트업 세계의 양면성에 관해 이야기 해볼까 해. 

‘세상의 이런 문제, 저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터뷰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거야. 스타트업은 보통 전례 없던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 시키는데, 새로운 개념과 미래 시장을 예견하여 투자자와 소비자를 설득해야 해. 지금이야 🥕당근마켓과 🔵토스 안 쓰는 사람 없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잖아. 그래서 보통 스타트업의 대표들은 스토리텔링에 아주 뛰어나. 애덤 역시 환심을 사로잡는 말재주와 영웅심에 가까운 자신감을 타고났어. 그러나 매일 세계의식 고취니 미션이니 떠들어대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척 조언하지만 자기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이기도 해. 그렇게 애덤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한 거라곤 입 턴 것 밖에 없는데 명예와 부 그리고 성과를 가져갔지. 

사실 <우린폭망했다> 같은 콘텐츠를 통해 이런 인물들을 객관화시켜보면 진짜 우습지도 않은데 사람들이 왜 몽상가+돌아이에게 넘어가나 싶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을 실현해내는 애덤의 모습이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왔지만, 사실 그 뒤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직원들이 있었어. 쥐꼬리 같은 월급을 받으며 밤낮없이 일했으나, 그들이 처한 비상식적인 노동환경은 애덤의 번지르르한 비전과 언어로 낭만화되지. 스톡옵션, 승진, 세상을 바꾸는 미션 같은 빌미로 동료와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착취하는 조직문화가 탄생한 거야. (우리는 이걸 가스라이팅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막상 탈출하기는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낸 거지. 실제로 위워크는 무보수 초과근무, 남녀임금 차이, FRAT boy 문화*, 직장 내 성폭력과 2차 가해, 부당해고 등 매우 ToXic..한 노동 환경었다고 해. 전 직원들이 회사를 고소하거나 언론에 폭로하면서 밀레니얼이 동경하던 ‘힙'한 회사의 두 얼굴이 결국 밝혀졌어.

*Frat boy 문화: 남성성이 강하고 방탕한 조직문화를 뜻해. Frat은 미국 대학교의 남학생 사교 클럽인 fraternity의 줄임말이며, Frat boy는 보통 미드에서 술과 마약을 즐기며 강간과 연애 사이의 모호함을 오가는 운동부나 엘리트 남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돼. 사회에 나와서도 비슷한 재질의 남자들을 Frat boy라고 칭해. 

자아도취적인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유해한 조직문화와 노동환경이 양성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져. 하지만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벗어나긴 매우 어려워. 꼭 스타트업이나 회사 조직이 아니더라도, 위워크 직원들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최선의 해결책은 탈출이지만, 사정상 현재 환경을 떠나지 못한다면 아래의 영상이 상황의 객관화에 큰 도움이 되니, 영상 보면서 마음의 근육을 키워내길 응원할게! (from.나르시시스트가 대표인 회사 때려친 내비게이터)

흔히 들어본 듯한 이 ‘명언’스러운 말. 적은 월급으로 일은 드릅게 많이 시키면서 더 열심히 일하라는 주민님의 회사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구호라면 어떨 거 같아? 위워크에 막대한 손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지만, 누구보다도 큰 피해를 보았던 건 매일 12시간씩 성실히 일했던 직원들이야. 불분명한 직무와 책임, 강제중재 조항 등 다양한 불이익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전직원들이 입을 모아 꼬집었던 문제는 바로 임금 대비 과도한 초과 근무였어.

실제로도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더 열심히 일합시다!”, “이 경험에 함께하는 당신들은 행운아예요."라는 애덤의 낭만적인 가스라이팅이 직원들의 문제 인식을 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증언들이 나와. 열정과 사랑만 내세우는 애덤의 피상적인 비전 제시가 직원들을 현혹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더 일하게 만드는 착취의 도구가 되어 버렸지. 게다가 당시 미국의 유연한 연방 노동 규제(강제중재 조항, 연봉 약 6,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는 등)가 함께 맞물리면서 위워크의 임금 횡포로부터 직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는 소송 말곤 없었어. 

주민님은 혹시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으려나?! 국내 스타트업에서 굴러본 경력이 있는 내비게이터들은 <우린폭망했다>의 배경에 깔린 수많은 직원들의 탄식과 억울함이 백번 이해됐어. 빛 좋은 개살구인 비전에 빠져 정작 내실은 돌보지 못했던 우리의 대표님들… 그래도 직원인 만큼 열심히 일하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전날에는 새벽까지 발표 자료를 만들며 열일했던 나… 그 유명한 판교의 등대 중 한 명이었던 수많은 스타트업/IT 직원들… 

국내 스타트업/IT 기업들 또한 착취와 개선의 역사를 거치며 향상된 복지, 유연근무제, 최대 근로 시간 52시간 등 개선된 노동환경에 도달했어. 특히 공룡기업 네이버의 100% 재택근무 선언 등과 같은 유연근무제 도입은 경직된 한국 노동환경의 변화와 워라밸 실현을 기대하게 해.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바뀌는 이때, 노동 정책들이 더욱 유연화될 것이란 전망이야. 대표적으로 포괄임금제, 근로 시간 규제 완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등이 근로자의 노동 시간과 임금을 보호하지 못하는 친기업적인 정책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어. 노동의 유연화가 반드시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노동환경의 개선을 보장하는 건 아니란 거지. 위워크 직원들의 증언이 우리 사회의 예언이 되지 않길 바라며… 관련된 기사들 첨부하고 물러날게.

그래도 나의 고용주들 사랑합니다…feat. 사회생활

오프닝 속 유니콘은 상상 속에나 존재할 것같이 희귀하고 환상적인 회사였던 위워크를 상징하는 것 같더라구. 배경으로 깔린 Jungle의 Happy man도 좋고, 무너져버린 그들의 꿈처럼 유니콘의 뿔이 박살 나는 엔딩이 인상 깊어 명장면으로 pick 해봤어. 아, 물론 애덤 뉴먼은 지금도 잘 먹고 잘사는 걸 보니 박살 난 건 직원들의 꿈인 것 같지?

볼 수 있는 곳

애플TV+

장르

드라마

러닝 타임

총 8개 에피소드 / 6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