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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STORY

발화, 사유가 세계가 되는 순간


우리의 사유는 종종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는 붉은 수평선 위에 머문다.

지금 마음을 달구는 이 빛이 새로운 시작의 예감인지, 아니면 저물어가는 낙조의 잔향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확신 없는 생각은 형태를 얻지 못한 채 머물고, 우리는 끝내 발화를 미룬다. 그리고 이미 세상에 수많은 문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망설임에 무게를 더한다.

이 침묵을 걷어내는 유일한 방법은, 모호함 속에서 나만의 서사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다.

"희망은 좋은 거야.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원고에서 발견했다면 빨간 펜으로 가장 먼저 삭제 당했을 문장. 『쇼생크 탈출』의 이 진부한 앤디의 말이 명대사가 된 것은 표현의 새로움 때문이 아니었다. 숟가락으로 벽을 파고 어둠과 오물을 통과한 시간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사유가 아무리 웅숭깊어도 발화되지 않는다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면에만 고여 있는 생각은 형체 없이 흩어지지만, 서사의 무게를 지닌 채 문장으로 태어난 생각은 지나온 시간을 증명하는 흔적으로 남는다.

그러니 모호함도 진부함도 두려워말라. 두려워 할 것은 오직 침묵이다. 붉은 수평선 위에서 충분히 머물렀다면, 이제는 말할 차례다.


그 붉은 빛은 일몰인가, 일출인가.

by 마침_명프로젝트 & 시필

 

세상의 소음이 멀었다.

희게 눈보라가 몰아치는 평원은 세상과 단절된 공간이었다. 온 세상에 그와 나 단둘만이 존재하는 듯한 적막도 잠시, 그가 먼저 침묵을 깼다.

“잘 지냈어?”

순간 흩날린 싸라기눈이 발갛게 언 내 귓가를 때렸다. 아릿한 감각이 인다.

“우리가, 그런 인사나 주고받을 사이는 아니잖아요?”

나는 픽 웃었다. 긴 나선을 그리며 지표면을 쓸어대는 눈 폭풍을 따라 배회하던 그의 눈이 멈췄다.

by 가넷베리_가넷베리의 숏텐츠

4등을 위하여


당신은 4등인가요?

아마, ‘4등이면 좋은 거 아냐? 4등이라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겨운 4등이 싫은 사람들도 있겠죠.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4등이 있습니다.

4명 중 4등, 10,000명 중 순위권을 놓친 아쉬운 4등,

400등이지만 순위권 밖이면 모두 4등이라고 말하는 4등.

by 김지혜_4등을 위하여


햇살 좋은 창가에서 인사드립니다.


2026년이 어느새 흘러가고 있지만, 제게는 늘 3월쯤이 진짜 시작처럼 느껴집니다. 이제야 몸을 조금 펴는 사람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사람도 괜찮습니다.


기지개를 한 번 크게 켜고, 새로운 한 해를 다시 맞이해 보아요. 늦은 건 아니에요. 지금이 딱 좋은 순간입니다.

by 이지선_햇살 좋은 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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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명주_사적인 지각변동
몇 시간째인지 모르겠다. 도파민 중독자처럼 숏츠만 들여다 보느라 할 일은 뒷전이다. 보고 있는 게 특별히 재미있거나 유익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타인의 성공 공식에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나도 안다. ‘성공하는 법’, ‘억만장자의 모닝 루틴’ 같은 영상을 본다고 내가 억만장자가 되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이 무한의 루프에서 뛰어내리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에는 일론 머스크나 앤드루 후버만 같은 유명인들의 루틴과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공식에 경도된 사람들이 많다.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이유는, 그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더 보기>

by 서사이_도구의 사생활

내 어린 시절 연필은 늘 결핍의 상징이었다. 침을 묻혀 꾹꾹 눌러 써도 금방 닳아버리는 흑심(芯), 그 작은 손가락이 아릴 정도로 짧아지면 볼펜 깍지를 끼워 생명을 끝까지 연장하던 몽당연필. 기다란 국산 연필 한 자루도 호사였던 내게, 연필 뒤에 분홍색 모자를 쓰고 초록색 띠를 두른 ‘지우개 달린 연필’은 도구가 아니라 신분이었다. 그것은 지우개를 잃어버릴 걱정이 없는 아이들, 즉 ‘여유’를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1858년, 미국의 하이먼 리프먼이 연필 끝에 지우개를 심어 넣었다. 세상은 이를 혁신이라 불렀지만, 내 어린 세계에서 그 혁신은 차가운 우월감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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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_이안의 숏텐츠

< 통신에 문제가 있어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5G 통신 수신바를 확인 했다. 수신바5개가 모두 가득 채워져 있다. 다른 포털 사이트를 접속해 인터넷 접속 상태를 확인했다. 포털 사이트는 정상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혹시 쿠키에 저장된 페이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지를 확인하려고 다른 링크도 확인했다. 문제없었다. 다시 에이아이 답변 사이트에 접속했다.

< 통신에 문제가 있어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시기를 바랍니다. >

-진짜, 어쩌라는 거야? 오늘 일 어떻게 하라고 유료 사용자한테 이딴 식이야?

-왜요? 에이아이 말하는 거죠? 어젯밤 12시부터 접속이 안 되더라고요. 지난달 해고 된 CS직원들 회사가 긴급 호출해서 오늘 다 아르바이트하러 왔어요.

-어젯밤부터? 오늘 주간보고서 써야 하는데, 망했다. <더 보기>


by 이표_표류일지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외출 시 방한용품을 착용하시고…]

 

연속된 문자 알림음을 따라 내 입김이 길게 이어진다. 내뱉은 숨이 곧장 얼어버릴 것만 같다. 옷을 벗은 나무들 사이에 열매 맺힌 나무는 몇 없다. 그곳에 맹금류인 새매 한 마리가 앉아 먹이를 찾아 헤매는 작은 새를 기다린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찾아오지 않자 이내 자리를 떠난다. 이제 작은 새 여럿이 포르르 날아온다. 먼저 용기 낸 ‘선구조(先驅鳥)’는 열매를 혼자만 누리지 않고 소식을 알린다. "이리 와, 이제 문제없어. 여기 먹을 게 많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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