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쓰레기봉투에 보내야 하나요?

26호 I 2022.01.18 I 구독하기

친구들, 오늘은 강아지에 대한 시로 편지를 시작합니당.

“작은 영혼은 무척이나 가벼워/ 하늘과 땅을 맘껏 오갈 수 있는가 봐/ 언덕에 내리는 눈송이처럼/ 메리, 부드럽고 환한 이름의,/ 메리와 언닌 기쁘다/ 빈 무릎에 누워도 좋다는 말을 아끼고만 있을 때/ 찾아온 메리, 언니는/ 그런 존재는 영영 잊히지 않는다 믿는다”

-남지은의 시 ‘기척’ 일부

시를 쓴 남지은 시인은 “개와 함께 한다는 것은 나 아닌 한 생을 돌보는 것, 태어남부터 사라짐까지 한 존재의 반짝임이 나에게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아지뿐이 아니겠지요. 반려동물를 가족으로 맞아 짧은 생의 전부를 함께한 집사들이라면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주 댕기자는 작은 가족들을 ‘무지개 다리’ 너머로 보낸 여러 집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으로 불리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친구들은 어떻게 슬픔의 파도를 헤쳐나올 수 있었을까요.(🖤고양이가 떠나고 ‘채식 계정’을 만들었다)

국내 첫 반려동물장례 인식조사(링크) 결과도 공개합니다. 가족이라는 반려동물을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려도 좋은 걸까요?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주의: 이번주 애피의 ‘펫로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시리즈는 의도치 않은 눈물을 유발할 수 있슴다.)

죽음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와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참석한 코끼리 막내딸 이야기도 담았으니 끝까지 읽어봐주시개!

첫 소식. 암컷 돌고래의 ‘성적 쾌감’ 인간과 비슷

알면 알수록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입니닷. 돌고래는 뛰어난 지능과 사회적 행동이 인간과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번식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와 쾌락을 위해서 섹스를 하는 점도 비슷한뎁쇼. 최근 미국의 연구자들이 암컷 돌고래의 생식기 구조와 형태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사람과 신체구조는 너무나 다르지만 이 부분은 놀랍도록 비슷했다고! 🐬고래들을 지켜주세요

두 번째 소식. 정부, 야생동물 카페 금지…우리가 해야할 건!

친구들 지난 여름 댕기자가 다녀온 야생동물카페 조사기 기억나시개? 스트레스로 털 뽑는 앵무새, 탈모 온 프레리독 모습에 마음이 참 안좋았습죠. 지난 13일 환경부가 올해 자연보전 분야 업무계획으로 야생동물카페 금지, 동물원 허가제 전환,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 등을 발표했습니다. 좋은 소식입니다만,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는 이 정책들이 실현되기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고 지적합니돠. 📅환경부 새해 업무계획 🏴󠁮󠁡󠁯󠁴󠁿다함께 실천할 것

세 번째 소식. ‘ASF 주범’ 몰린 멧돼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려 19만 마리. 2019년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첫 발생 뒤 확산의 주범으로 몰린 멧돼지가 사살된 숫자입니다. 물론 병에 걸린 집돼지 4만 마리도 함께 ‘살처분’ 당했습죠. ASF사태 2년 남짓, 눈에 띄면 사살당하는 멧돼지들은 필사의 도피생활 중입니닷.

지난주 한겨레에서 강원지역을 맡고 있는 박수혁 기자가 한 멧돼지를 인터뷰했습니당. 멧돼지는 “비행기 한 번 못 타본 우리가 아프리카 풍토병을 옮긴다고 몽땅 죽이는 건 억울하다”고 합니다. 멧돼지만 사라지면 끝일까요?🐗억울한 멧돼지의 변

💬 죽음을 예견한 고양이, 오스카

우주대스타 ‘히끄’ 이전에 ‘오스카’가 있었다? 셀럽냥 계의 시조새라 할 수 있는 오스카는 사람의 임종을 예견하고 옆에 머물러 유명해진 고양이입니다. 미국 프로비던스의 한 요양병원에 살던 오스카는 신기하게도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곁을 지켰습죠. ‘죽음의 사자’ 아니냐고요? 환자들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당. 오스카에 관한 책을 쓴 의사 데이브 도사의 이야기를 남방큰종영고래 선배가 전합니닷. 🐱임종 환자를 어떻게 알아봤을까

🐶 댕기자가 묻습니다

동물도 죽음⚰️을 슬퍼하나요?

선배님, 댕기자도 견생 6년 차에 들어서니 주변에 한 두 마리씩 무지개 다리 건너는 친구들이 보입니다. 댕댕이는 물론 다른 동물 중에서 독특한 애도 행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돠. 야생에서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여겨질 것 같은데, 동물들도 죽음을 슬퍼하나요?

마지막까지 죽은 어미 코끼리의 곁은 지키던 막내딸 누르의 관자놀이 샘에서 분비물이 흐르고 있다.

👨 조기자가 답합니다

2008년 울산 앞바다에서의 일이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선박이 고래를 조사하던 중 돌고래들의 이상한 행동을 목격했어. 죽어가는 돌고래 한 마리를 동료들이 뗏목처럼 밑에서 들어 올리며 안간힘을 썼는데 결국 죽었어. 동료가 차례로 몸을 비비고 공기 방울을 불어 넣어 줬는데 결국 가라앉았지. 한동안 머물던 돌고래는 결국 떠나갔어. 국제 학술지에 나온 사례야.

죽어가는 동료를 함께 구호하거나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행동은 지능이 높은 고래 말고도 코끼리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서 자주 보고돼. 코끼리의 애도는 유명해. 갓 죽은 동료나 가족은 물론이고 백골이 된 뒤에도 관심을 보여. 케냐의 사례가 흥미롭지. 무리의 우두머리 암컷이 죽자 일종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어. 와서는 코로 상아와 머리 등의 냄새를 맡고 어루만지기도 했어. 조용히 곁에 서 있기도 했지. 무리가 다 떠났을 때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막내딸의 관자놀이 샘에서 갑자기 분비물이 주룩 흘렀대. 그게 눈물에 해당하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깊은 감정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보더라고.

침팬지도 죽은 동료 주변에 모여 만지고 냄새 맡는데 사체 옆에서 불안하고 침울하게 앉아 있기도 해. 슬픔 말고 달리 뭐라 말하기 힘든 행동이지. 죽은 새끼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며칠에서 한 달까지 안고 다니는 행동도 침팬지, 일본원숭이, 개코원숭이에서 보고됐어.

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까마귀과 조류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와. 북미의 서부덤불어치는 동료가 죽으면 시끄럽게 울면서 주변에 모여. 조용히 죽은 동료를 지켜본 어치들은 이후 이틀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았대.

과학자들은 이런 행동이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간 위험을 널리 알리고 위험에 노출되는 걸 피하려고 먹이를 먹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 동료의 죽음에서 위험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공유했다는 거지. 같은 시각으로 보면 코끼리의 ‘조문 행렬’도 죽은 코끼리가 누군지, 이로 인해 어쩐 지위에 공백이 생겼는지 등 사회적 정보를 얻으려는 행동일 수 있겠지. 뭐 우리가 성묘 가서 죽은 이의 뜻을 받들고 기리는 행위도 죽음에서 얻은 정보를 나누는 것 아니겠어?

동물학자 가운데는 죽음을 너무 사람 중심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해. 수사나 몬소 스페인 국립 방송통신대 교수는 과학철학 잡지 ‘아에온’에 최근 기고한 글 ‘동물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할까’(영문 주의)에서 흥미로운 사고실험을 해. 동물 가운데 죽은 척해서 포식자를 피하는 녀석이 있잖아. 아메리카의 유대류인 주머니쥐(포섬)가 유명해. 위험에 닥치면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려 혀를 늘어뜨린 모습을 하지. 겉모습뿐 아니야. 체온과 호흡도 뚝 떨어지고 오줌과 똥을 지려. 항문에선 시체에서 나는 냄새를 풍기지. 역겨운 모습에 포식자는 발을 돌릴 수밖에.

자, 주머니쥐는 ‘죽은 척 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글쎄, 꼭 죽음을 알아야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 하지만 분명한 건 포식자는 이런 모습이 죽음이라고 안다는 거야. 그렇지 않다면 주머니쥐는 몽땅 잡아먹혀 이런 행동은 진화하지 못했겠지. 죽은 척하는 행동은 다른 종에도 퍼져 있는 걸 보면 다양한 포식자들이 죽음을 안다고 봐야 한다는 거지. 이때 죽음이란 ‘기능 정지’와 ‘돌이킬 수 없음’이라고 몬소 교수는 봐. 이런 기준으로 보면 죽음이란 그다지 복잡한 인지능력이 없어도 알 수 있고 동물 가운데 그런 능력은 널리 퍼져 있다고 볼 수 있어.

다시 ‘동물도 죽음을 슬퍼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죽음은 사람만의 특별한 개념이 아니라 동물계에 꽤 퍼져 있다. 그러나 슬퍼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른다’ 아닐까.

🐶댕기자: 장례식이 ‘정보 공유의 장’이 되다닛!...(*￣０￣)ノ삶과 죽음은 정말 동전의 양면인가봅니돠.

🐶댕기자가 36년차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선임기자에게 묻습니다.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과 동물의 생태를 이야기 합니다. 구독자님들도 궁금한 건 언제든 물어봐주세요. 📧

🏁 핵인싸 ‘탠저린스’ 만날 기회 아직 있습니당

와, 어디서 꼬순내 안나십니까. 요새 인서타에서 핵인싸로 떠오른 개린이들 ‘탠저린스’가 제주에서 상경했다는 소식임돠. 매니저 구낙현씨의 스트리트 캐스팅으로 연습생이 된 다섯 마리의 연습생들은 지난 주말 서울 모처에서 집사 꼬시기 팬미팅을 벌였습죠.(✨현장보기) 데뷔(a.k.a 입양)를 노린 이들의 귀여움 쇼를 놓친 댕기자 너무나 아쉬웠는뎁쇼. 아직 기회가 끝나지 않았다는 소식! 이번주 1/18~1/21까지 스타개이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임돠. 소규모 팬 미팅인 점 감안해 신청은 싸개 싸개! 💜개이트 신청 🍊탠저린스가 누구냐고?

🏁 설채현&이찬종 쌤 강의 들을 수 있는 ‘동물사랑배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복지 교육 누리집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 맹견 소유자, 동물보호명예감시원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들을 제공하던 누리집이었는뎁쇼. 여기에 예비 반려인을 위한 교육 영상을 추가한 것! 댕기자가 슥 훑어보니, 반가운 얼굴들 눈에 띕니당. 수레이너와 갓찬종이 기초 사회화 훈련과 입양자 상식 교육을 맡으셨네요. 회원가입만 하면 모두 무료! 🌈이름도 전통적인 ‘배움터’

🏁 구조된 고양이들의 집, 이름 같이 지어봅시당

동물자유연대가 현재 경기 파주시에 짓고 있는 ‘제2온센터’의 공간 이름을 공모 중입니닷. 제2온센터는 국내 최초의 고양이 전용 보호시설로 고양이의 특성에 맞춤 설계한 보호소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당. 이번 공모전에서는 제2온센터 내의 각 건물의 이름을 구하고 있는뎁쇼.각각 시민참여공간, 고양이 보호공간, 잔디정원 공간 등입죠. 완공되면 울 동물러버들이 즐겨 찾을 공간이기도 하니 멋진 이름을 응모해보면 어떨까요. 😻냥글냥글 어떠냐옹

🐶친구들 담주 만날 날까지 댕기자가 기다린다개!

💭 애피레터는 댕기자 본체 김지숙 기자와 환경전문 조홍섭 선임기자가 함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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