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스콧-모건의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미리보기 #3
#영.레터 11.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다스베이더Darth Vader를 아시나요? 
출처: 스타워즈 공식 홈페이지, TM &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최고의 악역으로, 시리즈를 넘어 대중문화 전체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흔히 〈스타워즈〉라고 하면 떠올리는 4~6편,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요 인물이기도 한데요, 2005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 : 시스의 복수〉에서 그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펼쳐집니다. 요는 전투로 엄청난 부상을 입어 죽기 직전까지 갔던 인간의 육체에 각종 기계 장치를 부착해 다스베이더가 되었다는 것이었는데요. 극장에서 보고 온 저에게는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지만, 〈스타워즈〉 시리즈 최대의 스포일러 중 하나인 만큼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하여 그 자세한 정체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의 미리보기를 보내드리는 세 번째 시간입니다. SF영화 이야기로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려니 약간 들뜬 마음입니다. 혹시라도 티가 났나요? 😉

  루게릭병 이야기 도중에 뜬금없는 다스베이더 이야기는 왜 꺼냈냐면... 오늘 보내드릴 글이 〈시스의 복수〉에서 다스베이더에게 일어난 일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이 아니라, 피터의 생각입니다!) 우주 최고의 악역과 로봇공학자가 어떤 구석에서 비슷한 것일까요? 보내드릴 글 〈고집 있는 MND〉의 일부에서, 피터의 이야기를 오늘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수요일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 😁 (스포일러 : 피터가 우주 최고의 악역이 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이번 글에서는요!)

- 담당자 Jay 

영.레터에서 다룬 〈장애인으로 살다〉, 〈발견〉, 그리고 오늘 다룬 〈고집 있는 MND〉까지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의 일부를 리디북스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에서 체험판 전자책으로 먼저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수요일과 금요일의 영.레터에선 체험판엔 없는 내용을 살짝 보여드리려 하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이번 영.레터는 다른 때보다 분량이 조금 많습니다.
모바일로 읽으셔도 좋지만, PC 화면으로 보시면 조금 더 편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즉, 저는 다스베이더와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이 비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해서 나는 논점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문제. 이건 의료 문제가 아닙니다. 공학적 문제예요! 따라서 공학적 해법이 있습니다. 해법은 사실 아주 간단하지만, 그것이 저를 자유롭게 해줄 겁니다.”

  내 말이 트레이시의 관심을 끈 것 같았다.

  “내 몸에 배관을 다시 깔자고 제안하는 겁니다.”

  이 말은 확실히 트레이시의 관심을 끈 듯했다.

  “한 번에 세 가지 수술을 하는 겁니다. 위에 음식과 물을 공급하는 관인 ‘인풋’, 방광에서 소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1’, 그리고 결장에서 대변을 내보내는 관인 ‘아웃풋 2’를 설치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니 정말 간단하게 들렸다. 너무 간단하게 들렸을까 봐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위루술, 방광루술, 장루술을 한꺼번에 하는 거죠.”

  “아아…….”
  “물론…….” 내가 ‘물론’이라고 한 건 트레이시가 정식 교육을 받은 간호사이고, 그래서 내 말을 이해할 것 같아서였다. “내가 원하는 건 뻔한 장루술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장루술에서는 불필요한 결장을 30센티미터나 남깁니다. 그러면 장점액 배출 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30센티미터까지 전부 제거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하실의 불필요한 배관을 제거하는 일과 같아요.”

  나는 마치 로열 플러시(포커에서 최고의 패—옮긴이)를 터트리기라도 한 듯한 얼굴로 트레이시를 보았다. 이번에도 반응은 없었다. 예의 그 포커페이스였다. 잠시 후 마침내 트레이시가 입을 열었다.

  “음, 큰 도움이 되겠군요.” 출발이 좋다. “그렇지만…….” 아, 아닌가? 그런 다음에 트레이시는 내게 정중하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지구상의 어떤 외과 의사가 내가 원하는 시술을 해줄지 모르지만 아마 그 전에 국가보건서비스, 즉 NHS의 자금조달위원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수술을 말릴 것이라고. 나의 방광과 결장은 현재 멀쩡했고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어떤 의사가 멀쩡한 장기에 손을 대겠는가?

  하지만 트레이시는 다음 한마디로 나의 영원한 믿음을 얻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죠.”

*

  성가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공기로 폐를 부풀리는 근육이 2년 후면 기능을 상실하는데, 그때는 어떻게 호흡을 계속할 것인가? 나는 지역 NHS 호흡기 전문의가 내 생각에 동의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가장 빠른 면담 날짜를 잡았다. 존Jon이라는 이름의 그 의사는 명의로 유명했기에 나는 그를 만날 날을 학수고대했다.

  프랜시스와 나는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 널찍한 진료실로 들어서면서, 자신을 존이라고 소개하는 사람 양옆에 두 명의 동료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병원의 호흡기 의료진이 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에 순간 우쭐했다. 그러나 이내 존이 트레이시에게 언질을 받고 지원군을 대동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해는 하면서도 혹시 트레이시가 ‘고집 있는’ MND 환자가 있다고 관계자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건 아닐까 하는 끔찍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형식적 인사를 마친 후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이 새로운 친구들에게 인공호흡 장치에 대한 내 견해를 곧장 밝히기로 했다. 그러는 편이 그들에게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트레이시에게 들으셨다면, 제가 왜 기관절개술tracheostomy(기관에 직접 구멍을 뚫어 기도를 확보하는 수술—옮긴이)을 서두르는지 아실 겁니다. 그런데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 자신은 이 상황을 다시없을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 몸은 머지않아 움직이지 않게 될 겁니다. 그건 피할 수 없어요. 그 과정에서 제 몸을 실험 재료로 신체 기능 증강에 관한 최첨단 연구를 할 수 있을 거예요.”

  말을 하는 동안 존과 의료진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본 나는 그들도 트레이시와 맞먹는 포커페이스일지 모른다고 결론 내렸다. 존이 마침내 모두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잘 알겠어요. 하지만 기관절개술을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생각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아아, 여러분은 나를 아직 잘 모르는군요. 그렇죠?” 내가 대답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존과 그의 동료들은 나에 대해 알 만큼 알게 되었다.

  “그러면 정리해볼게요.” 프랜시스가 끼어들어 ‘이건 중요한 문제다’라는 어투로 말했다. “기관절개술을 하면, 운이 나쁘지 않는 한 피터가 계속 호흡할 수 있다는 건 틀림없죠?”

  “그렇습니다. 물론 일부 환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사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폐렴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우리가 돕는다면 피터 씨는 호흡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호흡을 계속할 수 있는데도 피터가 죽는다면 그 이유가 뭐죠?”

  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심장병? 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운이 좋다면, 그래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MND로 죽지는 않을 겁니다.”


  노트북 화면에 띄워놓은 문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었다. 그들에게 내 병에 대해 알리고, 아직은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편지의 마지막은 일종의 선언문이 되었다.

내가 최근에 운동뉴런장애로 진단받았다는 사실이 밖에서 보면 상당히 비참한 일로 여길 거야.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뇌를 제외한 내 온몸이 서서히 기능을 멈추게 돼. 그러다 결국 숨을 쉴 수 없게 되겠지. 인공호흡기를 사용해도 몸 안에 갇혀 꼼짝할 수 없어.

하지만 이건 완전히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해. 대신 내 뇌의 관점에서 상황을 봐줘. 몸에서 해방된 나의 뇌가 나(자기를 인식하는 부분)를 따라 특별한 여행을 떠나는 거라고.

운이 나쁘지 않다면 내 뇌는 당분간 문제없이 기능할 거야. 하지만 이 여행은 생명에 적대적인 ‘암흑의 허공’으로 가는 편도행이야. 이 이상한 여정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외로워질 거야.

이 허공에서 현실 세계를 향해 정보를 발신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또 현실 세계에서 정보를 얻는 수단도 고작 웹캠 영상을 보는 정도지(내 눈과 귀가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면). 다른 환자가 간 길을 따른다면, 지루한 요양원의 천장만 올려다보는 처지라고나 할까.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21세기야! 나와 내 뇌는 선사시대 이래로 수많은 사람을 집어삼켜온 ‘암흑의 허공’행 경로에서 벗어날 수 없어. 그렇다면 적어도 이 기회를 이용해 ‘발견의 항해’를 해보려고 해. 철저히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거야.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첨단 기기를 그 암흑의 세계로 가져가고 싶어.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야. 번영을 누리며 잘살고 싶어!

그래, 이것이 반항적인 생각인 건 인정해. 하지만 ‘규칙을 깨라!’라는 나의 인생 모토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어.

이것이 이 반란의 목적이야. 너무 멀리 가기 전에, 믿을 수 있는 생명 유지 장치를 장착하고 싶어. 호흡을 계속하고 다른 신체 기능들을 유지하는 건 대체로 의료 문제가 아니라 기계적 문제야. 암흑의 허공으로 정보를 들여오고 외부 세계로 정보를 내보내는 뛰어난 의사소통 시스템도 필요해. 또한 최신 센서와 로봇 장치도 도입할 거야. 그러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을 뿐만 아니라 내 뇌가 원래 갖고 있는 처리 능력을 계속 이용할 수 있어. 아직은 인간의 뇌가 세계 최고의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나니까.

나는 또 암흑의 허공에 빛을 끌어들이고 싶어. ‘무 無’를 밀어내고 그곳을 사이버공간,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으로 채울 거야. 기술이 있는데 왜 고립되어 고독하고 따분하게 여생을 보내야 하지?

나는 평생 작가였고, 음악과 미술 애호가였어. 나는 문학, 음악, 미술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싶어. 몸이라는 궁극의 감옥에 구속되었을 때, 허기진 뇌의 수많은 부위를 자극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미지의 평행 세계에 고립된 존재의 복잡한 심정을 표현하는 논문, 연설문, 음악, 그래픽 아트를 창조할 거야.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여행에 대한 책을 쓰고, 교향곡 ‘암흑의 허공으로부터’를 작곡하고, ‘변신’이라는 제목의 미술 작품을 창작하고 싶어.

그 결과물들을 너희한테 보낼게.

인류가 충분히 지혜롭다면, 내가 떠나는 이 기이한 편도 여행의 목적지는 고독한 감옥이 아니라, 집처럼 느껴지는 곳이 될 거야. 그래, 가상의 집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내가 쫓겨난 원래 집보다 훨씬 아늑하고, 쾌적하고, 안전하고, 보람 있는 곳일 거야. 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창의적 과학 탐구가 그렇듯이 나는 지식의 최전선을 확장하고 싶어. 제대로만 하면 수백만 명, 심지어 수십억 명을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이 탐구의 분명한 부산물이 있어. 무엇보다, 사고나 질병으로 몸이 마비된 모든 사람의 삶을 혁명적으로 개선할 효과적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 또한 늙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인 심각한 장애와 고독을 해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야.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산물도 있어. 인공지능이 폭발적인 발전을 계속하면, 우리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를 이음매 없이 감쪽같이 연결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이 높아질 거야. 인공지능을 이용해 우리의 지능을 증폭할 방법, 혹은 치매를 보완할 방법을 알아낼 필요가 있을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 species으로서 우리는 기계에 뒤처질지도 몰라.

내가 앞으로 실험하려는 최첨단 생명 유지 장치는 모두 컴퓨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앞서 말한 연구의 잠재적 부산물은 이 사실로 인해 막대한 혜택을 누릴 거야. 현재의 발전 속도로 보면, 지금 10만 파운드에 달하는 엄청나게 값비싼 장치도 10년 후에는 3,000파운드 정도면 살 수 있게 돼.

그러면 많은 사람이 이 모든 부산물을 이용할 수 있어. 이것은 내가 떠나는 암흑의 허공으로의 여행을 견딜 만한 정도가 아니라 보람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빛나는 보상이야.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 여행의 효능: 나는 고립되지 않는다.
의의: 엄청나게 많다.

게다가 말 그대로 인생을 건 실험인 이 허공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계속해서 내 머리를 스친 흥미로운 생각이 하나 있어. 최첨단 장비의 24시간 감시와 지원 덕분에 만일 내가 운동뉴런장애로 진단받지 않은 것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하면서 살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까?
“나는 그저 살아남고 싶은 게 아니야.
번영을 누리며 잘 살고 싶어!”

시한부를 선고받은 인간 피터에서
세계 최초 AI 사이보그
피터 2.0으로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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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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