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 🌊 "네가 내 안에 빠진 적이 있어."

POV: Point of View의 준말로서, 시각, 관점, 견해를 뜻합니다. Point of View(포인트 오브 뷰)는 관객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영화에 대해 넓고 깊게 대화하며 각자의 취향을 구체적으로 찾고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고민하기 위함을 목적합니다. ✍🏻 매주 목요일 발송

013

4월의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みやざきはやお

2023. 04. 06. 목요일

웹에서보기 | 구독하기

POV :

🌊 "네가 내 안에 빠진 적이 있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미야자키 하야오, 2001)

영화는 일반적으로 배우와 물리적 세트 같은 실사를 촬영하는 영상인 반면, 애니메이션은 카메라의 촬영이 아닌 Computer-Generated Imagery(CGI)나 손으로 직접 그린 그림 또는 스톱모션 테크닉을 이용해 제작됩니다. 인간에 의해 이미지가 전적으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은 현실의 물리적인 시·공간의 제약 없이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포맷이죠. 영상, 상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로부터 발생한 환상(fantasy)이라는 단어는 '정신적 이미지의 가시화'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환상은 일어날 수 없는 것,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인데요. 즉, 실재적인 것들과 충돌하고 그것을 위반하기 때문에 환상이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 가정'을 구현합니다.

라캉에 의하면 욕망은 환상의 상관물입니다. 환상은 주체의 욕망이 위장된 형태로 상연되는 상상적 시나리오라는 것인데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의존적이던 성격의 주인공이 이사할 새집으로 이동하던 중에 들어가게 된 환상의 세계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를 되찾아오는 모험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무엇인가 결핍된 것을 찾으러 또는 금지된 것을 어기기 위해 주인공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떠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부모의 부재는 치히로의 모험이 전개되도록 하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는 "반드시 구하러 올 테니까, 너무 살찌면 안 돼요! 잡아먹힌단 말이에요!"라는 강한 욕망을 낳으며, 유바바의 마법 세계에 머물러야 되는 근거를 제공하게 됩니다. 치히로의 욕망과 소통의 역학적 관계를 보면, 표면적으로는 돼지로 변한 부모를 되찾는 것이 주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이름 찾기 = 정체성 찾기'가 심층 층위에서의 주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치히로의 정체성 찾기를 방해하는 환상세계의 요소는 물질만능의 욕망과 탐욕입니다. 가오나시가 흘리는 사금을 쫓아 엄청난 양의 요리를 받치는 종업원들과 온천장에 이득을 가져다주는 손님이면 누구든 극진히 대접하는 유바바 모두 그러한 인물인데요. 이에 반해 치히로는 어린이 같은 순수함과 하쿠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환상세계 안에서 본래 자신의 나약함과 의존성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냅니다.

판타지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일탈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주인공과 적대자의 욕망과 욕구가 명확해야 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지는 환상들은 어떻게 실재적인 것들과 충돌하고 위반되는지, 즉 치히로가 하쿠를 구하고 이름을 되찾는 과정처럼, 다른 캐릭터들의 욕망은 어떻게 실재와 맞서 환상성을 실현하는지 또 그 환상의 내러티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살펴보면서 관람하면 좋을 것 같아요. 4월의 감독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입니다. 이번 달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구독자님들도 같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영화를 보며 생긴 POV들 많이 공유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참고 문헌 |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환상성에 관한 연구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코렐라인을 중심으로 | 김윤정, 김현석

✉️ POV 공유

👀 트리비아

트리비아: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숨겨진 이야기나 여러 방면에 걸친 사소한 지식

1) 풍부한 플롯과 함께 잘 발달된 캐릭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각본이 제작되지 않았다. 사실, 모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들은 각본이 없다. 미야자키는 "영화를 만드는 건 내가 아니다. 영화가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나는 선택권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2) 오물신(강의 신)을 씻기는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실제로 강을 청소하면서 느낀 것을 기반으로 한다.

3) 미야자키는 <모노노케 히메> 이후 은퇴를 고려했지만 친구의 시무룩해 있는 10살 딸을 보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제작했다.

4) 치히로를 제니바의 집에 안내해 주는 램프는 픽사 스튜디오에 대한 트리뷰트로 제작되었다.

5) 미국에서 개봉하기 전에 2억 달러의 총 수익을 올린 첫 번째 영화다.

6) 영어판에는 일본어판에는 없었던 대사가 몇 가지 추가되었다. 존 라세터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 관객들을 위해 특정 요소를 명확히 하기 위해 추가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일본 관객은 목욕탕인 것을 아는 반면 미국 관객에게는 분명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가 "아, 목욕탕이구나"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7) 치히로의 어머니가 식사 중 말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여배우 사와구치 야스코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을 먹으면서 대화를 했다. 영어판에서 배우 로렌 홀리는 같은 방식으로 사과를 먹으면서 연기를 했다.

8) 치히로가 벌레를 발로 짓누르는 장면에서 가마 할아범은 치히로에게 "줄을 끊어!"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일본의 행운의 부적 같은 표시다. 치히로 역을 맡은 히이라기 루미는 이게 뭔지 몰랐고 미야자키가 설명해 주었다.

9) 치와 센은 모두 "1,000"이라는 같은 뜻을 가졌지만 읽는 법이 다른 간지(일본어 한자)다.

10) 숯 검댕이들이 들고 있던 별 모양 과자는 일본 전통 사탕의 일종인 콘페이토다.

11)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된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이며, 후보 중 가장 긴 러닝타임(125분)을 가지고 있다.

스포일러 ⚠️

12) 치히로가 용이 되어 있는 하쿠에게 약을 먹이는 장면을 애니메이션화하기 위해 미야자키는 제작자들에게 수의사가 개의 아래턱을 잡고 간식을 먹이는 모습을 연구하라고 했다.

13) 가오나시는 일본 문화에서 주요 동물인 누에를 닮았다. 얼굴이 하얗고 그 아래에 입이 있는데, 누에 또한 이목구비처럼 생긴 반점이 있고, 입은 그 반점 아래에 있다. 가오나시처럼 누에도 끊임없이 먹으며 빠르게 자란다. 영화의 마지막에 가오나시는 제네바와 실크를 만들며 지내기로 한다.

(스포일러는 드래그로 복사해 볼 수 있어요)

출처: IMDB

🇰🇷 국내 개봉 일정

- 4. 12. 물안에서, 홍상수

- 4. 12. 사랑의 고고학, 이완민

- 4. 12. 존 윅 4, 채드 스타헬스키

🎬 78 🍅 94 🍿 94

🇺🇸 미국 개봉 일정

- 4. 7. The Pope's Exorcist

- 4. 7. Paint

- 4. 7. How to Blow Up a Pipeline

- 4. 7. R.M.N.

- 4. 7. Showing Up

* 🎬 메타스코어 🍅 토마토미터 🍿 오디언스 스코어

🔒 OTT 공개/종료 예정

넷플릭스

공개 할로윈 엔드(10)

종료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올드, 보스 베이비 2(8), 슈렉 포에버, 슈렉 3(11)

왓챠

종료 소셜포비아, 뷰티 인사이드, 스물, 슬럼독 밀리어네어, 서울역, 남과 여, 가장 보통의 연애(7), 일대종사(12)

🗞️ 이주의 뉴스

존 윅 4 vs 던전 앤 드래곤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가 지난 주말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약 507억 원을 벌어들이면서 <존 윅 4>의 흥행 성적을 이겼습니다. 하지만 <존 윅 4>는 두 번째 주말에도 약 371억 원을 벌어들여 여전히 강한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는 1,975억 원 규모의 제작 예산과 마케팅 캠페인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아직 더 많은 흥행 성적이 필요하네요. 이 외에도, 로튼 토마토에서 비록 *썩토를 받았지만 오디언스 스코어는 96%를 받고 있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5일(현지시간) 이 흥행 싸움에 참여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요.

* 썩토: "썩은 토마토"라는 뜻으로,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들의 호평, 혹평 비율이 60% 미만일 시 로튼으로 분류되어 썩은 초록 토마토를 벽에 던진 듯한 그림이 뜨게 된다.

클로이 자오, 'Hamnet' 영화 제작 예정

오스카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이 Maggie O’Farrell의 소설 'Hamnet'을 영화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Hamnet'은 셰익스피어의 아들 햄넷이 11살에 병으로 사망한 4년 뒤 '햄릿'이라는 희곡이 집필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받아 쓰인 소설인데요. 2021년 <이터널스> 이후의 첫 영화라 기대가 됩니다.

이토 준지 '피를 마시는 어둠' 실사화 예정

이토 준지의 스페셜 호러 '어둠의 목소리'에서 수록된 에피소드 '피를 마시는 어둠'이 실사화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의 각본을 쓴 제프 하워드가 참여할 예정인데요. 이번 영화는 이토의 뱀파이어 시리즈 'Smashed: Junji Ito Story Collection' 실사화 프로젝트 중 첫 번째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나홍진 신작의 미친 라인업

올해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 2025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SF <호프>의 출연진 소식이 최근 많이 들리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황정민, 정호연, 조인성, 마이클 패스밴더, 알리시아 비칸데르(<엑스 마키나>), 테일러 러셀(<본즈 앤 올>), 카메론 브리튼(<마인드 헌터>) 등이 출연을 확정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라인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누군가의 선의가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이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곤 한다"며 "이번 영화는 이런 현상을 담아보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곡성>(2016) 이후 9년 만에 작품이고 출연진도 역대급인 만큼 좋은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 <존 윅>의 스핀 오프 <발레리나>가 2024년 6월 7일 개봉을 예고했습니다. 현재까지 아나 디 아르마스이 출연을 확정했어요.

• 지브리 스튜디오 대표 호시노 코오지가 올해 6월 사임 및 퇴사를 했습니다. 호시노는 2008년 2월 취임 이후 15년 동안 스튜디오의 경영에 매진해왔는데요. 이후에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해요.

🏊🏻 편집자의 디깅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편집자의 디깅은, 1948년 생 일본 🇯🇵 출신 감독 소마이 신지입니다. 소위 소마이 스타일이라고 하면 '자주 롱 숏과 롱 테이크를 자주 쓰고, 우화적인 설정을 도입하며 청소년들의 불안정한 시기와 성장을 많이 다루는 이미지' 일컫는데요. 소마이 신지는 10대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나쁜 세계에 적응하는 것을 거부하고 이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을 꼼꼼하게 묘사하여 당대 일본 사회의 단면을 생생하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입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의 특징은 그의 대표작인 <세일러복과 기관총>(1981), <태풍 클럽>(1984)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두 영화는 당대 일본 영화 산업에서 유행한 '아이돌 장르'에 속하긴 하지만, 인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 카메라와 롱 테이크를 통해 청소년들의 활력과 때로는 부서질 듯한 위태로움을 잘 전달해줍니다. 좋은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는 소마이 신지는, <물고기 떼>(1983), <러브 호텔>(1985)에서는 스타일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고 창의적인 디테일을 통해 인물과 장소의 질감을 섬세하게 드러내기도 합니다. 작품 활동이 뜸해진 1990년대에 만들어진,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던 <이사>(1993), <여름 정원>(1994)은 최근에 다시 재평가를 받기 시작해 지금은 레터박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소마이 신지는 2001년 사망했는데요. 이른 죽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계속해서 영화 제작자들과 영화 애호가들에 의해 기념되고 연구되며,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서의 그의 유산을 굳히고 있습니다.

대표작: <Moving>(1993), <The Friends>(1994), <Typhoon Club>(1985), <The Catch>(1983), <Love Hotel>(1985), <Lost Chapter of Snow: Passion>(1985), <Luminous Woman>(1987), <P. P. Rider>(1983), <Sailor Suit and Machine Gun>(1981)

✍🏻 구독자의 대화

저희 뉴스레터에서는 매주 영화에 대한 구독자의 짤막한 감상 및 한문단평(200~500자 내외)을 기고 받아 소개하고 있습니다. 꼭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 생각이 되어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써보거나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독자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궁금합니다. 원고 많이 보내주세요. 🙂

✉️ POV 공유

🇫🇷 카예 뒤 시네마 소식

📆 서울독립영화관 일정

• 한국영상자료원

3. 28. ~ 4. 21. 영화와 공간: 런던

• 서울아트시네마

3. 29. ~ 4. 23.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회고전

4. 8. 희망과 유토피아 - '가을의 독일'과 테러리즘, 역사 수업 |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

• 인디스페이스

4. 7. ~ 4. 9. 인디피크닉 2023

👥 GV 일정

• 정성일 평론가 GV

4. 7. 19:00 <사갈>, 인디스페이스

• 이동진 평론가 GV

오늘 뉴스레터는 어땠나요?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

이전 뉴스레터는 여기에서 볼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