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일백’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해골병사의 이야기
해골병사는 여느 때와 같이 탑 1층에서 깨어난다. 명령을 내리는 사수들을 의심하며 기어코 본인의 이름을 '일백'이라 지으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해골병사는 탑을 오른다'는 먼치킨의 성장형 소설이 아니다. 주인공인 해골병사 일백의 자아 성찰, 객관적인 판단, 추리 소설의 묘미가 합쳐진 작품이다. NPC였던 해골병사 일백에게 주입된 원리원칙이 아닌 호기심에서 시작된 의문이 그를 남들과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간다.
무수한 도전자가 지나가는 1층에서 명령으로 입력된 방어를 하지 않는 일백. 죽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생각과 고민이 깊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도전자를 먼저 공격하기도 한다. 결국 1층에서 본인만의 방법으로 ‘도전자’의 칭호를 얻고 남들과 같이 탑을 오르기 시작한다.
'탑을 나간다'는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있던 일백은 다양한 도전자를 겪으며 마음가짐이 바뀐다. 그는 탑을 나갈 수 있는 도전자는 다수가 아니며, 자신과는 다른 '인간 도전자들'과 상대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초조함을 느끼고 더욱더 진지하게 게임에 참여하기 시작한다.
‘내가 과연 사람일까?', '2n번째 부활한 내 영혼은 최초의 내가 맞을까?’ 해골인 주인공은 끊임없이 고뇌하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기존의 등산물, 판타지 소설에서의 우정과 사랑에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합쳐져 작품을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해골병사는 탑을 오른다'는 탑이라는 시스템 내에서 이벤트, 챕터, 로그라이크 요소를 접목해 매력적인 조연들이 지속적으로 출연하면서 그들의 개성적인 성격, 스토리가 이어지는 플롯으로 구성했다. 이벤트 시스템 외에도 악마들의 게임, 탑의 낙원, 보스를 파밍하고 각 챕터에서 드랍하는 스토리 쪽지 등의 요소들은 독자가 같이 고민하고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2018년에 완결된 소설인 만큼 웹소설의 과도기에 속한 작품이라고 본다. 웹소설 특유의 가벼움, 사이다적인 요소보다는 섬세한 묘사, 캐릭터의 구체성, 쉽게 읽히는 필력, 다양한 서브 스토리 및 장치를 보며 소설에 대한 작가의 애착을 느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매 챕터의 빠른 전개이다. 최근 웹소설의 트렌드가 기-승-전-결의 스피드함인만큼 독자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나 장편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소재와 필력임에도 현실과의 타협은 아쉬운 감이 있다.
글을 다 읽고 나면 한 NPC의 인생 스토리를 보는 기분이다. 단순하게 짜인 먼치킨 성장물에 지친 독자에게 한 사람이 되고 싶은 일백의 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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