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결재 부탁드립니다 [풀칠 101호]

안녕하세요 풀칠러님. 이번 주 에세이 당번 야망백수입니다. 지난주는 100호 특집으로 에세이를 한 주 쉬어갔는데요, 겨우 한 주일뿐인데 굉장히 오랜만에 찾아뵙는 것 같네요.

101호의 주제는 '바캉스'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부산으로 짧은 바캉스를 다녀왔는데요, 겨우 하루일 뿐인데도 바캉스 전과 후가 제법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일상이라는 끈을 한번 잘라낸 느낌이랄까요. 오늘 이야기엔 잘린 일상의 틈에서 든 생각들을 담아봤습니다.

풀칠러님은 바캉스 다녀오셨나요? 바캉스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바캉스 1 : 휴가철

바캉스는 프랑스어로 ‘비운다’는 뜻이다. 휴가를 떠난 뒤 텅 빈 도시의 모습 때문에 휴가철을 바캉스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바캉스 2 : 알리바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비틀대며 찾아들어간 카페에서 창을 내다보니 역 앞 표지석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생명이 넘실대는 도시 부산. 넘실댄다는 말을 입 안에서 가만히 굴려보다 충동적으로 부산에서 주말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넘실대는 생명이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강남에선 아무것도 넘실대지 않으니까.

강남에서 생명은 넘실대는 대신 직각으로 움직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으로 움직이거나 지하철을 타고 수평으로 움직인다. 매일 아침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마다 나는 지하철이 꼭 무기력을 유통하는 컨베이어 벨트 같단 생각을 한다. 이것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향한 불만이라기보단, 뭐랄까, 문명에 대한 불만이다. 그나마 주말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떠나올 수 있으니.

휴가철이라 웃돈을 잔뜩 주고 구한 숙소는 창밖으로 광안리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월급의 크기란 참 절묘해서, 인생의 걱정은 줄이는 데엔 별 도움이 안 되지만 이렇게 가끔씩 오션뷰 호텔에 묵는 사치를 누릴 순 있다. 숙소에 짐을 푼 것만으로도 이미 오늘의 할 일을 모두 해낸 기분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무래도 이거였나 보다. 넘실대는 생명과 쾌적한 하얀 방.

사실 모든 여행엔 ‘아, 이걸 위해 여행을 떠났구나!’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촉각을 곤두세우면 두고 온 삶에 무엇을 부족한지 깨닫게 되는 그런 순간이. 이제 막 짐을 풀었을 뿐인데 벌써 결핍을 두 개나 찾아냈으니 이번 여행은 제법 유능한 편이다. 넘실대는 생명과 쾌적한 공간이 적혀있는 분실물 목록을 다른 말로 다시 적는다면 아마 '영혼과 집' 정도일 것이다. 영혼과 집을 잃어버리다니. 그런데 인간이 영혼과 집을 잃는다면 그게 과연 인간인가. 나는 텅 비어있다. 사람들이 바캉스를 떠나는 이유는 비어있음을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가 필요해서인지도 모른다.

바캉스 3 : 공급망

창밖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어쩌다 영혼과 집을 잃게 되었나를 골몰해 봤다.일을 시작하면서 잃어버리게 된 것은 맞지만, 모든 책임을 일에 돌리기엔 사실 좀 애매하다.

왜냐면,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기로 결정할 때, 삶은 계약서에 적힌 것보다 항상 더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연봉이 얼마인지 복지는 어떤지 따위는 설명해 주는 정도에서 회사의 책임은 끝난다. 새로운 일터에서 무엇 때문에 고통받고 누구 때문에 웃게 될 것이며 어디에서 낙을 찾게 될지 미리 설명해 주는 인사팀은 어디에도 없다. 선택에 앞서 그 선택의 손익계산을 완벽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듯이.

나도 몰랐다. 하고 싶은 일을 쫓아 서울에 가기로 한 것이 결국엔 집을 잃게 만들 줄을. 그놈의 일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잠을 줄이다 마침내는 자고 싶단 생각만 남게 될 줄은. 전부다 내 선택이니 억울할 건 없지만 점점 비어가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다.

어쩌면 바캉스란 인간이라는 물건을 조립하기 위해 체결된 협정인지도 모른다. 서울에선 물질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거기서 멀리 떨어진 생명이 넘실대는 다른 도시에선 영혼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출근과 퇴근, 평일과 주말은 영혼과 물질의 공급망을 돌리는 각각의 태엽이다. 해변엔 바캉스를 떠나온 사람들이 몰려있다.

바캉스 4 : 비워내기

호텔에 한참을 누워있어도 밖에 나갈 마음은 들지 않는다. 이 게으른 휴가를 정당화해줄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다. 바다는 계속 저기 창 밖에 놓아두기로 하고 대신 욕조에 입욕제를 풀었다. 욕조의 물이 짙은 파란색으로 변한다. 바다를 한줌 떠다 놓은 것 같다. 한 줌밖에 안되는 가짜 바다지만 제법 포근하다.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욕조를 들락거린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모든 생각을 욕조에 녹여낸 다음 그 물마저 흘려보내고 나면 이 짧은 휴가도 끝날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때는 일요일 밤이다. 잠시 떠나있던 탓인지 서울이 조금은 집처럼 느껴진다. 어딘가를 집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은 먼저 그곳을 떠난 다음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닐까. 비어있음을 비어있음으로 채우는 얄팍한 눈속임이긴 하지만 적어도 몇 달은 바캉스의 덕을 볼 것이다.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과거로 돌아가는 퇴로를 메우려는 듯 거세게 내리는 비. 타닥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이사 온 뒤 처음으로 자는 깊은 잠이었다.

아매오 : 바캉스는 비(非)여행지의 관점에서 탄생한 단어로군요. 휴가철만 되면 사람들로 득실거리는 여행지의 관점이었다면 아마도… 지금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채우다’를 럼플리어(remplir)라고 하네요. 그 비슷한 단어가 되지 않았을지요.

생각해보니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은 비어있는 도시를 경험하지 못하네요. 그가 마주하는 것은 여전히 득실거리는 사람들일 테니까. 기껏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한국어 메뉴판이 있고 주변에서 한국말이 들릴 때의 섭섭함이 떠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웃기는 도시입니다.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비운 자리를 다른 곳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 채우기니까요.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 도시. 저는 그냥 인기 없는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노닥거리는 걸로 바캉스를 대신하렵니다.

마감도비 : 비어있는 건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이 참 인상 깊네요. 휴가가 충전이라는 말도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방전됐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에너지도 감정도 모두 소진되지 않았다면 이토록 애타게 휴가를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상한 건 저도 짧은 휴가를 다녀왔지만 어째서인지 서울에 있는 원룸이 생각나더라구요. 사람 없는 방은 괜찮은지 걱정이 됐어요. 의무감 때문인지 일상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모두가 한 숨 돌린 한 주였네요. 그래도, 다시 채워온 것을 아껴 쓸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파주 : 얼마 전 다녀온 휴가에서도 야망백수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출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에서 잊고 있던 것들이, 일상의 틀을 깨고 나니까 속속들이 대가리를 들이 밀고 나오더라고요. 제가 가진 결핍은 '기댈 곳'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 척박한 세상에 내가 기댈 곳 하나 없다는 불안과 불신이 강해졌거든요. 난데없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나뿐이라는 이기심도 솟아났고요.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내가 여태껏 기대지 않았던 것들에게 의지를 하게 되더라고요. 가까운 부모님부터,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들. 때마침 새롭게 연을 맺게 된 사람들까지도. 아마 기댈 곳 없음에서 나오는 불안은 온전히 저의 옹졸한 마음 때문이었던 것일지도요. 아, 저는 이걸 위해 여행을 떠났군요.

▲서울의 빈틈

▲ 풀칠 인터뷰 보러 가기

풀칠을 매주 보내면서도 그것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매번 새롭게 놀랍니다. 우리 이야기를 이렇게 많은 분이 읽어주신다니! 그래서 헤이버니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는 더 놀랐어요. 풀칠을 보내는 일은 ‘이것 한번 봐주시면 참 좋겠습니다’라며 여러분의 메일함에 똑똑 노크를 하고 넣어드리는 것인 반면, 인터뷰 요청은 누군가 저희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역으로 노크를 해오신 것이니까요.

역시 고백은 할 때보다 받을 때 더 좋네요. 풀칠이 저희가 하고 싶어서 나온 얘기라면, 이것은 누군가 궁금해 해줬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그러한 시선의 차이를 느끼며 재밌게 읽어주세요.

풀칠러A

"풀칠이 벌써 100회라니! 축하드려요!! 저는 매일 메일함을 채우는 수많은 뉴스레터 중 풀칠레터를 가장 재밌게 읽고 있어요. 다른 레터들을 출근하고 자리에 앉아 잠깨는 용도로+의무감으로 읽는다면, 풀칠레터는 유일하게 12시 땡! 칠때까지 기다렸다가 읽는 레터랄까요,,, 이정도면 풀칠러 1인을 넘어 풀칠 찐팬 맞죠..? 🤭 풀칠의 필진 네 분이 일 얘기를 하며 털어내는 특유의 퉁명스러움과 유머, 그 기저에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 나와 같은 풀칠러를 대하는 다정함, 친근함, 연민까지. 풀칠 에세이에 담긴 그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사랑해요. 이 이야기를 되도록 오래오래 지속해주시기를 감히 바래봅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아매오

다른 멤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에세이를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걱정한답니다. 이렇게 힘들고 게을러서 어떡하지? 이번이야 어떻게 저떻게 된다 쳐도 다음 차례가 됐을 때도 가능할까? 아니… 다음 차례란 게 돌아오긴 할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요. 이런 한 마디, 두 마디가 저를 밀어주는 것을 매번 분명히 느낍니다. 이렇게 계속 보내고 있는 건 여러분 덕분이에요. 정말로요.

풀칠러B

100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1000회까지 가즈아!

아매오

1회를 보낼 때 100회가 올 줄 몰랐던 것처럼, 1000회도 그렇게 어느 순간 찾아오겠죠? 그런데 100회까지 2년 걸렸는데 1000회면… 저희가 일간지로 바꿔야 가능한 숫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하하.

풀칠러C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일에 대한 이야기는 저 말고 다른 풀칠러들이 많이 이야기 해주시니 저는 말을 줄이겠습니다..
혹시 네 분이서 ‘그래도 내가 쟤보단 낫지..’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파주

풀칠을 하면서 얻은 것 중 하나는 '이 멤버들과 매주 협업할 기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다른 멤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매일 카톡방에서 수다를 떨다가도 기똥찬 통찰을 보일 때가 있어서 새삼 감탄할 때가 많거든요. 한탄 섞인 카톡을 한 편의 에세이로 엮어내는 걸 보며 놀라는 일도 종종 있고요. 친구 사이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들에게 일종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진심입니다.

풀칠러D

100회 축하드립니다! 구독한지 몇 개월 되진 않았지만 매주 이번 호엔 어떤 공감가는 이야기가 있을까 두근두근하며 메일을 열어보고 있습니다. 위트있고 재미있는 글들 매주 정성들여 공유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잘 보고 있고 응원합니다!🥰

파주

'두근두근하며 메일을 열어본다'라는 건, 보내는 사람을 참 설레게 하는 말이네요! 솔직히 매번 좋은 글을 보내드릴 자신은 없지만요. 이번 주에도, 다음주에도 정성이 가득 담은 글을 보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풀칠러E

풀칠의 100번째 발송을 축하드립니다! 타인에게 읽히는 글을 쓰는 노고를 알기에 진심으로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꾸준함이 힘든 시대라는 건 결국 꾸준함이 탤런트라는 말이겠죠? 서른 몇 번째 풀칠부터 읽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저는 대학원생에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풀칠을 읽으며 궁금했던 직장생활 엿보기도 했다가 또 지금은 무릎을 치며 공감하고 있네요. 앞으로도 풀칠이 끌어낼 무궁한 공감을 응원합니다

파주

헉! 기업으로 치면 스타트업 초기 투자자와 다름 없는 풀칠러님이군요. 대학원생에서 직장인이 되셨다니! 저희가 축하드려야 할 일이... 맞겠죠? 오래도록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이 닿는 한 꾸준히 쓰겠습니다.

풀칠러F

100호 발간 축하드립니다! 이전에 혼자 회사를 다니다 폐업까지 혼자 하게 됐다던 풀칠러인데, 줗은 기회로 이직해서 또 새로운 풀칠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에서의 대화 주제가 "꾸준함"인데 정말 꾸준한것과 적당한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거같네요.. 오늘도 아침부터 꾸준하게 하려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하는지 한번 더 배우고 갑니다.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제 메일 한 켠을 장식해주세요!

야망백수

산전수전 끝에 새로운 밥벌이센터를 찾으셨군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실겁니다.(저도..제발...) 꾸준함이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는 말, 정말 공감해요. 풀칠팀 전부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인데요, 이거라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풀칠러님이 메일함 한 켠을 내주신 덕분인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풀칠러G

"100회 너무 축하드리고 진짜 멋있습니다 당신들! 일 하면서 이런 프로젝트를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아마 모-든 구독자가 알고 있을겁니다. 그래서 사실 100회 기념 휴재하겠다는 말이 자연스레 나올 줄 알았는데(?)
림없지 역쉬 K-직장인은 쉬지 않아!!! 성실한 다짐 인상깊어요. 여러분은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거여요. 오래오래 멋있었으면 좋겠단 작디 작은 마음을 보냅니다."

마감도비

오래오래 멋있으면 좋겠다는 말, 참 귀하고 감사하네요. 풀칠의 강점은 끊이지 않고 열심히 (갈리고) 창작하는 것 아니겠어요. 감히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풀칠러H

100번째 풀칠을 정말 축하드리며, 조금 개인적인 궁금함이 생겨 질문드립니다. 혹시 글을 써주시는 네분의 MBTI가 궁금하네요!

마감도비

안녕하세요, 100호 풀칠 축하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풀칠 멤버의 과반이라고 해도 좋을 두명은 INFP랍니다. 사회 생활을 하는 게 기적이죠. 다른 한명은 ENTP, 또 다른 한명은 ENFJ입니다.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졌다는 게 풀칠의 개성이지 않나 싶네요. 각 멤버별 MBTI가 무엇일지는 풀칠러님들의 추측에 한번 맡겨보겠습니다:)

풀칠러I

100회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10번도 하기에 쉽지 않은 일을 100번이나 해내셨다니, 지구력과 팀워크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현재 회사는 다니지 않지만 밥벌이를 위해 계속 '풀칠'하는 입장에서 풀칠 읽으면서 같이 울고 웃고 있어요. 자칫 건조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건져올리는 통찰력에 감탄도 하고 있구요. 앞으로도 사는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1000회, 10000회까지~!

아매오

신기한 일이죠. 제가 사는 일상은 늘 건조한데 어떻게든 이야깃거리를 잡아내려고 끙끙 앓은 덕분에 어쩐지 나름대로 재밌게 밥벌이 하고 있는 것처럼, 저조차 그렇게 느끼는 것이요. 결국 죽기 전까지 밥벌이는 해야 하니 1000회 갈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는 국민연금 받아 쓰는 것으로 에세이를 쓰는 날이 오길…

풀칠러J

안녕하세요.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로 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입니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저는 이직 때문에 몇달 째 무거운 마음으로 살고있습니다. 자격증, 학위과정 등 커리어 관리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지난 5월부터 3개월 정도는 이직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네요.

지금 다니는 직장이 두번째인데, 첫 직장에서는 돈만 보고 이곳으로 온거라 이직기준을 쉽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연봉수준이 높은 산업에 오니 달라진 기준으로 생각을 해야해서 고민이 깊어 집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우연히 풀칠을 듣습니다. 해결이 된 건 아니지만 이직 기준 수립이라는 해답을 들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 줄 몰랐어요. 자주 청취하겠습니다. 저도 이런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마감도비

안녕하세요, 풀칠을 새롭게 접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저희도 옷매무새를 다듬게 되네요. 고민 함께 나눠주셔서 더더욱 감사하구요. 이직이라는 게 무작정 고 앤 스톱을 외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따져볼 게 많다는 거겠죠. 감히 조언을 드릴 수는 없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보답을 받게 된다는 게 직장인의 인지상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의미 있는 일, 무엇이든 좋죠. 함께 고민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