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에서 다룰 영화는 <올빼미>(2022)입니다.

무엇을 보았는가

<올빼미>

 
#한국사 #조선시대사 #소현세자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사적인 영화관의 에디터 챙구입니다. 요며칠 동안 미세먼지가 엄청 심했었는데요. 모두 유의하시고 꼭꼭 마스크 잘 쓰고 다니시길 바랍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백상예술대상의 쟁쟁한 후보 작품들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나 제 눈에 띈 작품이 있으니, <올빼미>(2022)였습니다. 작품상, 감독상, 남자최우수연기상 등 무려 8개 부문에 선정되며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에 올랐다고 하네요. 2022년 개봉했을 당시에도 궁금했던 영화였는데요, 이번 기회에 여러분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레터에 이어, 또 병자호란 즈음을 다루게 되었는데요. 그렇지만 오늘의 포커스는 다른 곳에 있답니다. 정확한 시대적 배경도 병자호란보다는 조금 더 뒤인 시점이고요. 그도 그럴 것이 <올빼미>는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병자호란 이후 청에 볼모로 잡혀갔다 귀국한 뒤 발생한 그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 <올빼미> (2022)
  • 감독 : 안태진
  • 출연 : 류준열, 유해진 등
  • 장르 : 시대극, 스릴러 등
  • 러닝 타임 : 1시간 58분
  • 스트리밍 : 디즈니 플러스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니
스포일러에 주의해주세요!
💬오늘의 이야기

  1. 소현세자 독살설
  2. 웰메이드 팩션 영화
  3. "본다"는 것의 의미

소현세자 독살설

앞서 살짝 소개해 드린 것처럼, 영화는 소현세자의 의문의 죽음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소현세자는 인질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약 2달 뒤쯤 급서하는데요. 죽기 사흘 전 열이 나던 그는 병세가 호전되는 듯하더니 다시 상황이 나빠져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그는 얼굴의 일곱 구멍에서 피가 나오고, 온몸이 전부 검은 빛이라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아 보였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소현세자 독살설이 생겨났고, 아직까지도 그의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그는 어찌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 걸까요?

조선이 병자호란에서 패하자, 소현세자 청에 볼모로 잡혀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단순한 인질이 아니라 청과 조선 사이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종의 외교관으로서 존재했었어요. 우선 그는 청의 조정 회의에 참석하였고, 청이 명을 침공하러 갈 때에도 함께 갈 것을 요구받았기도 했어요. 그는 청의 위세를 실감하였습니다.


반면 인조를 비롯한 조선 조정에서는 그가 조국에 대한 절개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양국 사이의 문제를 가능한 한 조정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양국 사이에 끼인 그는 여러모로 고생이 심했는데요, 낯선 환경과 불편한 상황에서의 오랜 인질 생활은 그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였습니다.

한편 조선에서도 마음이 불편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인조였습니다. 그는 청이 자신을 폐위시키고 소현세자를 대신 즉위시킬까봐 두려워하였어요. 그래서 아들이 8년 만에 귀국했음에도 냉정하게 그를 맞이하였어요. 귀국한 세자는 여독 때문인지, 마음의 병 때문인지, 기존에 앓던 병이 더욱 심해졌고, 4월 23일 학질 증세를 보이더니 불과 사흘만인 4월 26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과, 죽음에 이른 당시 그의 모습이 워낙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기 때문에, 독살설이 제기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들 소현세자를 냉대하고 그를 경계하던 인조가 그 배후로 지목되었죠.

더군다나 그가 숨을 거두기 직전, 의관 이형익이 그에게 침을 놓았는데요. 이형익이 인조의 애첩인 소용 조씨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 때문에 그에게 의심의 화살이 향했습니다. 그러나 인조는 이형익의 죄를 캐묻지 않았고, 오히려 소현세자의 장례를 박하게 치르는 등 당혹스러운 행보를 보여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세자의 사후, 세자빈을 사사하고 세자의 아들 셋을 제주도로 유배보낸 것으로 인해 인조가 소현세자를 독살했다는 음모론은 날개를 달고 더욱 퍼져나가게 되었죠.

웰메이드 팩션 영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만들어낸 일종의 ‘가설’일 뿐입니다. 최근에는 그가 인질 생활을 하던 시절이 기록된 『심양일기』을 통해 그가 앓던 병이 꽤 심각했으며, 먼 귀국 여정에서 이것이 악화되었으며 귀국 이후에 병환으로 사망한 것이라는 가능성이 더 높게 여겨지고 있어요.

아무튼 영화는 이런 역사의 틈을 잘 활용해서 흥미로운 팩션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여기에 주인공 경수가 갖고 있는 ‘주맹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서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주맹증은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 있는 독특한 질병입니다.

 

의원 경수는 이형익에게 발탁되어 입궁하게 되는데요. 맹인임에도 빼어난 실력 덕에 소현세자와 인조의 침의(침술을 담당하는 의원)가 됩니다. 어느 날 그는 소현세자의 병세가 심하다는 말에 이형익과 함께 늦은 밤 그의 침소로 가는데요. 불이 다 꺼진 순간, 그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목격하고 맙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맹인인 그가 소현세자의 사망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되면서, 사건은 점점 더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본다"는 것의 의미


이 영화에서 “본다”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특히나 주인공인 “경수”로부터 그 의미를 잘 읽어낼 수 있습니다. 우선 제목인 ‘올빼미’는 잘 알려진 야행성 조류이죠. 낮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다가 밤이 되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자유롭게 행동하며 나아가 궁중의 비밀까지 알고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경수를 비유한 듯합니다.

사실 원래 경수는 자신이 세상의 절반을 보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불만 없이 살아갔습니다. 정육점에서 고기의 무게로 자신에게 사기를 치는 가게 주인을 알고도 넘어가니 말이죠. 그래서 그는 자신이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소현세자에게 침을 놔주던 날 이 사실을 들키고 마는데요. 소현세자가 보이는 데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묻자, 때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게 좋다고 하죠. 소현세자가 몸이 아픈 이유도 그가 보는 대로 곧이곧대로 믿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현세자는 오히려 그런 경수에게 “안 보고 사는 게 몸에 좋다고 하여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 라며 동생에게 편지 쓸 때에 사용하라며 확대경을 선물로 줍니다. 태 봐왔던 것도 숨기며 살던 그는 소현세자를 만남으로써 본다는 행위의 가치를 깨닫고, 그에게 은혜를 느끼고 충성하게 되어요. 이후 그는 자신이 소현세자가 죽던 밤에 실제로 “본” 사실을 알리고, 그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고, 세자빈과 원손을 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난번에는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역사 영화를, 이번에는 스릴러 역사 영화를 전해드렸네요. 비슷한 시기가 배경이지만, 서로 다른 주제와 장르를 갖고 있어, 이렇게 엮어 보는 것도 또 새로운 재미인 것 같아요. 역사를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는 흔하지 않은 데다가, 영화의 스토리와 전개도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감상한 영화였습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좋은 상을 받기를 기원하며 오늘의 레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史적인 영화관
에디터 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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