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된 '나'로서 살기 위해 탈주를 꿈꾸는 규남과 그를 막아서는 현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개척하는 자

모두가 잠들면 도둑고양이처럼 밖으로 나와 열심히 달리는 이가 있습니다. 규남은 언젠가 북을 떠나는 꿈을 꿉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동혁에게 걸리고 말죠. 처음엔 시치미 떼지만 간절하게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그의 말에 함께 탈주를 계획합니다. 규남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혈혈단신인 셈인데, 이곳에서는 자신에게 제대로 된 꿈도 미래도 그릴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동혁은 어머니와 여동생이 먼저 탈북에 성공해 두 사람을 따라 남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겁니다. 두 사람 모두 북에 남아 있을 이유가 구태여 없는 거죠.

언제든 적이 될 수 있다

규남의 탈주를 막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현상입니다. 어린 시절 규남의 아버지가 현상네 아버지의 운전수로 일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두 사람이 상당히 각별했을 것으로 보여요. 그렇지만 탈주를 계획하는 규남과 그걸 알게 된 장교 현상의 처지는 그때와 상당히 다르죠. 현상은 강하게 회유하면서도 내심 규남을 지극히 아끼고 있어서인지, 규남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무마해줍니다. 사건을 포장하고 규남을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 두기도 하죠. 너무도 아껴서 그가 위험을 무릅쓰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 규남이 화면의 오른쪽을 향해 달리고 그를 좇는 현상은 왼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대비해서 보여주는데요. 이는 규남이 미래를 향해 좇고 있음을, 현상은 과거에 갇혀 얽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도입니다.

죽음이 아닌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하라.

부모는 자식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죠. 당신의 직업에 느끼는 자부심을 떠나서, 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조금 더 평탄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현상이 규남을 막는 이유도 비슷했을 겁니다. 왜냐면 현상이야말로 진정 자유를 꿈꿨던 시절이 있거든요. 러시아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규남에게 탐험가 책을 선물한 과거의 모습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규남에게 선물한 책의 제일 앞 장에는 이런 글귀가 써져있죠. '죽음이 아닌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하라. -피아노 형-' 그렇게 미래를 꿈꾸게 만들어준 형은 결국 현실에 순응했고, 책을 읽은 규남은 진짜 자신을 찾고자 마음 먹은 겁니다.

작품을 보고 나면 누구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들을 흘려보내고 있는지, 안일하게 살고 있는지 반성하고 있을 거예요. 저 또한 그랬고요. 규남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고, 감수하며 얻고자 한 자유인지 느끼고 나면요.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by.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