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땅이 잠길 듯이 무섭게 퍼붓던 비가 어느새 그치고,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올여름, 유난히 탈이 많다.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히고 쉽게 지친다. 금방이라도 녹아버릴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퇴근길에 회사 근처 시장에 들러 여름 과일과 채소를 한 아름 사 왔다.


여름이 매력적인 이유는 다채로운 맛과 멋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달큰하고 상큼한 맛을 찾아 헤매고, 시원한 것은 시원한 대로, 뜨거운 것은 뜨거운 대로 즐기는 묘미. 또 제각각 여름 색을 뽐내는 과일과 채소들은 얼마나 탐스럽고 예쁜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도착해 시원한 바람을 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여름은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가득하다. 모두 무탈하고 맛있게 남은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


-from 민정

📃 오늘의 grds paper

1. music

2. 여름에는… 뭐 입나요?

3. 걸음코스 #28 부암동

4. 궁극의 여름 맛

5. grds news

music

🎧 Lia Ouyang Rusli - HAPPYEND Theme (Opening)


어릴 적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친구들과의 추억은 내 자아 어딘가 강렬히 각인되어 있다.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하지만,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아주 큰 영향을 줬으리라.


영화 <해피엔드>는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그때만 겪는 혼란과 반항심을 담았다. 6명의 아이는 점차 깨닫게 된다. 정말 친한 친구여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특히 이 영화는 사운드트랙이 정말 좋다. 웅장한 오프닝 음악과 그 이후에 나오는 잔잔한 멜로디의 곡들이 마음을 울리며 나를 과거의 어떤 여름으로 데려다 놓는다. 작열하는 태양과 습기, 그 속에서도 살아있는 아이들의 열정이 다시 떠오른다. 여름날, 이 영화를 꼭 봤으면 한다.

여름에는… 뭐 입나요?

소재, 색감, 프린팅 하나까지 신중히 고민하게 되는 여름 착장.

grds 팀원들은 여름에 무얼 입는지 소개할게요.

길용


Poten Stripe Sucker

시원한 소재의 베이스볼캡. 여름에도 모자를 즐겨 쓰지만 머리의 열이 빠져나가지 않아 덥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모자는 Coolmax 소재로 제작되어 착용 시 어느 정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여름에도 부담 없이 쓰기 좋다.


homly Leather Bracelet (brown)

착장이 심플해지는 여름에는 자연스레 악세사리를 찾게 된다. 이번 homly에서 출시한 가죽 팔찌가 눈에 띄어 요즘 자주 착용하고 있다.


grds slides 05 suede marraca

말 그대로 여름 필수템이라고 할 수 있다. 부드러운 스웨이드 질감,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fidlock 패스너까지 가지고 있는 여름 옷들과 잘 어우러져 데일리 슈즈로 손색없다.

동진


Hender Scheme Karabiner (black)

여름에는 특히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악세사리를 선호하지 않아 키링을 자주 착용한다. 헨더스킴의 키링은 카라비너를 여닫는 느낌이 시중의 여느 제품보다 부드러웠다. 묵직하고 견고한 인상을 주고, 블랙 컬러의 텀블드 레더 택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 오래 착용할 수 있을 것 같다.


Acne Studios Loose Fit Denim Shorts (Rolland Shorts)

여름에 필수인 데님 쇼츠다. 얇은 티셔츠 한 장에 핑크색 레더 패치가 달린 아크네 데님 쇼츠를 입고 해변을 걷는 상상을 하며 구매했다. 이 제품은 아크네에서 꾸준히 디테일만 바뀌어 나온다. 허리에 가는 데님 소재 벨트가 둘러져 있는데, 이 부분이 참 좋다.


grds boots 02 leather tea-core natural

여름 햇볕에 멋있게 에이징을 시키고 싶어 열심히 신고 있다. 특히 오키나와를 여행했을 때 이 부츠 한 켤레만 가지고 가서 매일 신었다. 처음엔 누벅처럼 드라이하고 매트한 질감이었는데, 오키나와에서 돌아와 가볍게 케어를 했더니 빠르게 태닝이 되었다. 최근에는 힐 부위를 색상 복원제와 사포로 가공하고 긴 하이킹화 끈으로 교체해 보헤미안 무드를 더해 신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내 커스텀 버전도 보여주고 싶다.

현규


begonia hand made Karen Silver Ring

비고니아 핸드메이드는 현재 인스타그램으로만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쥬얼리 브랜드이다. 카렌 실버링은 데일리하게 착용하기 좋은 두께에, 자연을 모티브로 한 에스닉한 문양이 포인트를 주어서 여러 착장에 편하게 자주 착용하고 있다.


Lichen Natural S/S Cotton T-shirt

서촌의 애정하는 편집샵인 '썸원라이프'에서 구매한 라이큰의 티셔츠. 스페인 북부에 한 시골 마을에 사는 부부가 직접 농사를 지어 재배하는 원료로 염색해서 만드는 브랜드라고 한다. 생각보다는 원단이 두껍지만, 오가닉 코튼이다 보니 통기성이 좋아 땀 배출이 매우 잘 되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grds loafer 01 suede brown

여름에 스웨이드 소재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 제품의 경우 오히려 여름에 착용하는 걸 좀 더 권장하고 싶다. 언라인드 제품으로 맨발에도 착용할 수 있기에 슬리퍼처럼 편하게 신을 수 있고, 발등이 살짝 보이는 기장의 시원한 소재의 바지와 매치했을 때 궁합이 굉장히 좋은 편이다.

걸음코스 #28

오늘의 걸음 코스는 부암동입니다.

도심 속 고즈넉한 자연과 전통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동네입니다.

*걸음 코스는 링크를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비 오는 날 미술관이 주는 운치는 분명 존재한다. 지금 서울 미술관은 <미라이짱>으로 유명한 카와시마 코토리 전시가 한창이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친구의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듯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입가에 미소가 생긴다. 6개월간 서울에 머물며 찍은 그의 따뜻한 시선을 느껴보자. 무엇보다 서울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미술관이니 꼭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석파정을 둘러싼 자연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5길 8-11

부암동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 위,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카페 TBAB. 카페 주변은 암벽과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산속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준다. 내부는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등산 중 정자에 잠시 들러 풍경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탁 트인 경치가 인상적이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76

만두에 진심인 사람이 만두에 진심인 사람에게… 만두를 좋아하시나요? 본인은 만두로 삼시세끼도 거뜬할 만큼 좋아한다. 이번 뉴스레터 취재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 바로 국시랑 만두였다. 직접 빚은 만두는 속이 알차게 차 있고 간도 딱 적당해 첫입부터 만족스러웠다. 만둣국과 만두 칼국수를 주문했는데, 깔끔한 국물에 파, 고기 고명이 더해져 감칠맛을 더한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와 절임 무도 맛을 한층 풍부하게 해주어 든든하면서도 다채로운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 제대로 된 만두를 찾는다면 이곳을 꼭 들러보길!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여름만 되면 제철 과일로 만들어진 다양한 빙수들이 나타난다. 제아무리 맛있는 빙수가 나온다고 해도 나에게 빙수라 함은 단연 팥빙수다. 몇 년째 부암동 빙수 맛집으로 유명한 부빙. 이곳 역시 딸기빙수를 비롯해 참외, 캐러멜, 감자, 옥수수 빙수 등 새롭고(?)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우린 오리지널 팥빙수를 주문했다. 솜사탕 같은 모양 위 인절미 가루가 살포시 뿌려져 있고 한입씩 떠먹으면 달콤한 팥이 나온다. 지독하게 더운 여름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식히기에 탁월한 선택이었다. 특히 오르막이 많은 동네이니 여름에는 부빙을 꼭 방문해 보길 바란다.

궁극의 여름 맛

여름이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먹는 즐거움.

두고두고 생각날 여름 요리 레시피와 커피 대신 먹기 좋은 차까지 추천할게요.

동진

제철 과일 듬뿍 콜드파스타👨🏻‍🍳


흔하지 않은 맛의 여름 파스타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 콜드파스타는 마늘을 튀긴 올리브 오일에 껍질 없이 부드러운 토마토와 단 맛의 자두가 들어가, 한 입을 먹자마자 향이 폭발한다. 화이트 발사믹은 감칠맛과 산미, 특유의 쿰쿰함을 주어 풍미가 있고, 피쉬소스도 특유의 향미와 간을 더해 맛의 레어어가 다채롭다. 꼬들한 면 겉에 소스가 간간히 느껴지고 이색적인 향과 마늘 향이 퍼진다. 더위에 지친 나를 위해 정성을 담은 파스타 한그릇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준비물
카펠리니 파스타면 14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마늘 6알
완숙 토마토 2개
완숙이 아닌 싱싱한 자두 (참외, 블랙 올리브 등 다른 과일 및 채소로 대체할 시, 단맛을 위해 사과주스를 1tbsp 넣는 것을 추천한다.)
화이트 발사믹 식초 1tbsp (생레몬즙으로 대체 가능)
피쉬 소스 0.5 tsp (멸치액젓으로 대체 가능)
소금
백후추 (흑후추도 되지만 색감을 위해 백후추가 낫다.)

🍳조리법
1. 냄비에 물 1리터와 소금 15g을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기 전에 완숙 토마토 아랫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넣어둔다. 마늘을 결의 수직 방향으로 삼등분한다.
3. 다른 냄비에 마늘이 충분히 잠길 정도로 올리브유를 넉넉히 넣고, 약불에 올린다. 마늘은 강불에서 조리하면 탈 수 있으니 약불에서 천천히 익힌다. 겉이 전체적으로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익힌다.
4. 끓는 물에 칼집 낸 토마토를 약 20초간 데친다. 이때 칼집 부분이나 근처에서 껍질이 말려 올라온다. 껍질이 올라온 토마토를 흐르는 찬물에 식히며 손으로 껍질을 벗긴다.
5. 토마토를 건진 끓는 물에 카펠리니 면을 넣고 3분 내외로 익힌다.
6. 면이 다 익으면 채반에 걸러내고 흐르는 찬물로 식히며 전분기를 제거한다. 면의 물기를 최대한 털어내고 볼에 넣고 올리브 오일을 버무려 냉장고에 넣어둬 꼬들하게 만든다.
7. 껍질 벗긴 토마토를 반으로 갈라 내부의 씨와 심지를 따로 모으고, 과육만 다이스 모양으로 자른다. 토마토 씨와 심지를 체반에 두고 스푼으로 눌러 짜준다.
8. 자두도 씨를 피해 다이스 모양으로 자른다.
9. 마늘이 다 익었으면 불을 끄고, 다이스한 토마토 넣어 먼저 섞고 다음으로 자두 과육을 넣어 섞는다. 이때 화이트 발사믹 식초 1tbsp, 피쉬소스 0.5tsp, 짜둔 토마토 즙, 소금을 기호에 맞게 넣는다. (자두를 뜨거운 오일에 바로 넣으면 과하게 물러질 수 있으니 토마토를 먼저 넣어 살짝 식혀준다.)
10. 오일이 뿌옇게 조미되면서 좋은 향이 난다. 이 오일을 냉장고에 넣어 식힌다. (소스는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도 좋지만, 자두는 당일에 다이스해서 넣는다. 소스에 오래 넣어둘 경우 삼투압으로 식감이 물러지고 색감도 어두워져 즉석으로 썰어 넣는 것이 좋다.)
11. 면과 차가워진 소스를 섞는다. 큰 접시에 면을 먼저 말아 올리고, 스푼으로 토마토와 자두를 면 위에 쌓아준 후 마무리로 올리브 오일, 백후추를 조금만 뿌려 먹는다.

*소스 자체는 2~3일 정도 냉장 보관하며 먹어도 된다. 미리 만들어두면 면만 삶아 비비면 되므로 간편하다.
*허브는 안넣는 게 좋은 것 같다. 이미 마늘과 토마토의 향이 정말 좋다.

민정

여름 맛 짱 오이 샌드위치🥒


여름 맛의 짱(?)이라 할 수 있는 오이. 물기를 짠 오이와 맛살, 그릭요거트, 홀그레인 머스타드, 알룰로스를 잘 섞으면 레시피는 끝이다. 그대로 빵 위에 얹어 먹어도 좋지만, 식빵 사이에 넣어 차갑게 보관했다가 먹으면 더욱 맛있다. 고소한 그릭요거트와 아삭한 오이의 조합이 딱 여름에 먹기 좋은 맛. 만들기도 간단해서 도시락 메뉴로도 제격이다. 직접 해보는 게 귀찮다면 파자마델리의 오이 포카챠 샌드위치도 추천한다.

©아임얼라이브
©twg  

채린

얼음을 가득 넣어 즐기는 차🍵


여름에 커피보다는 카페인이 더 적으면서도, 시원하고 맛있게 즐기기 좋은 음료를 두 가지 추천한다. 아임얼라이브 콤부차는 녹차와 홍차를 506시간 발효시켜 만든 탄산음료다.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나서 식사할 때 콜라 대신 마셔도 좋고, 몸이 처지는 듯할 때 마시면 산뜻해진다. 오리지날, 석류, 진저레몬 등 맛이 다양해 취향껏 시도해 보길 바란다.


두 번째로 TWG의 밀크우롱차. TWG는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차 브랜드로, 향이 풍부하고 맛있어 언제나 믿고 구매한다. 우롱차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청차(青茶)로 녹차와 홍차의 중간으로 발효된 차다. 기본 우롱차도 있지만, 밀크 우롱차는 우유의 고소하면서 묵직한 맛이 나 풍미와 밸런스가 좋다. 유리컵에 뜨거운 물을 반 정도 담아 차를 우린 후 얼음을 가득 넣어 시원하게 마시면 좋다.

grds news

keyring 01

grd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keyring 01을 깜짝 공개한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벨트 루프에 달기 제격. 멋스럽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꺼내 슈혼으로 사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모든 부분이 황동(real brass) 소재로 제작되어 사용할수록 컬러와 광택감이 깊어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8월 초 출시 예정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바란다!  

행복을 좇지만 않아도 많은 것이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걷는다. 바다에 닿을 때까지.

도착한 바다가 푸르르지 않아도 괜찮다.

걱정은 아직 선반 위에 있다.


⎯  이윤주 『고쳐 쓰는 마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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