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안상일이겠죠. 착한 사람은 김봉진이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의 첫 호는 런드리고를 연구&분석합니다.
이해진, 김봉진, 그리고 안상일... 1조9000억원 아자르 매각의 이면
쫌아는기자들 성호철
 “글쎄, 안상일이죠. 착한 사람은 김봉진이구요.” 
 맞은편에 앉은 백전노장 창업자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스타트업 창업자 사이에 최고(최고) 화제는 ‘안상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안상일 대표는 2014년 정강식, 용현택과 함께 하이퍼커넥트를 창업했고 한달 전 데이팅앱 ‘틴더’에 회사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500억원)에 팔았습니다. 호사가들은 “안 대표가 지분율이 꽤 높다더라. 1조원대 거부의 반열에 든 것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하이퍼커넥트는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아, 1조 거부설은 미확인 설이지만, 그가 수천억대 자산가인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쫌아는기자들에서 1번을 맡고 있는 성호철 기자입니다. 작년 6월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창업자를 만났어요. 그가 예약한 식당에서 일본식 장어덮밥을 먹었는데, ‘이렇게 맛있는 집을 왜 몰랐지’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죠. 쫌아는기자 1번은 과거에 일본에 1~2년씩 2번 정도 체류한 적이 있습니다. 
 고백컨데 당시 아자르(Azar)와 하이퍼커넥트에 선입견이 큰 때였어요. 예컨대 ‘무작위 영상 통화를 걸면, 웃통 벗은 아랍인이 등장하더라’는 식이었죠. 후배 기자들이 아자르를 넣은 발제를 올리면, 바로 킬(kill)하던 때입니다. 

 딱 2시간의 만남, 안 대표는 역시 존경받을만한, 업(業)에 도전하는 창업자였습니다. “대학 다닐 때 모교 선배인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창업 동아리의 강연을 왔어요. 그때 이미 대형 투자를 유치한, 제일 잘 나가는 창업자였는데, 타고온 자동차가 벤츠는커녕, 국산 소형차였죠. 오래된 소형차. 저도 그처럼 되고 싶어요” 
 안 대표는 점심 내내 “유럽 시장에서 틴더를 잡겠다”고 열정을 쏟았고, 지금은 바로 그 틴더에 매각을 성사했습니다. 81년생 안 대표의 도전은 어쩌면 지금부터인지 모릅니다. 
 안 대표보다 5살 많은 40대 중반의 김봉진 배민 의장은 이달 싱가포르로 출발한다고 합니다. 재산 절반의 기부를 약속한 김 의장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아시아의 음식 배달 시장 선점이란 두번째 도전에 나섭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세상 모든 스타트업의 성공을 응원합니다. 그 시즌1의  첫 호 주인공은 조성우 스토리입니다. 
시즌 1 No.1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
쫌아는기자들 임경업
 “요새 들어오는 빨래가 많아서 힘들어요.”
조 대표의 마스크 바로 위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잠겼던 목소리가 점점 생기를 찾았다.
 지난달 8일 서울 강서구 사무실에서 조성우(40) 의식주컴퍼니 대표를 만났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 런드리고는 집 앞에 빨래를 두고 모바일로 신청하면, 이를 수거해 세탁,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한다.

다들 런드리고로 알지만, 회사 이름은 ‘의식주컴퍼니’죠. 세탁 스타트업의 사명에 왜 의식주죠. 
 우리는 세탁이 혁신되면 주거 공간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있거든요. 대학시절 신촌 원룸에서 자취했는데, 원룸 살면 전용면적 3~4평 이런 공간에 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세탁은 필수죠. 4평 원룸에 빨래 건조대까지 펴면 주거공간의 절반이 세탁하느라 사라지죠. 
 무슨 마법도 아니고.여름에는 습기 차서 안 마르고 겨울에도 볕이 안 들어 안 마르고요. 아파트에서도 세탁기에 건조기, 스타일러까지 두면 금방 2~3평을 잡아먹어요. 서울 집값을 평당 2000만원이라 가정해봐요. 우리는 세탁하느라, 부동산 기회비용으로 6000만~8000만원을 지출하는 거예요.  
 
 요새는 TV 안 두고 태블릿PC와 노트북으로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만 이용하는 젊은 분들도 많이 계시잖아요. 식품 배송 서비스를 통해 주방을 거의 안 쓰는 분들도 계시고요. 결국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이 삶의 방식을 바꾼 것인데요. 저희는 런드리고 서비스가 세탁 공간의 변화, 그러니까 주거의 양식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변방에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고민, 그게 우리 사명이에요. 의식주컴퍼니. 

세탁 시장하면, 너무 작은 시장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세탁은 크게 물빨래(런드리)와 드라이클리닝으로 나누어요. 물빨래는 대부분 가정에서 세탁기를 사용하고, 세탁소에 맡기는 드라이클리닝만 통계로 집계됩니다. 이게 공식 통계로 2조5000억원쯤요. 세탁소는 대부분 현금 거래라, 잡히지 않는 통계를 고려하면 드라이클리닝만 4조3000억원쯤 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세탁 업체의 1개 점포 평균 월 매출이 1000만원 내외고, 국내에 오프라인 세탁소가 3만5000~4만곳쯤 되거든요. 런드리고처럼 집에서 하는 물빨래를 대신하는 시장까지 통계로 잡으면 더 큰 시장이죠. 

그렇게 큰 시장인데도 왜 유독 ‘세탁’은 디지털-온라인이라는 혁신과 거리가 있었죠. 쇼핑이나 배달은 온라인과는 판이하네요. 
 세탁의 비즈니스 구조를 이해해야 해요. 세탁은 고객의 물건이 집 안에 있다가, 문밖으로 나갑니다. 수거하거나 내가 세탁소에 가져다 줘야 하고, 가공을 거쳐서 다시 내 집으로 들어오죠. 원웨이(one way)로 일방적으로 제품을 받는 쇼핑이나 배달과 달라요. 내 물건이 남에게 맡겨졌다 돌아오기 때문에 신뢰도가 중요하다는 물리적인 속성이 있어요. 마치 가전제품 AS와 같죠. 
 쉽게 맡길 수 있어야 하고, 언제든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동네 세탁소가 점 단위로, 생활반경 1km 이내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세탁 비즈니스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수거와 배송 같은 고난도 물류를 수행해야 하고, 세탁 퀄리티를 높이고 고객 신뢰도 관리해야 하는 등 여러 고난도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아무도 못 푼 거죠. 수십년 동안 기존 세탁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된 이유죠. 

그럼 세탁업 혁신의 1호 도전자가 런드리고인가요
 아뇨. 이 분야에도 앞선 도전자가 있었지만, 쉽게 성공하지 못했어요. 냉정하게 세탁이라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어보지 못했다고 봐요. 오프라인 세탁소를 연결해 빨래를 수거, 배송해주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있었죠. 
 하지만 세탁은 단순히 딜리버리(배달)로만 해결되는 비즈니스가 아니에요. 좋은 품질의 세탁 서비스를 믿고 맡길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러 박자가 다 맞아떨어져야 해요. 
 딜리버리에 집중했던 세탁 플랫폼의 모델은 이용 금액의 20~30%를 수수료로 받고 복잡한 물류를 수행했지만, 퀄리티와 고객 신뢰를 직접 관리할 수 없었죠. 

 퀄리티와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을 고민했죠. 내린 결론이 ‘세탁 자체의 내재화’예요. 
 문제는 기존 세탁소처럼 세탁하면 이윤이 남을 수 없는 원가 구조의 문제였어요. 원가 구조를 혁신할 수 없으면 사업성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뉴욕의 세탁 전문가들을 만나러 다니다가 우연히 퀸즈의 세탁 공장을 방문하게 됐어요. 기계화, 자동화가 고도화되어 있었습니다.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원가를 계속 낮추고 있더군요. 세탁을 직접 해도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포커싱 포인트는 인건비에 집중된 기존 세탁 원가 구조를 바꾸는 것에 뒀습니다. 도제식으로 전문가, 장인들이 세탁을 해왔던 것을, 자동화·시스템화해서 비용을 줄이고, 꼭 사람이 해야 하는 영역은 최소한의 전문가로 해결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런드리고의 자동화는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조 대표는 세탁이 완료된 옷에 포장을 씌우는 장비, 와이셔츠가 자동으로 걸리고 자동으로 스팀 다림질을 해주는 설비를 보여줬다. 모두 독자 개발했거나, 다른 기술을 가져와 최적화한 것들이다. 얼마전엔 다른 집에서 보내온  빨래를 자동 분류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했다. 독자 개발이라고 한참 동안을 자랑했다. 조 대표는 “전에는 사람이 직접 분류하고 검수했던 일이다. 테크놀로지로 세탁 원가를 줄인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깨진 차량 뒷유리창...불쑥 비대면 세탁 영감이
말씀대로라면 자동화만 잘하면, 세탁 플랫폼이 성공한다는 건가요. 오프라인 세탁소를 쓰는 습관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요. 
 오프라인을 모바일로 바꾸는 게 저희 사업의 대주제예요. 사실 모든 산업이 그렇게 바뀌고 있죠. 포인트는 비대면입니다. 
 세탁이야말로, 정말 대면의 연속이었죠.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 세탁소 아저씨를 만나서 맡기겠어요. 언제 수거하러 오겠다고 해도 집에 계속 있는 것도 불편하고, 옷을 세탁해 가져다줄 때 또 집에 있어야 하잖아요. 세탁 아저씨와 얼굴 맞대고 세탁 퀄리티도 체크 해야 하고요. 이런 대면의 연속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세탁의 혁신은 어려워요. 

 그러다가 미국 여행 때 차량 파손 도둑을 당하고서 ‘아,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2017년 배민프레시 대표를 그만두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는데 렌터카의 뒷유리창이 깨지고 몽땅 털렸어요. 근데 쇼핑백에 담긴 빨래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세탁물은 집 앞에 둬도 아무도 안 가져가겠구나, 그렇다면 수거나 배송을 비대면으로도 가능하겠구나 했죠.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든 게 빨래 수거함 ‘런드렛’ 이고, 비대면으로 빨래를 주고 받는 도전이 시작된 셈이죠.

2017년. 조성우 대표에게 창업의 영감을 줬던 그날 사건 사진. 차 유리창을 깨고 몽땅 털어간 도둑은 빨래만 두고 갔다. 조 대표는 "나중에 런드리고가 성공하면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 광고 하나 내겠다. '그때 빨래 남겨 두고 훔쳐간 도둑을 찾습니다. 당신 덕분입니다 안아줄게요!'라고 했다.
런드렛을 수거하고 배송하는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런드렛의 장점은 물류업자 분들이 같은 집에 계속 간다는 겁니다. 매출 전체에 월 구독이 60% 정도예요. 어제 갔던 집을 오늘 또 가고, 한 달에 최소 4~5번씩 가죠.
본래 물류담당자에게 어려운 일은 동선을 짜는 일이에요. 매번 새로운 집을 가야 하는데, 동선이 꼬이면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게 곧 비용이거든요. 런드리고는 구독이 많다 보니 물류 하는 분들이 적응만하면 수거와 배송 시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곧, 물류 비용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스타트업보단 기존 대형 세탁프랜차이즈가 그래도 더 세탁을 잘하지 않을까요. 기껏 비대면 세탁 시장을 열어놨는데, 대형 업체에 뺏기지는 않을런지요.  
 국내에서 제일 큰 세탁 체인 업체가 전국에 약 3000개 대리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시장에서 점유율이 7~8%예요. 다른 산업 1등은 시장 점유율이 20~30% 는 갖잖나요. 세탁은 구조상 전체 수요를 받아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어렵습니다. 런드리고가 모든 시장을 다 하기도 어렵지만, 시장 자체의 파이도 커질 거라고 봅니다. 
 배민프레시를 운영할 때인 2015년 쯤만해도 신선식품을 모바일로 주문하는 비율이 0.1%였어요. 신선식품 배달이라는 산업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유, 야쿠르트 배달도 사실 전부 신선식품 배달이었죠.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아예 시장 자체 규모가 달라졌죠. 

 5년이 지났고, 0.1%는 이제 20%를 넘어가요. 너무나 당연하게 모바일로 신선식품을 주문해 배달받죠. 세탁 시장만 안 되라는 법도 없습니다. 저는 세탁업이 신선식품의 5년전과 같은 기로라고 봅니다. 
 특히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어요. 이들에게 세탁, 특히 물빨래는 고민 대상입니다. 드라이클리닝은 동네 세탁소를 가도 됩니다. 물빨래는 늘 해야 하고 자주 해야 해요. 그 고민을 런드리고가 한 달 5만원 받고 해결하는 겁니다. 
우린 실수하면 환불로 안 끝나... 엄마가 사준 와이셔츠의 가치는 못매겨

런드리고의 빨래 수거함 런드렛. 빨래를 안에 넣은 다음,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자물쇠는 스마트폰앱으로 이용자가 열고 잠글 수 있고, 밤에 런드렛을 현관 앞에 내놓으면 새벽에 배송 기사가 수거해간다. 빨래가 끝나면 다시 현관에 걸어주는 방식이다.
런드리고의 꿈은 정말 크지만, 아직은 서울을 포함, 일부 지역만 커버하죠.
 예. 서울, 김포, 일산 등에서 해요. 굉장히 촘촘한 물류망을 구축한다면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는 가능하죠. 아직 전국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전체 세탁 시장의 75~80%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서울이 50% 정도 됩니다. 이 시장만 2조원 규모예요. 전국 개념보다는 도시 중심으로 봐요. 세탁을 맡기는 것은 인구가 밀집한 도시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거든요. 

규모의 경제를 못 이루면 돈 못 버는 거 아닌가요. 아직 적자죠? 대체 어느 정도 규모면 손익분기점(B.E.P)인가요?
 아직은 적자입니다, 아직은. 최근에 세탁 공장을 하나 짓고 있어요.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서 그렇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합니다. 
 아까 얘기한 신선식품도 원가 비중이 65%까지 되고, 남는 35%를 가지고 배달도 하고, 마케팅도 하고, 마진도 남겨야 해요. 하지만 세탁은 기술과 설비 투자로 원가 절감이 가능합니다. 
 런드리고는 곧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겁니다. 연매출 250억원이면 가능해요. 현재 매출은 비공개지만, 작년 매출이 2019년 대비 4.5배 성장했어요. 올해도 내부 목표는 작년 대비 4배 성장이에요. 올해 연말 정도에는 수익, 흑자 가능성을 명확하게 증명할게요. 
 비즈니스는 수익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은 명확해요. 저는 성장만 빠르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성장하는 수준에 맞게 수익을 내야죠. 

몇 명 정도가 런드리고를 쓰나요. 
 가구 수로는 약 3만5000가구가 런드리고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처리량으로 치면 하루 약 1만장 정도 처리해요. 올해 가장 많은 날은 하루 1500가구가 보낸 빨래를 빨았습니다. 

하루 1만의 옷을 빨래한다, 이게 쉽진 않겠네요. 
 세탁 품질을 관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첫째,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가 없어요. 음식 배달은 환불하거나 재배송하면 되지만, 세탁을 맡긴 옷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 없습니다. 남편과 신혼여행에서 산 드레스, 어머니가 사준 셔츠의 가격을 어떻게 매기겠어요. 그 옷을 망치면 어떤 방식으로도 배상할 수 없습니다. 
 둘째, 세탁 품질에 대한 고객의 뿌리깊은 의구심도 넘어야 할 벽이에요. 오프라인 세탁소는 알다시피 공급자 중심 시장이잖아요. 고객 입장에선 옷을 맡기면 어떻게 세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가격도 세탁소마다 다르고 비교도 어렵고요.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자신의 옷 상태를 잘 모른다는 거에요. 고객들이 정장이나 셔츠를 맡겼을 때 이미 엉덩이 부분이 찢어졌거나 단추가 떨어졌는데, 정작 고객들은 모른 채 세탁소에 넘기죠. 우린 세탁하기 전 옷의 상태와 세탁 후의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둬요. 옷의 상태를 고객에게 알려주고, 세탁 결과에 대해서도 고객에게 알려 드리고요. 아직 부족하지만,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투명하게 세탁 품질을 고객에게 증명할 수 있을 거에요. 
 마지막은 세탁업의 도제식 문화입니다. 한국의 세탁 기술은 일본의 영향을 받아 장인의 비법 전수 같은 식입니다. 동네마다 정말 잘하는 세탁소 한 두 군데는 있잖나요. 문제는 이런 장인 문화는 비법 전수가 제한적이고 폐쇄적이어야, 그 세탁소의 경쟁력이 생긴다는 겁니다. 세탁소마다 기계나 장비는 다 비슷한데, 품질도 제각각이죠. 이걸 전체적으로 올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여전히 온라인으로 빨래를 맡기는 것에 대해 품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요. 아무리 맛집이라도 호불호의 입맛 기준이 있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점점 더 나아질 거에요. 세탁 장인이 훌륭한 이유는 십년이 넘도록 그 업만 해오면서 쌓인 노하우, 몸으로 체득한 빅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더 많은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있고, 공장에 최신 기술을 접목해 공정 수준을 높이고 있어요. 점점 더 많은 고객이 만족하는 퀄리티를 완성할 겁니다. 

해외에서도 세탁 플랫폼 모델이 먹힐까요.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죠. 코로나 이후 글로벌 제휴 문의도 많이 왔어요. 올해말 혹은 내년초를 목표로 미국 뉴욕에서 테스트를 해보려구요. ‘세탁은 런드리고가 세계 1등도 가능하다’는 포부가 있죠. 세탁은 뉴욕이든 도쿄든 고객의 니즈(needs)와 가치는 굉장히 비슷합니다. 표준화가 잘 될 수 있어요. 미국으로 건너간 한인 이민자들이 세탁소를 많이 했던 이유입니다. 저희가 인프라, 테크, 서비스가 잘 결합된 모델을 만들면 글로벌도 가능하고, 세계 1등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힙하진 않지만, 정주영의 "임자, 해봤어" 정신이 좋다
조성우 대표는 2011년 ‘덤앤더머스’라는 회사를 창업했었다. 도시락, 반찬, 유제품과 같은 신선식품과 와이셔츠 같은 물품을 배달하는 서비스였다. 일종의 초기 구독 서비스였던 것. 조 대표는 2015년 이 회사를 우아한형제들에게 매각했다. 2017년까지 배달의민족의 반찬 배송 서비스였던 ‘배민프레시’를 운영하다 퇴사했다. 

뻔한 질문 좀 하죠. 4제(題) 연이어 가겠습니다. 1번,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는 뭔가요.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퇴사했죠. 고 정주영 회장의 ‘임자, 해봤어’ 정신에 감명 받으셨다는데... 
 진심입니다. 정주영 회장님의 회고록 ‘이 땅에 태어나서’가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을 읽었습니다. 맨땅에서 산업 자체를 만들어낸 히스토리가 감명 깊었습니다. 5년 정도 현대중공업에서 일했는데, 정말 그 일에 몰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창업자의 정신에 빠지게 되더군요. 
 창업의 결정적 계기도 있었어요. 회사에서 멘토처럼 여기던 선배가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로 갔어요. 그때 ‘아, 회사 생활이 별 의미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럼프가 왔어요. 나만의 생각과 의지를 갖고 홀로서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구나,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같은 생각들이죠. 
 생일날 사직서를 냈어요.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의미를 담았죠. 첫 창업을 했을 때가 10년 전이니 그때는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도 생소할 때였고, 부모님은 앓아 누우셨어요. 하지만 이 땅에 태어나서 나홀로 창조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다짐이었습니다.
2번은 실패한 얘긴데요, 대표를 맡았던 배민프레시는 사업을 접었어요. 실패 분석을 한다면... 
 인생처럼 사업도 타이밍이죠. ‘몇 년, 아니 1년만 더 의지를 갖고 버텼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신선식품 배송 자체가 인프라 투자가 많이 들어요. 나름 성공적인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시장이 작았고, 결국 버티질 못 한 거죠. 지금처럼 시장이 커졌을 때까지 견뎠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가끔 합니다. 

3번. ‘아, 그래도 스타트업 창업해서 좋았다’고 느낄때… 
  제가 좋아하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틸이 말했던 ‘대체 불가능한 사명감’ 입니다. (“트렌드는 중요하지 않다. 미래의 삶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사명감이다.”) 세탁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명감을 갖고 일해요. 세탁기가 인류의 가사 노동을 6분의 1이나 줄였다던데, 런드리고는 바쁜 현대인에게 세탁에 투입하는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이고 싶어요. 
 수거된 런드렛 안에 사탕과 함께 ‘너무 편해졌어요. 감사합니다’ 같은 편지를 넣어주는 고객들이 계세요. 그걸 받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 펑펑 운 적도 있었어요. 그런 피드백을 자주 받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옆집은 런드리고 썼는데, 정말 편해졌대’ 그런 말이 나온다면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가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4번, 창업 10년차예요. 후배 창업자에게 한 말씀.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이 달라졌죠. 예전에는 미팅하면 작은 회사라는 편견, ‘그런 작은 사업 아이템으로 장난하느냐’는 인식 자체를 넘어서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어디 가서 이런 일을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낯설었죠. 지금은 스타트업 종사자가 많아지고, 변방 트렌드가 아니라 혁신 산업을 곳곳에서 리드하는 분야들이 생겼어요. 하지만 뭐랄까. 창업만을 위한 창업, 돈과 성공만을 위한 창업이 늘어난 것 같아요. 주위를 보면 결국 진짜 크게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현대인의 문제를 하나라도 똑 부러지게 해결했어요. 우리 삶과 사회의 문제에 파고드는 동료가 늘어났으면 해요.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에게 질문하면 대신 물어봐서, 목요일날 답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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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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