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는 2차 세미나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염운옥 저 『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 유전자 정치와 영국의 우생학』입니다.
■ 책 후기
생물학적 진화와 문명의 진보가 뒤섞인 빅토리아 시대가 저물어가는 19세기 말,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숭배와 우수 인종에 대한 끝없는 열망 속에 우생학이 탄생했습니다.
우생학이 제국주의와 만나며 인류에게 비극적 역사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제국주의 폐망과 나치 전범 재판과 함께 우생학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우생학의 탄생지 영국에서 우생학이 어떻게 변주하는지 추적합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보면 우리는 1920년대와 1930년대 특징적 변화와 마주하게 됩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영국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소득 증대로 가난한 사람들도 차를 마시게 되었고, 가정용 전기 보급 확산으로 더이상 화롯불 옆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908년 ‘모범가정전시회’(Ideal Home Exhibition) 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1930년대 이 전시에는 가정용 가전제품이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 무렵 뜨거웠던 여성 참정권 운동의 주역들인 서프라제트와 그 딸들은 모성주의 페미니스트가 되어 “여성주의 운동의 주체는 기혼여성”이라는 선언을 하는가 하면 기존의 ‘모성수당’을 ‘가족수당’으로 대체하고, 혼전의 성을 문제시합니다. 한편 우생학협회는 “우생학이 결혼과 생식의 원리로 작동할 것”을 주장하고, ‘모범가정전시회’에 참여해 “신중한 결혼으로 건강한 국민을!”이란 슬로건을 외칩니다.
1930년대 유독 결혼과 가정에 관한 담론이 풍성해지며 <결혼상담협의회>, <결혼지도소위원회> 등도 설치됩니다. 바야흐로 우생은 ‘위생’으로, 성은 ‘보건’으로, 모성은 ‘가족’으로 대체되며 푸코가 말한 성과 사랑이 몽땅 결혼과 가족 안에 포섭되는 근대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우생학이 있었습니다.
읽기 쉽지 않았던 책이지만 세미나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많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 참여자 생각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