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또는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적어주신 분! 반가워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티는 잘 안내지마는 저, 너무 외로워요.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한다며 글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나가서 뜀박질도 해보지만 여전히 퇴근 후 집에 혼자 남겨진 시간이 버거워요(제가 사는 집은 심지어 와이파이도 안 되거든요). 외로움에 정신이 사방팔방 쏘다니는 탓인지 쓰는 글도 따라 방황하는 기분이 드는데요. 며칠 전 책에서 제 마음을 대신 정돈해주는 문장을 발견했어요. 이 자리에서 나눠볼게요. 제 속에 어떤 마음이 있냐면요.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누군가가 저를 좋아하는 일이, 몹시 중요해요. 한없이 그쪽으로 몰두하면 좋지 않을 걸 알아서 계속 경계하고 그 외의 것들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해도⋯ 제가 하는 그 모든 일의 밑바닥에는 끈질기게 그 생각이 들러붙어 있어요. 본령처럼요.

_김화진 <나주에 대하여>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이따금 '고독 숭배자'로 불립니다. 누군가 앞길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으면 제 답은 많은 경우 기승전고독으로 향하거든요.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을 알려줄 거라고! 며칠 전에도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바로 취직을 할지, 쉬는 시간을 가질지 고민된다는 친구에게 일장 고독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았죠. 우습게도 다다음 날 집에 혼자 있기 싫어서 그 친구를 불러냈어요. 공부하는 친구 곁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었답니다. '난 사실 이토록 외롭고 의존적인 사람이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친구도 알았을 거예요. 제가 고독을 중시하는 것도 결국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더 잘 보내기 위해서라는 것을요.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으니까요.

이 대목에서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가 뭔지 궁금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래 '오늘의 잉티클' 코너에 제가 수집한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문장들을 적어두었어요. 우리는 홀로 보내야 하는 시간 속에서 외로움과 고독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후자는 그 끝에 우리에게 무언가를 안겨준다던 이병률 시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답니다. 문장 하나하나 잉잉이님의 외로움이 고독으로 향하는 여정에 보탬이 되길 바랄게요. 외롭지 않은 밤 보내세요.

☕ 커피의 위로

저는 카페에 가는 게 '한 사람의 세계에 방문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도 그럴 것이 그 공간은 사장님이 좋아하는 것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곳이니까요. 벽에 걸린 그림과 플레이리스트, 커피의 맛과 향, 의자와 테이블의 재질. 오감으로 누군가의 취향을 감각하다 보면, 멀찍이서 조용히 커피를 내리고 잔을 닦는 그에게 자연히 호기심이 들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으로 카페를 운영하는지, 사장님은 우릴 보며 무슨 생각들을 할지, 카페의 이름 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등등.